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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달림 Dec 17. 2020

세계의 지붕 에베레스트의 관문 루클라

쿰부 히말라야

에베레스트(Everest)는 8,848m로 세계의 최고봉으로 네팔에서는 하늘의 여신이라는 '사가르마타', 테벳에서는 세상의 어머니란 '초모랑마'로 부른다. 에베레스트란 명칭은 이 산을 측량하던 인도의 전직 측량 국장의 이름에서 붙여진 이름이라 하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초등자인 에드먼드 힐러리 경은 영국 등반대에 참여했던 뉴질랜드인이라 영국과 뉴질랜드 모두 자기네 사람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또 한 명의 초등자인 텐징 노르게이는 그의 독특한 출신 배경으로 네팔, 인도, 티베트 세 나라의 국민 영웅이다. 


그간 국내외 산을 오르면서 늘 마음은 세계의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동경하고 있었다. 그곳에 오르지는 못해도 가까이 가보고 싶었고 가능한 히말라야를 높이 올라 보고 싶었다. 그 꿈을 이루러 가는 날이다. 트리뷰반 공항의 국내선 대합실에 들어서니 어느 시골 장터 같은 분위기로 트레커와 현지인들로 복작거린다. 


아침 안개가 잦은 카트만두의 날씨는 일찍 출발하는 비행기는 줄줄이 연착되고 있다. 에베레스트 트레킹을 같이 할 네팔인 포터도 함께 간다. 내국인은 외국인에 비해 비행기 요금도 훨씬 싸다. 강진에서 왔다는 Abc트레킹팀을 만났다. Ebc로 간다고 하니 고산 경험이 많으냔고 묻는다. 처음이라고 하니 괜찮겠냐고 한다. '산은 도전이죠.'란 말로 지금 마음을 전했다. 그분들도 다음엔 꼭 가보고 싶다고 한다. 그게 산악인의 솔직한 꿈이다. 좀 더 높이 오르는 내가 되고 싶은 게다.


20인승 경비행와 조종석이 훤히 보이는 경비행기 내부


안개가 걷히기 시작하니 연착된 비행기들이 순서대로 속속 하늘로 솟아 오른다. 9시 20분 출발편도 30여분 늦게 루클라로 향해 활주로를 달려 하늘로 오른다. 왼쪽 창가에 앉아야 에베레스트 산군을 잘 볼수 있다. 20여 명이 타는 소형 프로펠러 비행기로 화물 총무게는 일인당 15kg이 넘으면 화물 운송비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비행기가 워낙 작아 서면 키가 닿고 좌석에 앉아서도 조종석이 훤히 다 보이고 승객과는 격벽이 아예 없다. 또한 소음이 어찌나 심한지 비행기에 탑승하면 승무원이 먼저 귀를 틀어막을 솜과 사탕을 준다. 


산 능선에서도 살아가는 네팔인들

에베레스트의 관문인 루클라로 바로 가는 교통편은 유일하게 이것밖에 없으며 다른 방법으로는 지리까지 버스를 이용하고 루클라까지는 5 ~ 6일을 걸어서 루클라로 가는 방법이 있다. 경비행기가 취항하기 전에 원정대는 그 길을 걸어서 에베레스트를 올랐다. 카트만두를 조금만 벗어나면 산으로만 이루어진 네팔의 산악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저런 산중에 어떻게 사나 싶을 정도의 산 능선에도 민가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왼편 차창으로 보이는 에베레스트 산군을 즐기다 보니 비행기는 협곡 사이를 곡예하듯이 날아 산 중턱 루클라에 도착한다.  


프로펠러 앞으로 보이는 히말라야 설산들

루클라의 활주로는 세상에서 가장 짧고 위험한 활주로로 유명한다. 히말라야의 지형을 이용하여 산을 깎아 경사진 활주로를 만들었다. 길이가 527m로 끝은 천 길 낭떠러지다. 착륙 시에는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착륙을 하고 이륙 시는 높은 곳에서 최대한 엔진 출력을 높여 낮은 곳으로 빨리 날아오른다. 지형적 영향으로 안개나 구름이 끼면 결항한다. 운이 좋아야 갈 수 있는 에베레스터다. 갑자기 2,850m의 고산에 도착하니 여름에서 초봄으로 계절이 바뀌어 긴팔에 긴바지를 입어야 했다. 루클라에서 포터 한 명이 더 합류하여 4명이 한 팀이 되어 오늘 목표인 팍팅으로 향했다. 팍팅까지는 완만한 내리막으로 최대한 고도를 낮추어 자고 내일 남체로 오른다. 고산병 예방을 위해서는 밤에 잠을 자는 곳은 되도록 낮은 곳에 자야 한다. 팍팅은 루클라보다 고도가 낮은 2,610m로 200m 정도 낮은 지역이다.


