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 적응 캉주마 가는 길
고소증이 오는 고도
오늘은 고소 적응하는 날이다. 해발 3,000m부터는 1,000m마다 하루씩 머물면서 몸을 고산에 적응시켜야 한다. 남체가 3,450m의 마을이라 두 밤을 보내야 한다. 아침에 남체 마을 산책에 나섰다. 더러는 히말라야뷰 호텔로 일출 사진을 찍으러 가는 트레커도 있고 남체를 어슬렁 거리며 산책을 하는 이도 있다. 산중의 이른 아침은 손이 시려 장갑을 끼고 나왔다. 흐르는 물은 살얼음이 얼었다. 아침 해돋이가 설산을 비추며 뜨는 게 장관이다. 이곳의 날씨는 오전은 맑음이고 오후는 변덕이 심한 날씨다. 다행히 아직까지 고소 증상은 없고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
남체는 세르파족의 고향이듯 학교까지 있는 꽤 큰 산중 도시다. 운동장에는 미끄럼틀도 있고 시이소도 있다. 어디를 가나 놀이기구는 많이 닮았다. 보통 트레커들은 남체의 뒷산에 있는 히말라야 뷰 호텔에 다녀오는 것으로 고소 적응 훈련을 한다. 그냥 다녀 오느니 고도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캉주마까지 가는 게 어떻겠냐요 제안했더니 포토도 좋다고 한다. 그냥 무료하게 죽치는 것보다 오전은 그냥 쉬고 오후에 캉주마까지만 걷기로 했다. 11시에 일찍 점심식사를 하고 경사가 가파른 남체마을을 올라 캉주마로 향했다.
남체마을이 끝나는 곳에는 마니차가 있다. 이곳에서 포터가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한다. 그곳은 포터들이 싼 가격으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식당이 있었다. 주변 가게에는 야크 치즈도 팔고 있다. 야크는 우유뿐만 아니라 고기와 털 심지어 똥은 건축자재와 난방 취사연료로도 사용을 하니 히말라야 세르파족에겐 없어 안될 소중한 가축이다.
뒤돌아 본 남체 바자르는 보테코시강 건너 오른편으로 꽁데(6,086m)가 자리하고 있고 왼편으로 초오유에서 발원하여 갠지스 강으로 흘러가는 두루코시강이 있다. 건너편으로 탐세루크(6,623m)가 머리에 흰 눈을 뒤집어 쓰고 남체마을을 내려다 보고 있다. 6,000m급 고산이 감싸고 있는 남체는 고산에 천혜적 지형을 갖추고 있다.
캉주마 가는 길은 신장로 같은 넓은 길이다. 라마승 스님이 빠른 걸음으로 걷기도 하고 심지어 뛰기까지 한다. 늘상 고산에 살다 보니 완전 고산 생활에 적응되어 있다. 평지에 사는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일상이다. 길가에 스투파가 있다. 그곳에는 늘 오색 타르쵸도 함께 걸려있다. 세르파족으로 힐러리경과 같이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오른 텐징 노르가이 기념탑이다. 그들도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그들의 종족이 오른 것을 큰 자랑으로 생각한다. 히말라야가 히말라야 같이 느껴지는 것은 스투파와 타르쵸다가 있기 때문이다. 척박한 환경에 살다 보면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 많음을 그들은 안다. 그럴 때는 신에게 기대어 마음의 위안을 받고 싶은 것이다.
편안히 쉬엄쉬엄 걸어 오후 2시에 캉주마에 도착하여 아마다블람 로지에 짐을 풀었다. 그런데 난방이 없어 춥다. 오리털 파카를 입고 털모자도 썼다. 이젠 겨울 속으로 들어섰다. 추위와 고산증에 잘 적응해 가야 한다.
캉주마는 바람이 불고 날씨가 흐려진다. 히말라야의 오후 날씨는 변덕이 심한 시어머니 마음 같아 예측이 되지 않는다. 주변 풍광이 좋아 야외에서 차 한잔 마시면 이보다 좋은 곳이 없는 곳이다. 아무리 풍경이 아름다워도 바람과 추위 앞에는 10분도 버티지 못하고 방으로 쫓겨 들어왔다.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또 책을 들었다.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노인" 이것마저 없었다면 너무 지루했을 것 같다. 여긴 Tv도 나오지 않는 깡촌, 유일한 낙으로 시간 보내기는 책 읽기 밖에 없다. 트레킹 내내 가장 힘든 게 시간 죽이기다. 딱히 할 일이 없다. 아무리 책을 읽지 않는 사람도 히말라야 트레킹 중에는 책을 읽게 된다. 이제 술은 딱 끊어야 한다. 고소에 술은 쥐약이다. 심심하다고 기분 내려고 마신 술의 뒷감당은 참혹하다. 고소증이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