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 아파트 101동 905호
옥자와 영수는 큰아들의 집으로 이사했다. 후에 작은아들이 있는 강릉으로 떠날 예정이라고 했다. 그들이 이사하는 날 배웅을 갔던 경숙은 그동안 시부모님을 돌봐주셔서 감사하다는 첫째 며느리의 인사를 받았다. 나날이 건강이 악화되는 시어머니를 어떻게 할 예정인지 경숙이 묻자 그녀는 시아버지를 비롯한 가족과 상의 후에 옥자를 작은 아들의 집과 가까운 요양원에 모실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랜 기간 부모님께 연락 한번 드리지 못했다는 자책은 작은아들 내외도 자신들 못지않게 하고 있다며, 옥자와 영수의 생활에 들어가는 비용은 모두 두 형제가 부담하기로 했으니 며느리는 아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로 경숙을 안심시켰다.
경숙은 앞으로 생활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노부부를 생각하니 마음이 놓이면서도 이제는 그들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컸다. 노부부도 마찬가지였는지 손자의 차에 짐을 다 싣고도 한참이나 경숙과 인사를 나눴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다고, 네 덕에 우리가 이렇게 살아서 자식과 손자들도 만났다고 손을 꼭 붙잡으며 말하는 그들에게 경숙은 건강히 잘 지내시라는 말을 몇 번이고 거듭했다. 지금 이 순간이 지나면 영수가 늘 쓰고 다니던 흰색 모자도, 옥자가 여름마다 사용하던 구멍 뚫린 부채도 부단히 그리울 것 같았다.
노부부의 이사로 경숙이 평일 오후에 하던 재가방문 활동이 중단되었다. 요양보호센터에 재가방문 요양보호를 신청해놓은 대기자가 있다면 금세 다른 노인을 배정받았겠지만, 현재는 대기자가 있지 않은 탓에 경숙은 당분간 오전에만 재가방문 요양 활동을 하게 되었다. 덕분에 오전에 일을 다녀오면 오후에는 시간이 많았다. 남편은 출근하고, 방학중인 딸은 수험생 신분이라 독서실에 가고 없으니 집에서는 집안일이나 TV 보는 것 외에 딱히 하는 게 없었다. 처음엔 한가한 오후 시간이 즐거웠어도 원체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좀이 쑤시는 성격이라 경숙은 할 일을 찾아 나섰다. 그러다 하게 된 일이 집집마다 경비실 에어컨 설치 동의서를 돌리는 것이었다.
지난번 생각보다 미미한 동의 수에 좌절됐던 경비실 에어컨 설치 안건은 입주자 대표 모임에서 다시 한번 이야기가 나왔다. 부녀회장님은 해가 지날수록 이웃끼리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는 분위기가 희미해지는데, 만약 올해도 입주민들의 자발적인 동의로 에어컨 설치를 하지 못한다면 나중엔 이 문제로 서로 얼굴 붉히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러니 각 집마다 동의서를 다시 돌리고 가급적이면 에어컨 설치에 동의하는 쪽으로 입주민들을 설득해보자고 의견을 냈다. 경숙은 이 의견에 적극적으로 동의했다. 마침 오후에 시간도 많아졌으니 101동 동의서는 자신이 돌리겠다고 나서기까지 한 거였다.
한 층에 두 집씩 있는 102동, 103동과 달리 복도식 구조인 101동은 한 층에 여섯 집씩 총 90가구가 살았다. 경숙은 꼭대기인 15층부터 아래로 내려오며 집집마다 현관문틈에 동의서를 끼워 넣었다. 그전에 초인종을 눌러보고 사람이 나오면 동의서를 직접 전달하며 경비실에 에어컨을 꼭 설치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당연히 동의해줘야 한다고 말하는 집도 있었지만 반응이 떨떠름한 집도 있었다. 혹여 이웃이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더라도 경숙은 넉살 좋게 웃으며 분위기를 풀었다.
10층까지 모든 동의서를 돌리고 9층으로 내려온 경숙은 901호의 초인종을 눌렀다. 인기척이 들리지 않은 것을 보니 아무도 없는 듯했다. 동의서는 반으로 접어 현관문틈에 끼워 넣었다. 그다음 바로 옆집인 902호 앞에 섰다. 그 순간 초인종을 누르려던 손이 멈칫했다. 갑자기 긴장이 찾아온 것이다. 다른 집을 방문할 때보다 초인종을 누르는 게 망설여졌다.