활주로 길이가 460m인 루클라 공항과 20인스 프로펠러기

팍팅으로 가는 길은 이제 막 봄이 찾아와서 벚꽃의 꽃봉오리가 터지고 살구꽃이 피고 있다. 루클라에 얼마 걷지 않은 체플릉에서 에베레스트 트레킹을 끝내고 돌아오는 한국팀을 만났다. 햇볕에 검게 그을렸고 고산에서 피곤함이 고스란히 베여 있다. 두루코시 강을 따라 교쿄로 올라 고쿄 산만 오르고 Ebc로 가는 길목인 촐라패스는 눈이 쌓여 길이 뚫리지 않아 넘지 못했단다. 당연히 Ebc는 가지 못하고 하산하는 길이란다. 적지 않은 비용과 긴 시간을 힘들게 내어 온 에베레스트 트레킹에서 Ebc를 오르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이곳은 자기의 힘과 능력만으로 오를 있는 땅이 아니다. 히말라야 신이 허락해 주어야 오를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이들은 신을 의지해 살아가고 있다. 


루클라 거리 풍경


일주일쯤 후에 촐라패스를 넘어야 하는데 그때까지 촐라패스가 뚫릴 수 있을까? 히말라야 신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점심으로 볶음밥을 주문했다. 아무래도 한국인은 밥심으로 걷는다. 포터가 그들의 식대까지 합산해서 영수증을 가지고 왔다. 처음부터 셈을 정확하게 해야겠기에 카트만두에서 포터 고용 조건을 알려 줬더니 다시 영수증을 가지고 온다. 그들은 그 사실을 알면서 찔러나 본다고 괜히 우리를 떠 보는 것 같다. 마을마다 아이들이 가득하다. 내가 어릴 적에도 동네에는 또래가 많았다. 마땅한 놀 껄리가 없어서 심심했다. 이곳 아이들도 시답잖은 놀이로 왁자지껄 떠들고 놀고 있다. 아이들의 놀이는 국경이 없이 어디나 비슷한 것 같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에 절로 미소가 번진다.


쿰부 히말라야 지역의 어린 아이들


쿰부지역의 살구꽃이 피는 봄날

돌담길을 따라 걷는 길에는 봄이 가득하다. 텃밭에는 채소가 파릇파릇 자라고 복숭아나무는 분홍 꽃을 피우고 보리가 들을 푸르게 색칠을 해 싱그럽다. 낮에는 춥지도 않고 걷기 딱 좋은 날이다. 봄길을 걷는 건 희망의 길이다.


오후 3시경에 팍팅에 도착하니 포터들은 그들이 잘 알고 있는 롯지로 안내를 한다. 오늘은 일단 고도를 낮추어  하룻밤을 자고 내일은 고도를 3,440m까지 높여 남체로 올라간다. 지금부터 고소에 어떻게 잘 적응하느냐가 Ebc까지 올라 가는냐 못하느냐가 좌우된다. 주변도 살펴볼 겸 롯지에서 짐을 정리하고 나와 출렁다리를 건너 팍팅 아래 동네로 나들이를 나섰다. 이곳에는 미니 당구장도 있고 조금은 번화한 쿰부 지역의 큰 마을이다. 어디를 가나 아이들이 많아 생기 돈다. 숙소에 들어오니 난방이 되지 않아 해가 지니 까칠한 냉기만이 가득하다. 난방이란 전혀 없다. 


일찍 침낭 속에 들어가 책을 펼쳤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다. 차고 넘치는 많은 시간은 책을 보며 보내는 시간이 제일 잘 간다. 희꾸무리한 전등불 밑에서 책을 보는 이 시간이 좋다. 자유시간이 넘치는 쿰부 히말라야의 시간이다. 아름다운 여행은 새로운 풍경보다 그곳 세상을 바로 바라볼 줄 아는 혜안을 얻는 것이다. 쿰부 히라야의 밤이 점점 깊어 간다. 들리는 건 두루코시 강물 소리와 바람소리 뿐이다.




개를 안고 있는 소녀와 비질을 하는 꼬마 숙녀


외관은 그럴싸한 팍팅의 롯지지만 난방은 전혀 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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