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을 이루는 풀꽃 9

편의점을 찾는 손님들

by 김유수

한바탕 장마가 지나가자 숨 막히는 더위가 연일 이어졌다. 편의점에 출근한 유진은 가장 더울 시간에 에어컨 바람을 마음껏 쐬도 되는 곳에서 일하는걸 다행이라고 여겼다. 땀을 한가득 흘리며 들어오는 손님들을 보면 그들이 느끼는 더위가 계산대까지 번지는 듯했다.



"봉투 드릴까요?"

"그럼 이걸 손으로 들고 가?"



여름에 일하면서 느끼는 단점이 한 가지 있다면 짜증 내는 손님이 많아진다는 것이었다. 캔음료 세 개를 산 중년 남성에게 봉투 여부를 묻자 그는 톡 쏘는 말투로 반문했다. 더위 때문인지 사는 게 팍팍해서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사소한 이유로 컴플레인을 걸거나 말을 무례하게 내뱉는 소위 진상 손님이 요즘 들어 부쩍 늘었다. 이 남성도 유진이 봉투를 내밀며 합계 금액에 20원을 더하자 그걸 또 값을 받냐며 궁시렁댔다. 대꾸하지 않는 유진에게 남자는 봉투 필요 없다며 짜증 내더니 음료를 손으로 들고나갔다. 안녕히 가시라고 친절하게 말했지만 유진은 기분이 상당히 나빴다. 비닐봉지 유상 제공이 의무화가 된 지 몇 년째인데도 지금처럼 봉투값 때문에 손님과 얼굴을 붉히는 일은 끊이지 않았다.



[서울경찰청] 동산구에서 실종된 김옥자씨(여, 87세)를 찾습니다 - 156cm, 41kg, 상아색 상의, 보라색 바지, 검은색 단화



계산대 앞에 앉아 공부하던 유진은 재난문자 알림 소리를 듣고 핸드폰을 확인했다. 날마다 오는 코로나 확진자 관련 내용이거나 폭염 주의에 관한 내용이겠거니 했는데 아니었다. 동산구에서 실종된 노인을 찾는다는 문자였다. 나이가 팔순이 넘은 할머니가 이 더운 날에 어디를 가셨을까. 잠깐 그런 생각을 했을 뿐 유진은 핸드폰을 끄고 다시 공부에 집중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초등학생들 여럿이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집중의 시간은 끝나버렸다.



시끄러운 초등학생 무리들 서너 팀이 다녀 가고 나면 편의점은 늘 아수라장이 되어있었다. 테이블에 흘린 음식을 닦고 가는 건 기대도 하지 않는다. 쓰레기라도 제대로 버려줬으면 좋겠는데 바닥에 나무젓가락 껍질이 떨어져 있는가 하면 쓰레기통 뚜껑에 삼각김밥 포장지가 끼어있기도 했다. 유진은 행주와 소독액을 들고 테이블과 쓰레기통 주변을 청소했다. 아이들이 집었다 내려놨다 하면서 흐트러진 상품들도 보기 좋게 줄 맞춰 정리했다.



"어서 오세요."



청소를 다 끝낸 유진이 이제 막 의자에 앉아 쉬려고 할 때였다. 딸랑딸랑 종소리가 울리면서 손님이 들어왔다. 머리가 희고 허리가 굽은 할머니 손님이었다. 그녀는 무엇을 찾는 듯 두리번거리더니 계산대 앞으로 다가왔다.



"보소, 아가씨. 여가 해동 국민학교가 아닌교?"



찾는 물건이 있는 줄 알았으나 할머니는 예상 밖의 질문을 했다. 여기 앞은 명화 초등학교예요. 유진이 대답하자 할머니는 그럴 리가 없다며 횡설 수설 했다.



"그럼 해동 국민학교는 어데로 가야하누. 시방 늦을까 봐 버스까지 타고 후딱 왔구먼. 아이고."



안절부절못하는 그녀는 유진이 단번에 알아듣기 힘든 말투로 해동 국민학교만 계속해서 찾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유진이 지도 어플에 해동 초등학교를 검색해봤지만 이 주변에 그런 초등학교는 없었다.



"할머님, 손자 데리러 오셨어요? 손자가 해동 초등학교에 다니는 거 맞아요?"

"손자 아니고 딸! 아홉 살이여 우리 명순이."

"네? 딸이요?"

"아가 엄마가 데릴러 왔으면 좋겠다구 하도 졸라서 내가 빨래하다 말구 데릴러 온 거잖어."



당연히 손자를 데리러 온 할머니일 거라 생각했던 유진은 어딘가 이상한 할머니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할머니에게 딸이 있다 한들 그 딸의 나이가 아홉 살인 건 아무래도 믿기 힘든 일이었다. 할머니에게 여기까지는 어떻게 왔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집 앞에서 버스를 타고 왔다고 했다. 버스 요금이 400원인데 기사가 자꾸만 600원을 더 내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유진은 할머니가 치매환자가 아닐까 하고 짐작했다.



