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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보내 줘

어제는 내일로 오늘은 다음으로 미룬다

by 나철여

내 서랍 속 저장된 글들이 아우성이다.


쓰지 않고는 이겨 낼 재간이 없고 읽지 않고는 배길 수 없어 틈틈이 쓰고 틈내서 읽는다.


뜸 들이던 글들은 내보내 달라고 철없이 아우성이지만, 지극히 일상적인 글과 제한된 넋두리 글이라 오늘은 내일로 내일엔 다음으로 미룬다.




가끔 고전책이 좋다. 며느리가 보던 도련님이다.


이 책은 가를 기다리면서 그냥 읽기에 딱 좋다.


오늘처럼 조금 일찍 손주 등원 준비한 날은 손자가 놀이를 마칠 때까지 기다리며, 나의 시선은 자연스레 거실에 있는 며느리의 책장에 꽂힌다.



세상은 희한하다.
맘에 들지 않는 놈이 친절하고,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나쁜 놈이라니
사람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
조만간 불이 얼어붙고,
돌덩어리가 두부로 바뀔지도 모른다.

뒤표지 글은 도련님을 우리 집으로 데리고 오기에 충분했다.


막무가내 도련님의 천방지축 성장기를 인간에 대한 진지한 성찰로 담아낸 일본 소설이다.


무성하게 자란 파란만장한 내 삶 한자락도,

도련님에 마주(hommage) 된다.


표지에 책값을 보니 울 며늘님 결혼전 책좀 읽으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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