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펀치를 맞으며 떠오른 단상

by 이재열 Joy Lee

지난주 4월의 첫째 날.

회사분들과 (내가 막내였다!) 모회사(Parent Company)에서 직식 먹고는 사무실로 돌아가려 엘리베이터에 올라탔죠. 마스크 너머로 선한 눈매가 드러난 아주머니 한 분이 타고 계셨는데, 문이 닫히자 옆에 선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시더니 무방비 상태로 방심하고 있던 내게 측면 기습으로 한 방 먹이시더군요.


“어쩜 남자분이 이렇게 마르셨어요. 호호~ 살 좀 찌우셔야겠네. 나야 뭐 애들 낳고 세월 지나다 보니 살이 빠지지 않은 거지만. 호호~”


그 옛날 소나기 펀치라는 별명의 유명우 선수가 언뜻 떠오를 때 엘베 문이 열리더군요. 회사분들은 간신히 웃참하고 있고, 난 너덜너덜해진 채로.


문 밖으로 나가는데, 등뒤에서 묵직한 한 방으로 마무리하셨죠.


“댁에 사모님한테 햄버거 같은 거 많이 사달라고 하세요, 살 좀 더 찌우게! 호호~”


흠… 나이 먹고 싱글로 살아가는 거. 쉬운 일은 분명 아니군요.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찬찬히 설명을 해드리고 싶었으나, 그런 기회를 쉽사리 주지 않는 것이 세상의 이치죠.


헤비한 음식보다는 라이트 밀을 좋아한다고.

버거킹 와퍼의 불맛도 좋지만, 싱글패티 쉑버거 하나면 충분하다고.

시카고의 두툼한 딥 디쉬보다는 이태리 피자의 깔끔하고 얇은 도우가 질리지 않는다고.


둔중한 청룡언월도보다는 손에 맞는 라이트세이버를 고르겠다고.

100m 스프린터의 폭발력보다는 목표를 향해 꾸준히 달리는 마라토너의 끈기가 내가 받은 한 달란트라고.

키는 노력으로 바꿀 수 없지만, 중년 남자의 복근은 그가 살아온 삶의 궤적과 미래의 잠재력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이제껏 맛본 가장 맛있는 햄버거는 고등학교 야간학습 마치고 어둑해지는 운동장을 바라보며 교실에서 친구들과 함께 먹던 맥도널드 빅맥이었다고.


나는 어떤 사람인가 곰곰이 생각하며 사무실로 향하던 봄날의 정오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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