그리고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머릿속을 불현듯 스치고 간 것이 있었다. 한 시간 전쯤에 온 재난문자였다. 유진은 할머니가 어떡하냐며 발을 동동 구르는 사이에 핸드폰 알림 창을 확인했다. 그다음 할머니의 옷차림을 살펴봤다.



낡은 손가방을 들고 있는 그녀는 색이 바랜 모시 셔츠와 보라색 고무줄 바지를 입고 있었다. 게다가 신발은 앞코가 다 헤진 검은색 단화였다. 등이 굽었지만 체형을 봤을 때 재난문자에 나와있는 키랑 몸무게와 얼추 맞아떨어질 것 같았다. 그러니까, 지금 눈앞에 있는 이 할머니가 동산구에서 실종되었다는 할머니일 가능성이 큰 것이었다.



"할머님,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내 이름? 옥자. 이름은 와?"



역시 그녀의 이름은 옥자가 맞았다. 유진은 갑자기 심장이 쿵쿵 뛰었다. 실종자를 발견하다니, 이런 일은 난생처음 겪어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일단은 그녀를 데리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계산대 문을 열고 나와 테이블 쪽으로 할머니를 안내했다.



"옥자 할머님, 일단 여기에 앉아 계세요. 제가 해동 국민학교가 어디 있는지 찾아볼게요."

"아이고, 젊은 아가씨가 맴도 예뻐."



최소 한 시간 이상은 밖에서 배회했을 할머니의 건강이 걱정됐던 유진은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와 그녀에게 건넸다. 그리고 할머니한테 쉬고 있으라고 말한 뒤 창고 안으로 들어와 헐레벌떡 재난문자에 나와있는 번호로 전화했다.



"여보세요? 아까 재난문자 보고 전화했는데요. 네 실종자 찾는 문자요. 김옥자 할머니가 저랑 같이 계세요."



유진은 연결된 경찰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편의점의 위치와 할머니의 상태를 전달했다. 전화하는 사이에 할머니가 사라지기라도 했을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다행히 그녀는 의자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핸드폰 너머에서는 곧 경찰이 출동할 테니 할머니를 잘 보호해달라고 당부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화를 끊은 유진은 할머니를 어떻게 모시고 있어야 할지 고민했다. 이런 일도 처음인데 치매 증상을 보이는 노인을 만난 것도 처음이라 더욱 난처했다. 할머니가 딸을 데리러 가야 한다며 편의점을 나가겠다고 고집이라도 부리면 더욱 큰일이었다. 경찰이 언제 올지 모르니 우선은 그녀에게 말동무를 해주며 시간을 끌어보기로 했다.



"할머님, 그런데 가족분들은 어디 계시고 혼자 나오셨어요?"



유진은 할머니의 맞은편에 앉아 살갑게 말을 걸었다. 그녀는 첫째 아들도 학교에 갔고 막내아들은 옆집에 맡겨놨다고 했다. 타지로 돈 벌러 간 남편은 한 달에 한두 번 집에 오기 때문에 어린 자식들을 홀로 키운다는 이야기하는 그녀는 완전히 과거에 갇혀버린 듯했다.



"자식이 셋이나 있어서 좋으시겠어요."

"좋구 말구. 내가 힘들어두 새끼들 키우려면 열심히 살아야제."

"남편분 걱정은 안 되세요?"

"걱정할 것도 읎어. 우리 아저씨 전쟁터에도 나갔다 온 양반인디."

"전쟁이요?"

"아 왜 몇 년 전에 북한군이 쳐들어왔었잖어. 그때 우리 아저씨가 목숨 바쳐서 나라를 지킨 거 아녀."



할머니는 남편 이야기를 할 때 눈에 생기가 돌았다. 남편을 자랑스러워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유진은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얼마 전에 봤던 폐지 줍는 할아버지를 떠올렸다. 가족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참전 영웅의 삶이 그리 녹록지 않다는 걸 생각하니 쓴웃음만 지어졌다.



"근데 아가씨, 이 마스크는 대체 왜 해야 되는감?"

"마스크요?"

"답답해 죽겄어. 날도 더운디 아저씨가 이걸 꼭 쓰고 나가야헌다구 하도 성을 내는 바람에..."



푸념하듯 말하던 할머니는 갑자기 말끝을 흐렸다. 그러더니 곧 내 정신 좀 보라며 말을 더듬었다. 유진이 왜 그러시냐고 묻자 그녀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혼자 밖에 나가지 말라했는디 시상에나 이걸 어째. 아가씨, 여기가 지금 어디여?"



과거에서 현재로 다시 돌아온듯한 할머니가 많이 놀란 것 같아 유진이 침착하게 설명하려던 참이었다. 편의점 문이 열리면서 경찰관 두 명이 들어왔다. 그들은 할머니에게 다가오더니 김옥자 씨가 맞냐고 물었다. 어리둥절해하는 할머니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순경 중 한 명이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



"김옥자 씨 찾았습니다. 현재 위치 명화 초등학교 앞 GS편의점입니다."

