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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달림 Dec 22. 2020

세르파족의 땅 남체 바자르

쿰부 지역 트레킹의 중심마을인 남체 마을은 로마 원형경기장을 닮았다. 경사진 마을의 지형을 따라 이어지는 좁은 길들에는 롯지, 식당, 등산장비점, 기념품 가게 등이 미로처럼 얽혀 있다. 쿰부 트레킹의 남체는 산악인의 수도다. 대부분의 물자는 루크라로 들어오며 남체 까지는 좁키오와 당나귀 그리고 등짐으로 운반된다. 당나귀는 남체까지만 운반을 하고 그 이상의 높이는 야크가 담당한다.


루클라에서 남체로까지 짐을 운반하는 좁교


사막에 낙타가 있다면 히말라야에는 야크와 좁키오가 있다. 야크는 히말라야 4,000 ~ 6,000m의 고산 생활에 적응된 동물이다. 정확히는 수컷은 야크, 암컷은 나크 라는 호칭이 있지만, 통상적으로 모두 야크라 부른다. 좁키오는 야크의 수컷과 물소의 암컷을 교배시켜 낳은 교잡종이다. 좁키오는 야크보다 털이 적고 짧은데 특히 꼬리털을 보면 차이가 난다. 비교적 낮은 높이인 2,500 ~ 3,500m의 사이의 짐은 주로 좁키오가 나른다.


쿰부 지역 중 번화한 정도나 인프라를 볼 때 남체 만한 마을이 없다. 토요일이면 남체에는 인근 마을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가지고 나와 장이 선다. 그래서 남체를 남체 바자르라고도 한다. 세르파족의 고향이기도 한 남체를 오늘 찾아간다. 팍팅의 고도가 2,610m인데 반해 남체는 3,440m이니 고도를 830m 높여야 한다. 3,000m를 넘으면 고소 증상이 나타 나는 높이다. 그곳 일대는 셰르파족이 산다.


등짐으로 운반하는 세르파


세르파를 어떤 이는 짐꾼으로 오해를 하는 사람도 있다. '세르파'는 이곳의 소수종족으로 500년 전에 동 티베트에서 히말라야를 넘어 남체로 넘어오게 된다. 동쪽을 의미하는 '사르'와 사람을 뜻하는 '파'의 합성어로 '동쪽에서 온 사람'이다. 이들은 척박한 이곳에서 밀, 수수, 감자 등을 주식으로 하고 야크에서 우유와 버터로 추운 겨울을 살아왔다. 남체는 티베트와 네팔의 교역지로 티베트의 소금, 양모, 장신구 등과 네팔의 쌀, 보리, 곡류 등을 물물교환 하던 곳이다.  고산지대에 살다 보니 태어 나면서부터 고소 적응이 되어 체력적으로 고산등반에 필요한 짐을 운반하고 안내를 하는 일을 한다.


아침에 만난 보리밭 가장자리의 외딴집과 고산에 피는 야생화




세르파족의 마을인 남체로 가는 아침이 밝았다. 히말라야의 자연환경 탓인지 새벽에 일어나도 몸이 개운하다.

마을 산책에 나섰다. 석회석이 녹아 흘러 우윳빛 강이라는 두루코시 강을 건너 강줄기를 따라 걸었다. 유량도 많고 유속이 빠른 강물 소리만 계곡에 울러 퍼진다. 

 

외딴집 한 채가 보인다. 궁금해서 그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마침 그 집에서 나오는 주인장이 '나마스테' 한다.

나마스테! 이 말은 히말라야 산자락 어디에 있더라도 하루에 수십 번은 듣게 되는 인사말이다. 두 손을 모으고 '"나마스테'하고 인사를 했다. 인사를 할 때는 절로 마음이 순수해지고 맑아진다. 서먹함이 사라지고 경계심이 풀린다. 서로 간 마음을 나눈 거라 마음이 상쾌해 진다. 마음씨 착한 히말라야 사람과 나눈 한 다디 인사지만 친구처럼 가깝게 느껴졌다. 히밀라야에서는 절로 순순해지는 마력이 있나 보다. 네팔 쿰부에서 만나는 해맑은 눈동자에서 그간 잊고 있었던 순수를 오랜만에 느꼈다. 예전에 우리네 아버지가 우리를 키울 때 그러했듯 그 모습을 다시 보는듯 하다. 

