탠트 메고 뚜르 드 몽블랑 동그라미 그리기
락 블랑(Lac Blant) 산장 위 언덕의 탠트에서 아침을 맞았다. 어제의 안개는 어디로 사라지고 고요하고 맑은 날씨다. 밤새 안개는 발아래 마을 샤모니로 내려가서 구름 위에 떠 있다.
그렇게도 생얼을 보여 주지 않던 몽블랑의 민낯을 마주 볼 수 있는 아침이다. 몽블랑(Mount Blanc)은 불어로 '하얀 산'이란 뜻이고 이탈리아어로는 '몬테비얀코'라 한다. 4계절 늘 흰 눈이 쌓여 있는 산이다 보니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몽블랑은 빙하와 화강암으로 이루진 산으로 높이는 4,807m로 1786년에 발마와 파카르가 처음으로 등정에 성공한 산이다.
샤모니 마을은 안갯속에 쌓여 있고 온전히 몽블랑을 마주하며 일출을 볼 수 있는 행운이다. 락 블랑의 자랑은 2,000m가 넘은 산정에 블랑 호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 호수에 반영된 몽블랑 산군은 최고의 그림이 된다. 특히 바람이 불지 않는 이른 아침은 바람이 잠잠해 블랑 호수 수면은 거울 같이 비친다. 이때가 사진을 찍는 최고의 시간으로 호수에 비친 몽블랑 산군을 제대로 담을 수 있다.
락 블랑 산장에서 벨라 샤 산장으로 가는 길은 2가지 길이 있다. La Flegere ~ Col de Cormu Planpraz ~ 브레방( Col de Brevent)으로 가는 길이 빠르고 편하지만 최고의 전망을 보고 싶어 능선길인 앙덱스(ㅣ'lndex)를 경유하는 길을 잡았다.
이 길은 바윗 능선길인데 암벽꾼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로 이른 아침이라 안개가 걷히지 않았다. 여기서 몽블랑 산군을 마주 보면서 걸을 수 있어 눈이 호사를 누리는 구간이다. 길에서 어제 만난 아이벡스를 만났다. 겨울에는 추워서 하지 못한 털갈이를 하고 있었다. 이놈들도 봄이 오는 걸 알고 무거운 털을 벗고 가벼운 털로 갈아입고 있는 중이다.
손에 잡힐 듯 가까워진 몽블랑 산군을 따라 쁠랑프라에 도착하니 이곳이 샤모니의 페러글라이딩의 출발지가 여기다. 빨강, 파랑, 노랑의 원색 페러글라이딩을 타고 하늘을 나는 것은 인간이 한 마리의 새가 되어 샤모니 하늘을 나는 것 같다. 전망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갈증에 션한 맥주 한잔을 하고 치즈와 하몽이 들어간 샌드위치는 점심식사가 되었다.
이곳에서 월간지인 "월간 山'에 유명한 악돌이 만화를 연재하신 박영래 화백님을 만났다. 바우길 지인들과 Tmb를 둘러보러 오셨다고 한다. 이제 트레킹을 끝내고 차를 렌트하여 알프스 주변을 여행하신다고 하셨다. 그분의 첫마디가 "몇 번 싸우셨어요?"의 질문이었는데 "싸움은 왜요?" 했는데 나중에 그 말씀의 뜻을 돌로미티에서 이해할 수 있었다. 같이 오신 강릉 바우길 사무국장님이 카메라에 일가견이 있어 몇 장의 사진을 찍어 주셨는데 역시 솜씨가 훌륭했다. 박영래 님은 "월간 山"의 "악돌이" 만화를 퇴직할 때까지 연재하셨고 "주말 산행" 책도 내신 산악계 명사이시다.
이곳에서 브레방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가 있지만 온전히 두발로 걸어 완주하기로 하여 걸어서 올라가기로 했다. 고자가 저긴데 여기서 의지를 꺾을 수는 없다. 브레방(Brevent)을 오르는데 정오를 넘긴 시간이라 샤모니의 땡볕을 온몸으로 받으며 배낭을 메고 걷는데 인내의 시간이 필요했다.
브레방은 높이가 2,368m로 샤모니가 발아래로 환히 내려 다 보인다. 눈을 돌려 위로 바라보면 몽블랑의 설산이 가장 가까이 바라볼 수 있는 곳이라 샤모니를 찾는 많은 관광객이 즐겨 찾는 곳이다. 높이가 높다 보니 사방을 조망할 수 있어 최고의 전망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브레방을 내려서면 에귈레 호수(Lac de Alguillett)를 지나는데 아직도 녹지 않는 눈밭 위에서 꼬마들이 눈 장난을 한다. 한여름에 눈 장난을 할 수 있는 곳이 브레방이다. 에귈레 호수는 알프스의 눈 녹을 물이 고인 호수의 파랑과 초원의 녹색이 조화를 이루어 곱다.
오늘의 목적지는 Tmb의 마지막 밤으로 벨 라샤 산장 부근인데 시간상으로 샤모니까지 내려갈 수 있는 시간이다. 컨디션이 좋아 계획보다 하루빨리 도착했지만 내려가서 호텔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산에서 보내는 하루가 더 좋을 것 같아 초원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기로 했다.
벨라샤 산장까지 걷는데 많은 트레커들은 브레방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하산하거나 걸어서 내려가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벨 라샤 산장은 한적하고 조용한 산장이었다. 더위에 걸어오느라 땀을 흘렸더니 맥주가 생각나는 시간 '1669 맥주'를 한잔 들이켜니 목 넘김이 최고다. 역시 맥주 맛은 갈증이 최고조에 달 했을 때 가장 맛이 좋다. 산장을 지나 건너편 언덕 아래 바람이 덜 들이치는 곳에 탠트를 쳤다. 언덕 위에서 부는 바람이 차갑게 느껴져 잠시만 쉬면 땀이 식고 추워서 바람막이 옷을 입어야 했다. Tmb는 여름날 더위를 식히는 데는 최고의 트레킹 코스라는데 엄지 척이다.
이제 내일이면 산을 내려가고 트레킹도 끝이라 하니 마음도 홀가분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섭섭하기도 하다. 그간 Tmb에 정이 들었나 보다. 홀가분한 마음에 언덕에 올라 점프샷을 하며 몽블랑을 배경으로 사진을 담으며 느긋한 오후 시간을 보냈다.
뚜루 드 몽블랑(Tour Du Mont Blanc)은 최고의 트레킹 코스란 명성에 걸맞게 역시 알프스는 알프스다. 그 길에서 만난 수많은 야생화와 힘들게 넘었던 고개들 그리고 아이벡스까지 멋진 만남이었다. 이 좋은 자연에 살아가는 그들은 축복받은 것 같다. 알프스는 멋진 설산과 목초지 그리고 거기서 살아가는 젖소와 양 떼들 그들과의 만남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