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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수 Aug 20. 2023

애 하나 키우는데 드는 돈이 억 소리 나 ②

자녀 사교육에 26조 원 쓰는 대한민국 부모들

통계청 조사 결과 2022년 한 해 동안 부모들이 지출한 자녀의 사교육비가 26조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사를 시작한 2007년 이후로 역대 최고 수치이며 이미 최고 수치를 달성했던 2021년에서 단 1년 만에 또다시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출생률은 점점 떨어지고 그만큼 사교육을 받는 아이 수도 줄어들었을 텐데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바로 자녀 1명당 받는 사교육비의 액수가 커졌기 때문이다.


통계 결과를 교육기관 별로 봤을 때 초등학생의 사교육비 지출 폭이 가장 크게 상승했다고 한다. 한참 뛰어놀면서 자랄 시기인 아이들이 학원 책상 앞에 앉아 사교육을 받는다는 말이다. 내가 초등학생이었던 20년 전만 해도 친구들은 기껏해야 피아노, 태권도 학원만 다녔지 국어 영어 수학을 배우러 다니는 애들은 지극히 드물었다. 대부분 초등학생이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놀이터에서 뛰어놀기 바빴다. 그러나 요즘 초등학생들은 선행학습이라는 명목으로 학교 끝난 후에 바로 학원으로 가 수준에 맞지 않는 수업을 듣고 문제집을 푼다. 내가 교과목 학원에 다니는 초등학생이라고 상상만 했을 뿐인데도 숨이 턱 막힌다.


과연 초등학생들만 그럴까? 아니다. 한글도 아직 제대로 읽을 줄 모르는 미취학 아동들이 영어유치원에 가기 위해 알파벳을 공부한다. 그리고 테스트를 거친 뒤 영어 유치원에 입학에 성공하면 부모들은 월평균 175만 원에 달하는 이용료를 지불하고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낸다. 월평균 175만 원이면 두 달만 다니더라도 대학교 1학기 등록금과 맞먹는 금액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영어유치원의 입학경쟁률이 치열해서 보내고 싶어도 못 보내는 부모가 많다는 게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아이들의 인구는 날이 갈수록 감소하는데 사교육비가 매년 천정부지로 치솟는 이유는 학력과 스펙에 집착하는 대한민국의 사회분위기 때문인 것도 한 몫한다. 성공하기 위해선 좋은 대학을 나와야 하고, 좋은 대학을 나오려면 성적이 좋아야 하고, 성적이 좋아지려면 공교육만으로는 안되기 때문에 부모들이 무리를 해서라도 자녀들에게 사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학교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것보다 학원, 과외, 인터넷강의 같은 사교육의 질이 훨씬 좋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지금은 그 시절보다 더 심해졌으면 심해졌지 절대 덜하지 않다.


나는 아이가 성적에 부담 갖지 않도록 자유롭게 키울 거야!라고 당차게 생각한 부모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녀의 주변 친구들 모두가 사교육을 받는 중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자녀가 뒤쳐진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음에도 사교육을 고려하지 않을 부모가 있을까? 내 아이만 동떨어진 것 같고 내 아이만 다른 아이들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초조하지 않을 부모는 거의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웬만한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는 게 당연해져 버린 대한민국 사회가 사교육비를 천정부지로 치솟게 만드는 거나 다름없다.


지난해 자녀 1인당 사교육비 금액은 월평균 41만 원이었다고 한다. 이는 어디까지나 평균 금액일 뿐 사교육을 받지 않는 자녀까지 평균값에 포함된 걸 고려하면 월평균 금액은 41만 원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월평균 사교육비를 70만 원 이상 쓴 학생 비중도 19.1%로 전년도보다 3.3% 증가해 사교육비의 양극화도 점차 심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월평균 소득이 높은 가정일수록 사교육비로 지출하는 금액이 더 크다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해가 지날수록 빈부격차가 심해지듯 아이들의 사교육 빈부격차도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한 집당 사교육비 지출 금액이 월평균 40만 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자녀의 사교육비를 다달이 지출한다면 2,880만 원이다. 만약 자녀가 초등학교 5학년부터 사교육을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3,840만 원이다. 이때 자녀가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라면? 월평균 사교육비가 40만 원 이상이라면? 계산해보지 않는 게 부모 마음이 편할 듯하다.


앞선 파트에서 말했듯 부부의 자녀 한 명이 일정 나이가 지나면 월 10만 원 받던 아동수당이 끊긴다. 그때부터 순수 부모의 소득만으로 자녀를 길러야 하는데 웬만큼 부유한 가정이 아니라면 자녀의 사교육비를 감당하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사교육을 안 시키기엔 내 아이 빼고 모두가 사교육을 받는 분위기 속에서 뚝심 있게 버티는 게 불가능할 것이고. 돈 때문에 사교육을 시켜주지 않는다고 자녀에게 원망이라도 산다면 부모로서 얼마나 미안하고 마음 아프겠는가.


사교육 과열을 막기 위해 정부에서 여러 가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데 과연 정부가 못하게 막는다고 대한민국 부모들이 자녀의 사교육에 돈쓰기를 주저할까 의문이다. 성공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학벌을 중요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사교육시장은 절대 망하지 않으리라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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