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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수 Aug 21. 2023

애 하나 키우는데 드는 돈이 억 소리 나 ③

등골 휘는 소리는 대학 입학부터가 진짜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비싼 사교육비를 어떻게든 감당하며 키웠다고 해보자. 하지만 부모의 등골이 휘는 소리는 자녀가 대학에 합격했을 때부터 진짜로 시작된다.


등록금이 저렴한 국립대학도 있고 국가장학금이라는 좋은 제도가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립대학보다 사립대학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필자도 국가장학금의 혜택을 받고 대학을 나왔지만 모든 대학생이 국가장학금을 받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번 파트는 일반 사립대학, 국가장학금을 받지 않거나 받는다 해도 집안 사정이 녹록지 못한 상황을 가정하고 서술하겠다.


대학입학 전 자녀의 사교육비가 월평균 40만 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이 금액은 자녀가 대학에 입학한 후에는 한 달 용돈으로도 부족한 금액이 된다. 우선 사립대학교의 등록금부터가 만만치 않다. 학교와 과에 따라서 천차만별인 등록금은 한 학기에 300만 원대부터 최대 600만 원대까지 상당히 비싼 금액이다. 2023년 국가장학금 학기별 최대 지원금액인 350만 원을 받더라도 나머지 금액을 사비로 해결하거나 학자금 대출을 받아서 메꿔야 한다. 물론 350만 원이라는 지원 금액도 기초수급자나 차상위계층에 해당할 경우만이다. 가정의 소득 구간 별로 차등 지급되는 국가장학금은 최저 지원 금액이 175만 원이다. 국가장학금을 받는 학생이라면 이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등록금을 마련해야 하고, 국가장학금을 받는 학생이 아니라면 값비싼 등록금을 생돈으로 내야 한다.


한 학기 등록금은 어찌어찌 해결했다고 치고, 그다음 필요한 돈은 기숙사 등록비 또는 자취방 마련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기숙사는 타 지역 학생들을 우선순위로 들어가게 해 주지만 이마저도 성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가차 없이 기숙사생 선발에서 탈락된다. 그렇다면 타 지역에서 온 학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자취방을 구해야 하는데, 혹시 서울의 원룸 보증금과 월세가 얼마인지 아는가? 아무리 대학가 근처라고 해도 사람 사는 집 같은 방은 월세가 최저 50만 원부터다. 이것도 보증금이 최소 천만 원이라고 가정했을 때지, 집 컨디션에 따라서 보증금은 몇천만 원 단위로 올라갈 수 있고 만약 목돈이 없어서 보증금을 낮춰야 한다면 그만큼 월세를 더 올려서 계약을 해야 한다. 내 지인 H가 최근 직장과 가까운 자취방을 구하기 위해 서울 송파구 일대의 방을 보러 다니는데 8평 남짓한 원룸의 반전세 가격이 2억이라고 했다. 나는 이 금액이 저렴한 편이라는 말을 듣고 기함했다. 나의 또 다른 지인 S의 자취방을 알아보기 위해 건대입구역 근처 부동산을 돌아다녔을 때 전세 보증금 1억을 이야기했다가 들리는 부동산마다 그런 집은 없다고 비웃음을 샀던 기억도 난다. 지방이라면 상황이 좀 낫겠지만 서울에서 돈을 아끼고 아껴 저렴한 집을 구한다고 해보면 그곳은 도저히 사람 사는 집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열악한 환경임은 설명하지 않아도 예상될 것이다.


어쨌든 등록금에 기숙사 또는 자취방까지 어렵게 마련했다. 그다음 남은 건 무엇인가? 바로 한 달 생활비다. 내가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부모님께 받는 용돈이 한 달에 30만 원 남짓이었다. 많은 금액은 아니었지만 아껴 쓰면 그럭저럭 생활할 수 있을 만큼의 돈이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의 물가로는 절대 월 30만 원 가지고 살아갈 수 없다. 국밥 한 그릇에 만원 하는 고물가시대에 대학생이 하루에 두세 끼 밥을 먹고 필요한 옷이나 물건을 사고 친구들과의 시간도 보내기 위해선 최소 50만 원은 필요할 것이다. 50만 원도 상당히 보수적으로 책정한 금액이고 부족함 없이 학교를 다니려면 한 달 생활비를 넉넉히 70만 원 이상은 생각해야 한다.


물론 성인이 되었으니 아르바이트를 해서 용돈을 충당하는 착한 자녀들도 있다. 필자 또한 대학생 때 아르바이트와 국가근로 장학생으로 일하며 대학생활에 필요한 용돈을 스스로 벌었다. 그렇지만 국가장학금을 받아도 부족했던 사립대학교 등록금을 학자금대출을 받아서 메꿨기에 천만 원 가까운 빚을 안고 대학을 졸업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었을 때 학자금 대출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출발지점은 분명하게 차이가 있다. 어떤 부모든 자녀가 또래와 같은 출발선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길 바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자녀가 대학에 졸업할 때까지 뒷바라지를 해줘야 하는데 타지의 사립대학교에 다니는 자녀에게 들어가는 돈은 등록금, 자취방세, 용돈까지 미성년자 때 사교육비로 지불했던 금액과는 비교도 할 수가 없다.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자신이 공부하고 놀 시간을 아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에겐 성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훈수 둘 게 아니라 대단하고 기특하다고 진심으로 격려를 해줘야 한다.


어떤 부모는 자녀를 성인까지만 키워놓으면 고생도 끝일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그 생각은 큰 오산이다. 자녀에게 이제 성인이 되었으니 등록금이든 용돈이든 네가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는 부모는 상당해 무책임한 부모다. 적어도 부부의 의지로 아이를 낳았으면 자녀가 사회인이 될 때까지 책임질 각오 정도는 반드시 했어야 한다는 걸 분명하게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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