띵동. 띵동. 경숙은 902호의 초인종을 누르고서 초조하게 기다렸다. 동의서를 한 움큼 쥐고 있는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누구세요. 잠시 후 인터폰에서 앳된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동시의 경숙은 긴장이 탁 풀렸다.
"건우야, 905호 아줌마인데 잠깐 문 열어줄래?"
경숙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잠깐만요. 짧은 대답이 들려오고 머지않아 현관문이 열렸다. 예의 바르게 인사한 건우는 궁금해하는 눈으로 경숙을 올려다봤다.
"집에 혼자 있니? 부모님은 안 계셔?"
"네. 누나랑 둘이 있어요."
"그렇구나. 이거 경비실에 에어컨 설치하자는 내용 쓰여있는 종이인데, 경비실 아저씨들이 아파트 깨끗하고 안전하게 관리하려고 엄청 고생하시는 거 건우도 알지? 건우가 부모님한테 경비실에 에어컨 설치하는 거 동의하자고 잘 말씀드려줄 수 있을까?"
건우가 받은 동의서를 읽을 동안 경숙은 곁눈질로 집안을 살폈다. 여느 가정집과 딱히 다른 점이 없는 평범한 집이었으나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신발장 앞에 모여있는 빈 소주병들이었다. 열 병정도 되어 보이는 초록색 병들을 보자 얼마 전 건우 남매가 아빠에게 폭행당하던 날 집안에서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렸던 것이 생각났다.
"근데 소주병이 되게 많다. 부모님이 술을 좋아하셔?"
"아... 네. 아빠가요."
경숙의 물음에 건우는 조금 당황한 눈치였다. 경숙이 어색하게 웃는 아이를 보고 대화 주제를 바꾸려던 찰나에 방 안쪽에서 누나인 지우가 나왔다. 지우는 경숙을 보더니 연하게 웃으면서 인사했다. 경숙은 반가워하며 손을 흔들었다.
"너희 둘 다 방학이라 낮에는 집에 있구나. 아줌마도 당분간 오후에 일이 없어서 집에 있는데, 괜찮으면 내일 이맘때쯤에 우리 집에 놀러 올래? 아줌마가 피자 시켜줄게."
아이들은 경숙의 말을 듣더니 서로의 눈을 쳐다봤다. 대답이 곧바로 나오지 않아 경숙은 기다렸다. 그러면서 언뜻 훑었더니 아이들의 팔과 다리에는 멍자국이 군데군데 나 있었다. 가정폭력의 피해를 두 눈으로 확인한 이상 학대당하는 아이들을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대답을 망설이는 남매에게 경숙은 목소리를 낮추고 덧붙였다.
"아줌마가 엄마 아빠한텐 비밀로 할게. 그러니까 내일 꼭 와. 알았지?"
그제야 안심이 됐는지 아이들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경숙은 기다리겠다고 말한 뒤 902호의 현관문을 닫았다. 903호로 걸음을 옮기며 이 아이들이 오늘 밤엔 울지 않게 해달라고 간절히 빌었다.
경숙의 남편은 902호 가정사에 참견하는 아내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경숙이 아이들을 집에 불러서 이야기를 들어볼 예정이라고 하자 그는 괜히 남의 집 일에 끼어들었다가 우리 집으로 불똥 튀면 어떡할 거냐고 잔소리했다. 서연도 엄마의 오지랖이 화를 불러일으킬까 봐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902호 아저씨의 인상이 우락부락한 것이 엄마가 경찰에 가정폭력으로 신고라도 했다간 가만히 있을 것 같진 않다며 그냥 모르는 척하면 안 되냐 묻기도 했다.
그러나 경숙은 도저히 모르는 척할 수가 없었다. 잘못했다고 비는 아이들의 울음소리와 남편을 말리는 아내의 처절한 목소리만 떠올리면 그 집에서 벌어질 일이 자동으로 상상되면서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게다가 아이들의 팔다리에 나있는 멍을 두 눈으로 보기까지 했으니 더더욱 걱정돼서 모르는척하기가 불가능했다. 누군가 저지르는 폭력을 방관하는 것은 결국 폭력에 가담하는 것일 뿐이라는 생각에 경숙은 가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남매를 구할 방법을 찾는 거였다.
