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창골 샌님 Jun 25. 2022

암환자라는 핑계로

  어제 오전에 허리가 아파 정형외과에 갔다.  6월은 늘 그렇듯 학생들 채점과 성적처리를 해야 하니 오래 책상에 앉아 있기도 하였고 지난 일요일 카페 계단에서 내려오다 주저앉아 엉덩방아를 찧고 난 후 허리가 더 아팠다. 혹시 뼈에 금이가 거나 한건 아닌지 겁이 났다. 억수 같은 비가 그치자 동네 의원을 간 건데 왠지 번지수 잘못 찾은 느낌이 들었다. 홀대받는 기분이 들어 기분이 좋지 않았다. 요즘 부쩍 머리는 이해하지만 가슴은 받아들일 수 없어 서러운 상태를 자주 겪곤 한다.

  뼈로 암이 전이되고 표적 항암치료를 받으니 3개월에 한 번 정기적으로 골스캔과 ct  그리고 내 상태에 따라 필요한 검사들이 추가된다. 내가 허리가 아픈 건 암  때문이 아니라 노화로 인한 연골과 근육 문제인 거 같다는 혈액종양내과 의사의 말을 들었다. 그러나 암과 항암치료로 뼈가 약해져 있으니 넘어지거나 하면 안 된다고 의사가 늘 당부를 한다. 골절이 되면 항암치료를 멈춰야 하고 쉽게 치료도 안 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주저 않으며 넘어져 허리가 더 아픈 게 더 신경이 쓰여 찾은 건데 의사가 내 얘기를 듣더니, 나는  허리 엑스레이라도 찍을 줄 알았는데,  약 처방을 며칠 해줄지만  물었다. 아니 그걸 내가 어떻게 아나요. 의사 얼굴을 멀뚱멀뚱 쳐다보자 간호사 끼어들어 병원에 자주 오실 수 있으면 기본 삼일 처방받아 가면 된다고 설명한다. 삼일 치 처방을 받겠다 하자 의사가 물리치료 여부를 묻는다. 당연히 받겠다고 했더니 그럼 받고 가라고 한다. 그렇게 물리치료를 받고 나오는데 언제 또 오란 말도 없다. 이 섭섭함은 뭐지?

  뼈주사와 항암제를 투약받으니 동네 정형외과에서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데, 나 자신에게 과 몰입되어 의사가 나와 같이 호들갑이라도 떨어주길 바란 건가.  항암제를 투약받다 보니 잔병으로 동네 의원을 찾으면 대개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치과나 마취를 해야 하는 치료 아니면 모두 가능하다 했다고 말을 전하면,  나름 약설명과 최소의 치료를 하겠다고 설명해주는 의사가 있고 아무 말 없이 소화제와 진통제 수준의 약을 처방하고 마는 의사가 있다. 생각해 보면 같은 상황인데 후자면 홀대를 받는 기분이 들어 기분이 좋지 않다.

 그 의사들의 반응이 이해가 되면서도 내가 암 환자라는 이유로 진료를 회피한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나 역시도 암환자라는 이유로 관심을 더 받고 싶어 하는 건 아닌가. 혹은 병원에 오래 다니다 보니 나 스스로 내 병을 진단하고 치료계획도 세우는 건방짐도 조금 있을 테고, 무엇보다  ‘난 아프니까’ 배려받고 이해받는 관심을 갈구하는 성향이 더 강해졌다. 나 역시 암 환자라는 핑계로 서로가 아닌 나만 우선시하는 성향이 강해졌는지 모르겠다. 나는 나대로 의사는 의사대로 암환자라는 핑계를 대는 건가.  동정은 싫지만 관심은 받고 싶은 마음. 이러다 관심병자 소리도 듣겠다.  잊지 말자. 세상에 나만 아픈 건 아니다.


https://brunch.co.kr/publish/book/6023


작가의 이전글 허허로운 봄날의 몸짓, 나들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