살구꽃이 꼽게 핀 남체 가는 길과 돌담길을 따라 걷는 트레케들
짐을 나르는 당나귀 무리들


팍팅에서 아침에 출발하면 오후 3시 이전에 남체에 도착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게 고소증을 예방하는 방법이라 한다. 빨리 오르면 높이 오르지 못한다. 그래서 멀리 가고 높이 오르려면 '비스타리! 비스타리'다. 그게 우리네 삶도 그런 것 아닐까? "조출조퇴" 빨리 오르면 빨리 내려오는 우리네 삶이 아닌가. 빨리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어떻게 가느냐도 중요하다. 가끔 나를 뒤돌아 보는 그런 시간도 필요하다.


몬조부터 다시 고도가 높아진다. 사가르마타 국립공원관리사무소는 군인이 있다. 입장료인 퍼밋은 3,000Rs이고 13%의 텍스가 있다. 합해서 3,390Rs다. 일일이 통과자를 꼼꼼히 대장에 기록하느라 줄이 길다. 남체까지 오르는데 팀스와 퍼밋 체크하는 곳이 촘촘히 있다. 가끔은 보유하고 있는 카메라의 기종, 휴대폰의 제작사 같은 것도 기재하는 곳이 있었다. 그건 실종자를 확인하고 티켓을 가지고 있는지도 확인하는 거라 한다.


까마득한 계곡을 건너는 라자도반 2층 다리 일명 힐러리 다리


계속이 깊어 출렁다리를 여러 번 건넌다. 천천히 걷다 보면 까마득히 높은 계곡에 아래 위로 두 개의 2층 출렁다리가 놓여져 있다. 일명 힐러리 다리라 부르기도 하는 라자도반 2층 출렁다리에 올라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까마득하다. 히말라야는 산이 높은 만큼 계곡도 깊다.  된 비알을 오르는 중에 왼다리는 의족을 하고 오르는 트레커를 만났다. 힘들지만 한쪽 다리로 고산 트레킹에 도전하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두 다리 멀쩡하면서 힘들다고 하는 나를 만났다.  스틱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결코 서두르지 않고 한걸음 한걸음 높이를 더해 갔다.


의족으로 남체를 오르는 트레커


아래서에 보던 설산 꽁데가 이 많이 가까워 졌다. 이제 남체 바자르로 들어간다. 마을 입구에는 절을 찾았을 때 일주문을 지나면 천왕문을 지나듯 그런 건물을 들어서면 중앙에 원통형으로 생긴 커다란 마니차가 있다. 그들은 마니차를 돌리면 경전을 읽는 것과 같다고 하여 틈만 나면 돌린다. 칼라파타르와 촐라체 패스를 넘고 교쿄리를 오르고 건강히 돌아갈 수 있게해 달라는 염원을 담아 마니차를 돌렸다.


남체 입구로 들어서는 큰 마니차가 있는 집과 라마교 사원 담의 마니차


셰르파족의 마을 남체 바자르 

고도가 높은 탓에 산 공기가 서늘하게 느껴진다. 남체는 우체국, 은행, 약국, 환전소, 등산용품점, 기념품 가게 등 산중 도시에 들어온 느낌이다. 여기는 3,440m로 오늘부터 고소 적응을 해야 한다. 대부분 이틀은 남체에서 쉬며 고소 적응을 한다는데 우리는 1.5박을 하기로 했다. 하루를 자고 내일 오후에 캉주마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남체는 고도는 높아도 양지쪽에는 볕이 들 때면 해바라기 하기 좋은 곳이다. 양지쪽에 앉아 그냥 설산을 바라보며 있어도 그냥 행복감이 느껴지는 남체다. 잠시 틈을 내어 밀린 양발 빨래를 하여 볕에 널어 놓으니 내 마음마저 세탁을 한 듯 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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