아무리 수다 떠는 걸 좋아하는 성격일지라도 한 가정에서 일어나는 불행을 여기저기에 떠벌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때문에 가족을 제외하면 경숙이 902호에 대해 상의하는 사람은 경비원인 정호뿐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정호는 이제 겨우 중학생이 된 지우가 질이 나빠 보이는 남학생 무리와 밤늦게까지 어울리는 모습을 종종 봤다며 가정에 상처받은 아이가 나쁜 길로 빠지는 건 아닐까 걱정했다고 했다. 그런 이야기까지 전해 들었으니 경숙은 하루라도 빨리 아이들을 위험에서 구출해주고 싶었다.
"어서 들어와 얘들아!"
오늘 꼭 놀러 오라고 했는데, 혹시나 오지 않을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는 사이 남매가 초인종을 눌렀다. 버선발로 달려 나간 경숙은 현관문을 열어주자 예의 바르게 인사하는 아이들을 살갑게 반겼다. 남매는 어제 봤던 가벼운 차림새가 아닌 긴 옷으로 팔다리를 가리고 있었다. 집안으로 들어와 우왕좌왕하는 아이들을 거실 소파에 앉힌 경숙은 미리 준비한 과일을 내오며 각각의 손에 포크를 쥐여줬다.
"건우야, 어제 부모님한테 잘 말했어? 경비실에 에어컨 설치하는 거 찬성해달라고?"
"네. 근데 엄마는 찬성하자고 했는데 아빠는 반대래요."
"어머, 이유가 뭔데?"
"우리가 쓰는 것도 아닌데 경비실 에어컨을 왜 우리 돈으로 해줘야하녜요."
건우에게 물은 질문에 지우가 새침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경숙은 그랬냐며 탄식했다. 예상은 했지만 에어컨 설치에 반대하는 사람 대다수가 그런 이유 때문 일거라고 생각하면 씁쓸하기만 했다.
경숙은 아이들의 학교생활이나 관심사를 물어보며 남매와의 자연스러운 대화 분위기를 유도했다. 씩씩한 성격의 건우는 학급에서 부반장을 맡고 있다 했고, 딱 사춘기 소녀처럼 수줍음이 많은 지우는 좋아하는 아이돌이 없냐는 경숙의 물음에 방탄소년단을 좋아한다고 대답했다. 마침 서연도 중학생 때부터 방탄소년단을 좋아했던 터라 우리 딸이랑 똑같다고 맞장구쳤더니 서연이 진짜냐며 반색했다. 딸 덕분에 방탄소년단 멤버의 이름을 모두 외우고 있는 경숙이 멤버 이름을 줄줄이 말하자 서연은 정확하다면서 해맑게 손뼉 쳤다.
미리 주문했던 피자가 도착하고, 남매가 피자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경숙은 심경이 복잡했다. 엘리베이터나 복도를 오가다 마주쳤을 때도 밝아 보였던 남매는 대화를 나눠보니 훨씬 더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아이들이 팔다리에 잔뜩 나있는 멍을 가리겠다고 긴 옷을 입고 놀러 온 게 마음을 미어지게 했다. 아빠에 관한 이야기를 언제 어떻게 꺼내면 좋을지 타이밍을 재던 경숙은 남매가 배불러할 때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근데 얘들아, 아줌마가 궁금한 게 있는데."
오물오물 피자를 먹던 아이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경숙을 쳐다봤다.
"너희가 아빠한테 혼나는 소리를 아줌마가 몇 번 들었거든. 혹시... 아빠가 너희를 많이 힘들게 하니?"
아빠가 너희를 때리니? 이런 직접적인 표현을 썼다간 남매가 상처받을까 봐 경숙은 최대한 돌려서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내내 웃음기를 띠고 있던 아이들의 얼굴이 삽시간에 어두워졌다.
"너희가 아빠 때문에 힘들면, 아줌마는 우리 건우랑 지우를 꼭 도와주고 싶어. 그러니까 아줌마한테 편하게 얘기해줄래?"
시선을 내린 채 대답이 없는 남매에게 경숙은 지금 이야기하기 어려우면 나중에 말해도 괜찮다고 덧붙였다. 같은 층에 살고 있으니 언제든 아줌마네 집에 놀러 와도 된다고, 집에 있기 싫거나 아빠한테 혼났을 때 와도 된다고 했음에도 남매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처음엔 화기애애했지만 순식간에 침울해진 분위기 때문에 경숙은 속이 탔다. 너무 섣불리 물은 게 아닌가 싶어 자책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저는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요."
