항암을 시작하고
내 의학지식도 엄청나게 늘고 있다.
건강했을 시절 내가 아는 지식이라곤
콧물 = 감기, 비염
배탈 = 장염, 위염
눈이 아프다? = 결막염
이렇게 매우 단순했다.
그리고 병을 얻고 처음 알게 된 혈액의 세계
매일 아침마다 체크하는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수치를 보며
이들이 무슨 역할을 하고 정상범위를 넘으면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고 있다.
백혈구는 면역체계다.
면역이 무너지면 그 어떤 균에라도 감염되면 패혈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
적혈구도 다양한 역할을 하지만
헤모글로빈 빈혈을 담당한다.
혈소판은 우리가 다치면 혈액을 응고시켜 지혈작용을 해주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난 이 애들이 망가져서 치료를 받고 있고
항암을 시작하고 다양한 부작용을 겪으며 알게 된 인체의 신비다.
우선 우리 몸엔 다양한 점막들이 존재한다.
병을 앓기 전엔 입안 점막? 장 주로 내가 아팠건 곳들만 생각했는데 얼마나 바보 같았는지 ㅋㅋ
소화기 (입, 혀, 식도, 위, 장, 항문)
호흡기 (코, 부비동, 인두, 기관, 기관지, 폐의 일부)
비뇨생식기 (요도, 방광 안쪽, 질, 자궁경부, 음경 귀두부)
안구 (눈꺼풀 안쪽과 눈 흰자(공막) 표면
청각, 후각, 미각 관련 기관 (코 안쪽(후각점막), 혀(미뢰), 중이관 입구 등
)
항암을 시작하면 가장 약한 점막 부위부터 손상된다고 한다.
아직 구내염은 오지 않았지만 입천장과 양 볼이 아침마다 붓는다. 염증이 오면 면역 때문에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고 하여 미리 예방하는 게 최선이라고 하여 미친 듯이 가글을 하고 있다.
그다음이 변비, 설사인데 장점막이 약해지며 음식물 자극으로 설사를 유발하는데.. 난 변비에 호되게 당해서 차라리 설사를 택했지만 간호사선생님들은 그것도 위험하다고 했다.
그다음 때때로 인후통과 식도가 따가운 느낌이 든다.
첨엔 감기가 오는 줄 알고 너무 무서워서 바로바로 얘기했는데 열을 동반하지 않으면 항암 부작용으로 본다.
오늘.. 자고 일어나니 건조했다.
코가 그래서 난리가 났다. 물티슈로 살짝 닦고 좀 촉촉해진 듯해서 흥! 하고 풀었는데 코 점막이 뜯기며 코피가 났다.
가뜩이나 혈소판 수치 낮은데 피나면 혈소판이 응고시키려고 열심히 일해서 더 떨어진다고 절대 풀면 안 된다고 혼나고 연고처방을 받았다.
그리고 피부가 하얗게 일어나서 난 못 씻으니 각질이 일어났나?라고 생각했는데 이 또한 피부점막이… 손상되어.. 피부표피가 일어난 거라 까끌한 걸로 밀면 피부 상한다고 아기 손수건 정도 까끌한 걸로 씻으라고 하셨다. 그리고 갈라져서 피나면 안 되니까 보습 잘해서 예방하라고..
그다음은 문제의 심전도다.
난 항암치료보다 더 힘들고 싫은 게
선생님마다 차이는 있지만
못하는 선생님 올까 봐 긴장되고 만나면 하기 싫고 그랬다.
어제 잘하는 선생님한테 일렀다. 그분 오면 하기 싫다고.
근데 그걸 고대로 가서 일러바쳤다. ㅋㅋㅋㅋ 즨짜..
덕분에 멋쩍게 웃으며 불편함은 해소됐지만 여틈 오늘 심전도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심전도 그냥 찌직찌직 종이에 그래프 몇 개 그리고 끝나는데 문제 될게 뭐 있지? 심장이 안 좋나?라고 생각했는데 뜬금없이 전해질이 안 좋다고 했다. 심전도가 전해질도 체크하는구나~ 하고 피검사를 하고 칼슘이 낮아 약처방을 받았다.
그 외에도 인체의 신비를 다양하게 알아가고 있는데
몸소 겪으니 더 공부가 잘되는 느낌이다.
완치를 위해 매일 이런 작은 언덕들을 넘는다.
암 완치를 위해 장염 같은 설사 따위, 구내염, 각질 아무것도 아니다. 낫기만 한다면야..
다 회복될 거고 재활될 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