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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수 Aug 13. 2023

워킹맘의 현실 ③

경단녀의 설움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의 주인공 '강단이'는 한때 잘 나가던 고학력 고스펙 카피라이터였으나, 결혼 후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경력이 단절된 이른바 '경단녀' 캐릭터로 등장한다. 남편과 이혼한 강단이는 아이를 혼자 키워야 하기 때문에 옛날에 잘 나갔던 경력을 앞세워 재취업에 도전하지만 장기간 경력이 단절되었다는 이유로 번번이 취업에 실패한다. 심지어 젊은이들의 자리를 빼앗으려 한다는 민폐녀 취급을 받기까지 한다. 한 아이의 엄마로서 누구보다 열심히 살며 가정을 책임지기 위해 아등바등했던 그녀는 '경단녀'라는 꼬리표 때문에 어떤 회사에서도 받아주지 않자 결국 모든 학력, 스펙, 경력을 숨긴 뒤 고졸로 학력을 속임으로써 출판사 '겨루'의 계약직 사원으로 위장취업에 성공한다.


이 드라마의 '강단이' 캐릭터는 대한민국의 모든 경력 단절 여성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캐릭터다. 일을 쉰 이유가 단순히 놀기 위해서도 아니고, 자녀를 키우고 가정을 책임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쉬었을 뿐인데 그 기간 동안 단절된 경력은 재취업을 할 때 어느 회사에서도 인정해주지 않는다. 심지어 이전에 잘 나갔던 이력이 있는 고학력 고스펙 보유자임에도 불구하고. 강단이는 수많은 좌절과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자식한테는 힘듦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강인한 엄마였다. 그러나 모성애는 위대하다고 추켜세워주는 사회분위기와 모순되게 대한민국 취업시장에서 엄마라는 경력은 무경력 신입보다도 기회를 제공받지 못하는 최고의 약점일 뿐이다.


자녀를 가진 여성들이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원인은 이미 앞선 파트들에서 설명을 했다. 집안일과 육아는 여자의 몫이라는 사회적 인식, 그로 인해 자녀 문제로 잦은 조퇴와 연차를 쓸 수밖에 없는 직장인 여성들, 노동 시간은 길어지고 일찍 하교한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학원 뺑뺑이를 돌려야만 하는 현실, 아이를 사교육 기관에 맡길 형편이 되지 않거나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직장을 그만두는 부모는 엄마와 아빠 중 대개 엄마 쪽이다. 아이를 집에 혼자 둬도 안심할 수 있는 나이가 되려면 최소 초등학고 고학년쯤 되어야 하는데 그러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8살부터 고학년인 12살까지 일을 쉬었다 해도 경력 단절기간이 무려 5년이다. 만약 조금 더 일찍 일을 그만둬서 조금 더 늦게까지 아이를 키운 후 취업시장에 뛰어드려면 경력단절 기간이 최소 6년 이상이 되는 것이다.


취업 시장에서 장기간 경력이 단절되었던 지원자보다 이제 막 사회에 뛰어든 무경력 신입이나 경력직 신입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어떤 회사든 아무래도 나이가 있는 사람보단 젊은 사람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다 보니 이러한 현상이 좀처럼 바뀌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 현상이 바뀌지 않고 지속된다면 도대체 경력이 단절된 여성은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해야 한단 말인가. 아마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은 특별한 기술과 젊은 나이가 필요 없는 마트 캐셔나 청소부 아니면 학원을 다녀서 자격증을 따면 취업이 가능한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같은 직업군으로 빠지게 될 확률이 크다.


출생률 감소 이유 중에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이 영향을 끼쳤다는 통계청 분석도 있다. 여성이 뒷바라지해 남성만 대학에 진학하고 사회에 진출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여성도 대학에 진학하고 사회에 진출이 가능하다. 힘겹게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에 성공했는데 내가 그동안 일궈온 모든 노력이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이유로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여성들은 원하지 않는다. 심지어 한번 경력이 단절되면 다시 직업인으로서 살아나는 것이 힘들 다는걸 모두가 알고 있는데 어떤 여성이 자신이 일궈온 삶을 포기하고 자녀를 기르고 싶어 할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기업으로 하여금 경력단절 여성을 고용했을 때 이익을 주는 방식을 도입해서라도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여성에 대한 취업 혜택이나 지원이 필수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여성이 엄마로서의 삶과 직업인으로서의 삶을 양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출생률을 상승시킬 수 있는 핵심 포인트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어머니는 위대하다며 자녀를 가진 여성을 추켜세우면서 정작 어머니라는 이유로 취업에 불이익을 주는 모순된 사회 분위기부터 바뀌어야 하는 것이 첫 번째다. 진정으로 어머니가 위대하다고 생각한다면, 위대한 사람에 맞는 대우를 해주길 사회와 정부 그리고 많은 고용주들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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