건우보다 표정이 더 어두웠던 지우가 먼저 말을 꺼냈다. 건우가 어깨를 움찔거리며 누나를 쳐다봤다. 마찬가지로 깜짝 놀란 경숙은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지우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빠는 술만 마시면 저희를 때려요. 엄마도 때려요. 아빠는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에요."
경숙이 어제 902호 현관에 늘어서 있던 소주병을 보고 짐작했지만, 역시나 남매의 아빠는 술을 마시는 날마다 아이들을 때리는 거였다. 남자가 분노하는 원인은 아내에 대한 극심한 의처증 때문이었다. 아내가 타인과 연락하거나 접촉하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는 남자는 술만 마시면 별것도 아닌 일로 아내를 의심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그러다가 자식들한테까지 손을 대며 엄마를 감싸지 않도록 강요해왔던 것이었다.
아빠의 폭력이 너무 비일비재한 것인지, 집안 사정을 털어놓는 지우도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는 건우도 표정이 큰 동요 없이 담담하기만 했다. 그 모습에 오히려 눈시울을 붉힌 쪽은 경숙이었다. 지우는 엄마가 힘들어하니까, 자기만이라도 엄마를 속 썩이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착한 아이가 되려고 노력해왔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냥 다 모르는 척하고 싶다며 한숨 쉬었다. 경숙은 지우의 말을 듣고서 정호가 종종 목격한다는 아이의 모습이 생각났다. 지우뿐만 아니라 건우도 엄마를 위해 공부와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하는 거라고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냈다.
남매에게 경찰에 신고한 적은 없냐고 경숙이 묻자 지우가 대답했다. 엄마가 맞고 있을 때 몰래 신고하려다 들켜서 그날 엄마도 자기도 평소보다 더 많이 맞았다고. 그 이후로는 무서워서 신고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 클래스로 수업을 듣던 시기엔 아빠도 집에 있는 날이 많아서 더욱이 신고할 수 없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경숙은 코로나가 만들어낸 온라인 세상의 이면을 알게 된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지우의 이야기를 다 들은 경숙은 많이 힘들었겠다며 아이들을 진심으로 위로해줬다. 경숙이 등을 토닥여주자 그제야 지우가 울먹이더니 울음을 터뜨렸다. 서럽게 우는 지우와 달리 건우는 입술을 꽉 물고서 소리 없이 울기만 했다.
오늘 들은 이야기는 부모님께 절대 말하지 않겠다고 남매를 안심시킨 경숙은 너희와 엄마가 아빠로부터 벗어날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자신을 찾아달라고 했다. 한바탕 울었던 아이들은 다시 미소를 되찾은 얼굴로 집에 돌아갔다.
남매가 가고 난 후 경숙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경찰에 무작정 신고부터 했다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가정폭력이 끝나기는커녕 더 심해질 수도 있었다. 그것을 우려하니 섣불리 신고하기가 어려웠다. 아이들을 안전하게 아빠와 분리시켜놓을 더욱 확실한 방법이 필요했다. 뾰족한 수가 있는지 눈이 시리도록 인터넷을 뒤져봤지만 이거다 싶은 방법이 나오지 않았다.
독서실에 간 서연이 저녁 먹으러 올 시간이 되어서야 경숙은 인터넷 검색을 멈추고 일어났다. 그러다 식탁을 보고 내 정신 좀 보라며 깜짝 놀랐다. 방법 찾기에 몰두하다 보니 아이들이 먹다 남은 피자가 식탁 위에 그대로 올려져 있는걸 미처 생각하지 못한 거였다. 밀폐용기에 남은 피자를 담고 냉장고에 넣은 경숙은 피자 박스를 평평하게 접었다. 요즘같이 더운 날 음식물 묻은 박스를 집에 두면 초파리 꼬이기 쉬우니 곧장 분리수거장에 박스를 버리러 집을 나섰다.
아파트 입구부터 분리수거장까지 멀지도 않은데 덥고 습한 날씨 때문에 금세 팔뚝이 끈적해졌다. 얼마 전 강남 일대가 잠길 정도로 폭우가 쏟아지더니 조만간 비가 또 내릴 모양이었다. 분리수거장에 얼른 피자 박스를 버린 경숙은 잰걸음으로 101동 입구까지 걸어갔다.
그리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려던 그때, 현관 유리문에 붙어있는 어떤 종이 하나가 침침한 두 눈을 사로잡았다.
"명랑 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