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지마라 #넘어진다
지오가 돌이 되었을 때쯤
그 당시 아빠는 지오가 태어날 때 결심한 아빠의 자격과 지오에 대한 아빠의 지분을 엄마에게 뒤처지지 않게 확보하려고 무던히 노력을 하고 있었어. 가장으로 가정의 경제적 생계를 책임지고 회사에서는 오너 대표로 직원들의 생계도 책임 저야 했던 아빠에게 그 당시는 영광스러운 기억들이지만 체력적으로는 많이 힘든 시기이기는 했어.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다 좋은 추억들이야.
특히 지오가 100일이 되기 전 밤마다 2시간에 한 번씩 분유 먹이는 게 가장 힘들었는데 항상 잠이 부족하던 그 시절에 외근 후 회사로 복귀하다 한남대교 남단에서 깜빡 졸아 큰 사고가 날 뻔했지. 바로 모든 스케줄을 취소하고 가까운 목욕탕으로 달려가 2시간 자고 나온 적도 있었어.
그렇게 정신없이 하루하루 보내던중 중요한 비즈니스로 아빠가 뉴욕으로 10일 정도 출장을 가게 되었어.
사실 속으로는 그래도 10일간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겠다. 생각하며 살짝 해방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야. 그런데 막상 지오와 떨어지니 3일 만에 지오가 너무 보고 싶어서 견디기 힘들더라고. 그렇게 모든 일정을 모두 소화하고 집으로 돌아와 현관물을 열었는데 아빠는 깜짝 놀랐어!
아빠가 출장 가기 전에 아빠는 분명히 기어다니는 널 보면서 "아빠 다녀올게. 잘 놀고 있어" 인사하고 나갔는데... 지오가 저쪽에서 아빠를 보고 아빠 빠빠 빠빠 하면서 뛰어오는 거야. 너무 신기하지만 한편으로 너무 속상했어. 지오가 첫걸음을 떼는 역사적인 순간을 아빠는 못 본 거야. 지금 생각해도 아빠는 이게 너무너무 안타까워. 그렇게 걸음마를 시작한 지오와 집 앞 한강공원에서 주말마다 피크닉을 했는데 그때마다 아빠는 지오의 걸음마를 정말 자세히 살펴봤거든. 가만히 살펴보니 걷는다 라기보다는 그 모습이 뛰는 것 같았어. 그러고는 계속 넘어지더라고. 근데 넘어지고도 넌 울지 않고 다시 너무 당연하게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 다시 뛰는 거야.
그때 아빠는 이런 생각이 들었어.
앞으로도 영원히 살면서 너에게 절대로 하지 않을 말 “뛰지 마라 넘어진다” 넌 앞으로도 계속 넘어질 거야. 끝도 없이. 심지어 아빠도 아직까지 계속 넘어지고 있어.
언젠가 지오가 이글을 읽는 날
많이 자란 지금도 계속 넘어지고 있을 테고 앞으로도 계속 넘어질 거야. 당연한거고 어쩌면 우리가 이렇게 넘어질 수 있는건 축복일지 몰라.
아빠는 우리가 그렇게 위대해지고 있다고 생각해. 넘어지는 건 아무것도 아니야. 또 넘어지고 아파서 우는것도 괜찮아. 그런건 다 아무것도 아니야.
지오야 잘 기억해.
정말 무서운 것. 우리가 정말 걱정해야 하는 건
넘어져서 아프거나 다치는 게 아니고 넘어질까 봐 뛰지 않은 거야.
우리 함께 계속 넘어지자.
걷는 것 만큼이나 자연스럽고 아무렇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