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나를 돌보는 시간
누군가를 떠올리고 그 사람에게 연락할 수 있다는 건 참 다행인 일이다. “잘 지내? “라는 짧은 안부와 “네 생각이 났어”라는 낯간지러운 고백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 아직 곁에 남아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참 감사한 일이다. 예전엔 가까웠지만 지금은 조금 멀어진 사람들. 우리는 자꾸 바쁘다는 이유로 서로를 놓친다. 현재의 삶에 집중하느라 서로를 챙기지 못하고 스쳐간다. 그걸 탓할 수는 없다.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다 보면 함께 했던 시간만 남는다. 그 시간은 우리를 붙잡아 추억 속에 머물게 한다. “그땐 그랬지…” 빛나던 청춘은 어느새 회색빛 지하철을 타고서 똑같이 생긴 건물들 사이로 흩어졌다. 누구에게나 반짝이던 시절이 있다. 그 시절을 함께했던 사람은 누구였을까.
가족, 친구, 연인.
어릴 적엔 가족이었고, 방황하던 시절엔 친구였으며, 불타오르던 이십 대엔 사랑이었다. 삼십 대가 된 지금, 나는 문득 생각한다. 지금의 나는 누구와 함께하고 있는가. 그 질문에 숱한 고민들을 했지만 답은 ‘나’였다. 이제는 누군가보다 ‘나’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좋아하는 것들에 시간을 들이고 스스로에게 집중하게 된다. 혼자 있는 시간이 익숙해졌고 혼자라는 사실이 더 이상 두렵지 않은 나이가 되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득 혼자 남겨진 것 같은 날이 있다. 그럴 때면 나는 나를 조금 더 돌본다. 먹고 싶었던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좋아하는 선수의 영상을 찾아보며 시간을 보낸다.
웬 선수인가 싶을 텐데 요즘 다시 야구를 보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선수가 생겼고 야구장에서 마시는 맥주도 좋아하게 됐다. 혼자서 야구를 보고 맥주를 마시며 응원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하루를 버텨낼 수 있었던 건 퇴근 후 나를 기다리는 야구장과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이었다. 그렇게 소리치며 응원하다 보면 응어리졌던 감정을 그라운드에 쏟아진다. 그러고 나면 조금은 가벼워진 채 다시 마음의 안정과 내일을 살아갈 힘도 찾는다. 정말 별거 아닌 것들로도 우리는 오늘, 내일, 나아가 이번 생을 버틸 수 있다. 어떤 위로도 닿지 않을 만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이 순간의 내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면 좋겠다. 정작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른 채 사는 사람도 많으니까.
몸도 마음도 무너질 대로 무너졌던 날들, 그 속에서도 나를 일으켜 세워준 사람들.
인생의 찰나에 머물러 영향을 줬던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더불어 나 자신에게도 한마디 전하고 싶다. 너 잘 견디고 있고 잘 살아가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