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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 속의 불꽃

The fire burning inside my heart

by Andy Liu

가족들이 아직 잠들어 있는 조용한 토요일 아침. 언제나 처럼 먼저 기분좋게 눈을 떠, 드립커피를 마시며 홀로 조용히 생각에 잠긴다.


따끈하고 향긋한 커피가 조금씩 식도를 타고 흘러들어 온 몸으로 은은하게 카페인이 스며든다. 어젯밤 gym에서 운동한 하체와 이두 근육에서 약간의 긴장감과 후끈거림이 느껴지며, 단전 밑에서 뭔가 기분좋은 뜨거운 기운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머릿 속으론 다른 링친님들이 쓴 캐리어 빌딩 스토리와 세계 각국에서 시시각각 벌어지고 있는 비지니스 인사이트에 관한 글들을 읽고 있다.


그러다가 불현 듯 갑자기


“아, 불과 1년 반 전만 해도 나도 저와 같은 생활, 비슷한 생각과 고민들을 하고 있었는데…” 하며 이전 직장 생활에 대한 기억들을 회고(回顾)하게 됐다.


나의 이전 캐리어는 다국적 기업의 아태지역 Business Development Head로서, 전기차 에너지 효율관리의 핵심인 열관리 시스템 (Thermal Management System) 모듈을 중국, 한국, 일본, 인도, 아세안 등지의 주요 자동차 제조사 들에게 프로모션하고 함께 공동개발 (Joint Development)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지난 100여년간 전통 내연기관의 유체 공급 및 배송 시스템을 전문으로 제조 판매해 오던 그 회사는 에너지 전환 시기를 맞아 기존의 제조기술 및 노하우를 활용하여, 새로운 전기차 분야에의 시장 개척 및 주요 제품의 전환을 모색 해야만 했고, 그것을 선두에서 프로모션하고 각국 고객사들과 협업하여 그들의 신규개발차종에 탑재할 비지니스 기회를 창출하고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 나의 주요 임무 였던 것이다.


2006년 입사 당시부터 영업직에 종사하며, 근 20년간 한국, 일본, 중국 등 각국 현지 주요 고객사들과 신규 비지니스 수요를 창출하고, 그들과의 오랜 신뢰관계를 통해 critical 한 이슈들을 원만하게 처리하는데에 대부분의 캐리어를 집중해 왔던 나는, 회사 안에서는 이것이 나의 천직일지 모른다는 생각과, 지금까지 쌓아온 나의 유니크한 경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라 직감하였다.


그래서 회사를 나오기 직전까지의 약 2년여 간의 시간동안 BYD, GEELY 등 중국의 전기차 제조사 들 뿐만 아니라, 한국의 현대기아, 일본의 도요타, 혼다, 그리고 인도의 타타, 마힌드라 등 아태지역 각국의 메이져급 완성차 제조사들과 직접 소통하며 신규차종 개발관련 협의를 진행하였고, 그 중 BYD, GEELY, ChangAn, 현대기아, 토요타, 혼다 등과의 프로젝트에서는 괄목할만한 성과도 이루어 낼수 있었다.


물론 이전까지는 시장에 없었던 신기술을 소개한다는 점과 기존 레퍼런스 없이 순전히 Consultative Sales를 통해 고객의 수요와 요구사항에 맞춰 제품 컨셉을 다시 설계, 제안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술적으로나 영업적으로 꽤 난이도가 높은 작업이었지만, 나에겐 지금까지 쌓아온 전문지식과 시장경험을 총 동원한다는 점에서 너무나 흥미진진하고 exciting한 작업이 아닐 수 없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굴욕적인(?) 계약 조건 때문에 당시 회사에선 그때까지 거래가 전무했던 중국 심천(深圳)소재 BYD의 연구소를 방문하여 관련 엔지니어들에게 우리 제품의 컨셉을 설명하고 그들의 간판 차종에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였다는 것과, 극도로 보수적이고 자사 파트너 (덴소) 위주의 개발만을 선호하던 일본 아이치현(愛知県)소재 토요타 본사와 차기 전기차 개발을 위한 신규 프로젝트의 검토를 함께 진행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이전에도 한때 급성장하는 매출로 중국 북경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등지에 신규 공장의 확장설립을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하기도 하였고, 북경 신규 공장의 공장장을 역임, 그리고 비지니스 유닛 헤드로서 몇 개의 공장과 수 백명이 넘는 임직원을 관리하기도 했었다.


물론 회사를 그만두고 제조업에서 현재의 IT 산업으로 캐리어를 전환하기 까지는 정말 많은 용기와 도전의 과정이 필요했었다. 지금까지 내가 쌓아왔던 제조업에서의 캐리어에 대한 메리트도 많은 부분 포기했어야만 했고, 초짜나 다름없는 생소한 IT 업계에서 느끼는 괴리감, 편견, 무지함 등, 또한 많은 것들을 인내하고 감내 해야만 했다.


어쨌든 아직은 많이 부족 하지만, 이젠 이곳 자카르타에서 새로이 시작한 IT 비지니스 관련하여서도 좋은 기반과 많은 잠재기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언젠가는 이전 제조업에서의 경력과 지금의 IT 관련 경력이 모두 연관되어 각개의 점에서 하나의 큰 맥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날이 올거라 굳게 믿고있다.


비록 2~30대의 체력과 열정과는 좀 다르겠지만, 아직 50이 채 되지 않은 나도 이러한 과거 + 현재의 비지니스 경험을 되살려 다시금 글로벌 무대에서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기회가 아직은 남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종사하던 직장을 떠나 오롯이 혼자 설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맞닥뜨릴 날이 온다.


자의든 타의든 간에 그런 상황이 왔을 때 자신의 이전 직장에서의 경력을 과신하기보다, 맞닥친 현실에 당황하거나 비관하지 말고 (물론 안그러기가 쉽진 않다 ) 이제서야 비로소 가장 자기 자신다운 자신 만의 길을 걷는 것이니 만큼 차분히 준비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한 발 한 발 꾸준히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의 말처럼, 세상은 넓고 할 일은 아직 무궁무진하게 많다.


건강한 신체와,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은 아니지만 쉽게 꺼지지 않는 숯불과 같은 열정의 불꽃을 가슴 속에 간직할 수만 있다면, 어쩌면 예전보다 더 멋진 ‘아조씨’로 또다른 인생에 열정을 불태우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킹 C. 질레트는 48세에 세계적인 기업 질레트를, 레이 크록은 52세에 맥도날드를, 커널 샌더스는 65세에 KFC를 창업했다.


인생에 지금보다 더 좋은 타이밍은 없다!


끝으로 이 세상의 모든 아조씨 & 아주미들, 함께 화이팅 하시길


#경력 #꺼지지않는열정 #지금보다더좋은타이밍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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