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예능 <흑백요리사2>를 보며 깊은 위로와 도전을 받았다. 낯선 미식의 세계가 이토록 울림을 주는 이유는, 단지 화려한 요리 때문이 아니라 한 길을 묵묵히 걸어온 이들의 열정과 수고가 그 안에 녹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70대 중반의 대가 후덕죽 셰프님이 허드렛일까지 마다않고 돕는 모습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고수가 보여주는 양보와 아량, 이른바 "후덕죽 사고"를 보며 내가 속한 조직의 문화를 되돌아보았다.
나는 현재 한 사람이 프로젝트의 A부터 Z까지 담당하는 조직에서 일한다. 연차와 상관없이 모두가 잡다한 일을 하고, 어려운 문제도 스스로 해결한다. 물론 동료나 상사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하지만, 최종 책임은 각자가 진다. 그렇다고 불만스러운 적은 없다. 하찮아 보이는 일도 사실은 중요하며 사실은 전체 프로젝트를 지탱해주는 중요한 한 조각일 테니까. 잡다한 일의 디테일을 장악한 사람만이 전체를 관통하는 기획도 제대로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밑바닥의 생리를 모르는 기획은 공허한 법이다.
그러나 과거, 이 가치관의 차이로 소중했던 동료와 멀어지는 경험을 했다. 업무 부담을 덜어주려 "잡무는 넘기고 기획에 집중하라"는 제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겼는데, 그는 도리어 화를 냈다. "내가 직급에 맞지 않는 하찮은 일을 하고 있냐"는 반문이었다. 나 역시 똑같은 일을 하고 있는데, 일의 가치를 급으로 나누는 그의 태도는 큰 충격이었다.
허드렛일. 그 일이 없었다면 업무의 본질도, 환경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모든 일에는 의미가 있다. 후덕죽 셰프가 보여준 품격처럼, 진정한 전문가는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을 배운다. 그리고 나는 이제 안다. 일의 크기가 아니라 일을 대하는 태도가 사람을 만든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