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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수 Aug 20. 2023

애 하나 키우는데 드는 돈이 억 소리 나 ①

아이 한 명을 낳으면 받는 돈은?

정부의 출생률 상승 지원 정책 중에 다양한 수당 지급이 있다. 먼저 부모급여는 2023년 기준으로 만 0세 아동 부모에게 월 70만 원, 만 1세 아동 부모에게 월 35만 원이 지급된다. 그리고 부모급여와 중복수령이 가능한 아동수당은 자녀가 만 8세가 될 때까지 매월 10만 원이 지급된다. 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지급되는 양육수당도 있다. 이 수당은 생후 24개월부터 취학 전 나이인 만 7세까지 매월 10만 원이 지급되지만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면 지급이 중단된다. 양육수당은 부모급여 지급이 끝난 후에 지급되기 때문에 중복수령이 불가능하다.


2024년부터는 부모급여가 만 0세 아동 100만 원, 만 1세 아동 50만 원으로 금액이 상승한다고 한다. 나의 직장동료였던 K는 부모급여를 더 받기 위해 아이가 2024년에 태어나도록 시기를 계획해서 임신을 했다. K와 같은 사례는 출산 시 나라에서 지급하는 지원금의 금액이 자녀계획이 있는 부부에게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 받는 각종 수당이 아니더라도 임신했을 때 받을 수 있는 각종 수당과 혜택도 있긴 하다. 또 지역별로 받을 수 있는 혜택과 금액이 상이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나는 의문을 가진다. 과연 이 정도의 혜택만으로 청년들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을까?


미취학 아동을 키울 때엔 드는 돈이 아주 많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는 아이의 몸에 맞게 옷도 자주 바꿔줘야 하고, 아이가 씩씩하게 걸을 때까지 타고 다닐 유모차는 한두 푼 하는 게 아니며, 아이가 가지고 놀 장난감도 연령에 맞게 사줘야 한다. 그뿐만인가. 영유아 때 먹일 분유와 기저귀값도 만만치 않다. 물론 분유와 기저귀값은 부모급여로 충당이 가능하겠지만 부모급여 지급이 중단된 이후에 받을 수 있는 수당 금액은 현저히 줄어들어버린다. 즉, 자녀가 생후 일정 개월이 지나면 부모의 소득으로만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말이다.


아동수당이 지급되는 마지노선 나이인 만 8세가 지나면 어떨까? 아이는 기저귀도 분유도 장난감도 필요 없는 나이가 되었지만 부모가 출근해 있을 동안 다닐 학원비가 필요하다. 이 학원비에는 그동안 지급받은 10만 원이 우스워질정도의 큰 금액이 든다. 초등학생 아이가 학원에 다녀야 하는 이유는 <학원을 맴도는 아이들> 파트에서 설명했고, 우리나라 사교육비에 관한 내용은 다음 파트에서 자세히 설명하겠다.


자녀가 영유아 시기가 지나면 실질적으로 부모의 소득만으로 아이를 키워야 하는데 요즘 같은 저임금 고물가 시대에 아무리 맞벌이부부라도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만만치 않다. 만약 둘째 셋째를 낳기라도 하면 돈이 배로 들어갈 것이다. 그러니 요즘 부부들은 하나만 길러도 부담이 되기 때문에 둘째 셋째는 낳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거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2년 전체 출생아 중 첫째 아이의 비중은 62.7%, 둘째 비중은 30.5%, 셋째 이상은 6.8%로 나타났다. 이 통계에 따라 요즘시대에 셋째를 낳는 가정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다자녀 혜택의 기준은 자녀가 3명 이상일 경우다. 하지만 둘조차도 낳지 않으려고 하는 부부들에게 아무리 다자녀 혜택을 홍보해 봤자 부부들은 아이를 셋씩이나 낳을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당장 둘만 낳아도 파격적인 혜택을 지급한다고 해야 둘째 계획을 생각이라도 해볼지 모른다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기 전까지 고작 월 10만 원 지급해 주는 걸로 부부들이 아이를 낳을 거라고 기대한다면 그것은 현실을 제대로 모르는 정부의 크나큰 착각이다. 자녀 한 명이 성인이 될 때까지 키우는데 드는 돈이 억 단위라는데 몇 년만 월 10만 원 받겠다고 아이를 낳겠다는 부부들이 과연 있을까? 원래 자녀계획이 있는 부부들이라면 이 지원금 한 푼 한 푼이 소중하고 유용하겠지만 자녀계획이 없는 부부들을 설득하기엔 턱없이 모자란 금액일 뿐이다.


다음 파트에서는 아이를 키우는데 돈이 왜 이렇게 많이 드는지 설명하려고 한다. 웬만한 중산층 가정이 아니라면 아이 한 명도 제대로 키우기 빠듯한 것이 대한민국 평범한 가정의 현실. 정부는 이 현실을 똑바로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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