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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수 Aug 06. 2023

워킹맘의 현실 ②

애 엄마는 뭐 하는데?

<워킹맘의 현실 ①> 파트에서 남성 육아휴직률에 관해 짧게 언급하며 육아의 몫은 여성이 맡아야 한다는 사회적 시선을 지적했다. 이번 파트에서는 여성에게만 당연시하게 할당되는 육아와 가사의 몫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내가 어린이집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당시에 원내에 확진자가 발생하면 아이들은 긴급하원을 해야 했다. 어린이집에서 첫 확진자가 나오고 그 이후 긴급하원해야 할 일이 잦았는데 그때마다 아이들을 데리러 오는 사람은 아이들의 엄마 또는 조부모들이었다. 아빠가 데리러 오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었다. 반대로 나와 같이 일하던 어린 자녀를 둔 엄마 선생님들은 자녀의 어린이집, 학교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반차를 쓰고 급히 퇴근하곤 했다. 아이들은 얼른 데리고 와 집에서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남편은 조퇴할 수 없는 상황이라 원장선생님과 다른 선생님들한테 양해를 구하고 허둥지둥 조퇴하는 엄마 선생님들을 볼 때면 나는 생각했다. 애 아빠는 뭐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육아와 가사노동은 여성의 역할이라는 고정관념이 아주 오래전부터 뿌리 깊게 박혀있다. 그래서 여자아이들을 대상으로 나온 장난감엔 유독 빨래, 청소, 목욕, 쇼핑, 요리와 관련된 역할놀이 장난감이 많고, 반면에 남자아이들을 대상으로 나오는 장난감엔 블록, 교통수단, 직업과 관련된 것들이 많다. 보육실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관찰해 보면 소꿉놀이는 주로 여자아이들이, 블록놀이와 자동차 놀이는 주로 남자아이들이 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렇게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장난감과 놀이를 통해 여자와 남자의 역할을 구분 짓게 되고 이에 따른 성 고정관념을 가지게 된다.


그 고정관념은 성인이 되어서 결혼을 한 이후에도 이어진다. 그래서 육아도 주로 여성이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여성 육아휴직률이 65%, 남성 육아휴직률이 4%인 통계 결과만 봐도 알 수 있다. 요즘 부부는 맞벌이, 공동육아가 당연한 시대라지만 현실은 남편이 돈을 벌고 맞벌이를 하더라도 아내가 육아를 전적으로 맡아서 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러니 일을 하다가 급하게 아이한테 가야 할 일이 생겼을 때 아빠와 엄마가 듣는 말이 다를 수밖에. 엄마가 아이 때문에 조퇴를 한다고 하면 그럴 수 있다고 이해를 받지만 아빠가 아이 때문에 조퇴를 한다고 하면 ‘애 엄마는 뭐 하는데?’와 같은 비아냥이 노랫말처럼 따라붙는 상황을 한 번쯤은 겪거나 들어보지 않았는가?


엄마가 아이 때문에 조퇴를 하는 게 그럴 수 있는 일이라 쳐도, 그 조퇴가 너무 잦아지면 어떨까? 당연히 엄마는 상사와 동료들의 눈치가 보일 것이다. 어쩌다 한 번도 아니고 자주 조퇴를 하는 직원을 어느 누가 반기겠는가. 아무리 아이 때문이라지만 이해를 받을 수 있는 정도엔 한계가 있다. 조퇴나 결근으로 인한 공백을 다른 직원이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남성은 자녀가 있으면 가장이라는 이유로 승진에 이익을 받기도 하지만 여성은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승진이 쉽지 않을뿐더러 직장에서 잘릴 위기도 감수해야 한다. 이처럼 여성들에겐 아이를 키우면서 직장을 다니는 것이 그리 녹록지 않은 일이다.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낳는 사람은 이상한 겁니다>라는 영상을 통해 우리나라 저출생문제에 관해 이야기를 했다. 여기서 최 교수는 아이를 키우고 집안일을 하는 데에 남녀 차이는 전혀 없다고 말하며 출생률이 오르려면 남성들의 태도가 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는 이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아이는 여성의 몸에서 태어났지만 부부가 함께 낳았음을 잊지 말아야 하며, 남편이 아내를 돕는 게 아니라 부부가 함께 그리고 동일하게 자녀 양육에 관여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분위기가 당연해져야 한다. 그렇게 해서 남성의 육아 휴직률도 올라간다면 부부가 지금보다 더 마음 놓고 육아와 직장을 동시에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만약 여성에게만 육아의 부담을 지게 하는 사회분위기가 변하지 않는다면 최재천 교수의 말대로 우리나라의 출생률은 오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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