"할머님, 할아버지랑 요양보호사 선생님께서 찾고 계세요."



다른 순경은 할머니에게 상황을 천천히 설명했다. 자신이 큰 실수를 했다는 걸 알고 할머니는 이걸 어떡하냐며 안절부절못했다. 순경은 다친 곳이 없으시면 그걸로 다행이라고 할머니를 안심시켰다. 무전기에 지금 바로 복귀하겠다고 보고한 순경은 유진에게 말했다.



"제보자분 맞으시죠? 할머니 보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생각보다 빨리 와주셨네요."

"한 버스기사님께서 실종자로 보이는 할머니를 명화초등학교 정류장에서 내려줬다고 제보해주셨어요. 그래서 이쪽으로 출동하던 중에 제보자분께 제보 들어온 걸 보고받고 바로 왔습니다."

"그랬구나. 진짜 다행이에요."



순경들은 걸음이 느린 할머니를 양 옆에서 부축했다. 유진은 편의점 문을 열어주고 할머니가 경찰차에 탈 때까지 밖에서 지켜봤다. 유진이 차에 탄 할머니에게 건강하시라고 인사하자 그녀는 고맙고 미안하다며 손을 흔들었다. 경찰차가 골목 너머로 사라지고 나서야 유진은 편의점 안으로 들어왔다.



어쩌다가 실종자를 발견하고 신고하면서 벌어진 일들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마치 꿈을 꾼 기분이었다. 유진은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겪은 일 중에 오늘 일이 아마도 가장 특이하고 기억에 남는 사건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슬쩍 보고 넘긴 재난문자가 이토록 큰 힘을 발휘할 줄은 전혀 몰랐기에 앞으로 오는 재난문자를 더욱 세심히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할머니가 가족들 품으로 무사히 돌아갔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매대 정리를 하고 있는데 마침 핸드폰에서 재난문자 알림음이 울렸다. 잠금화면에 뜬 내용을 읽은 유진은 뿌듯하게 미소 지었다.



[서울경찰청] 시민 여러분의 관심과 제보로 경찰은 실종자 김옥자 씨를 안전하게 발견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명화 초등학교가 방학을 맞이하면서 아이들로 북적거리던 편의점의 평일 오후가 여유로워졌다. 유진은 한 달 남짓 누릴 수 있는 여유로움을 이용해 컴활 자격증과 한국사 자격증을 취득해볼 계획이었다. 이렇게 일하면서 공부할 수 있는 것도 점장님이 취준생의 사정을 이해해주는 좋은 분이기 때문이었다. 다른 편의점은 알바생이 일을 잘하는지 아닌지 CCTV까지 돌려보며 수시로 감시하는 점장님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알바생이 많다고 했다. 감시당하면서 일하는 게 얼마나 부담되고 숨 막히는 일인지 유진은 뼈저리게 느껴본 터라 좋은 점장님을 만나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오늘도 원장님한테 다들 한소리 들었어]

[CCTV에 웃는 얼굴 안 찍히면 정서학대로 몰린다고 주의하래]

[이제는 교사가 안 웃어도 아동학대래 진짜 너무하지 않아?]



어린이집 일과가 끝났을 시간에 혜영에게서 카톡이 왔다. 유진은 카톡 내용을 읽자마자 한숨을 쉬었다. 세상이 보육교사를 벼랑 끝으로 내몰아도 너무 내몬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1년 초에 한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사건이 크게 터진 이후로 전국 어린이집은 사각지대가 없게끔 모든 보육실에 CCTV를 추가로 설치했다. 그뿐만 아니라 원장들은 아동학대를 예방할 책임이 있다며 수시로 CCTV를 확인하라는 지침을 받았다. 덕분에 교사들은 어린이집에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며 일해야 했다. 단 1분이라도 CCTV에 아이 한 명이 구석에 동떨어져있는 모습이 찍혀선 안되고, 아이가 다쳤을 때 교사의 반응이 아주 조금도 늦어서도 안되고, 아이가 등원했을 때 반겨주는 리액션이 작아서도 안되고, 아이들을 잠깐만 등져도 안되고, 간식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음식을 함부로 먹여도 안되고. 가뜩이나 보육교사는 아동학대로 몰릴 수 있는 정황이 생길까 봐 하면 안 되는 일이 너무 많은데 이제는 웃지 않으면 정서학대로 몰리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유진은 어린이집에서 일할 당시 CCTV의 존재 때문에 숨 막혔던 기억을 떠올렸다. 아이들을 인솔하던 중 혼자 다른 방향으로 가려는 아이의 손을 살짝 잡아끌었는데 CCTV상에서는 강압적으로 잡아당기는 것처럼 보인다며 원장에게 지적을 받은 적이 있었다. 우는 아이를 안고 달래느라 다른 곳에서 넘어진 아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는데 특정 아이만 그렇게 오래 안고 있어서 대처가 늦은 거라는 지적도 받았다. 거기까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집에서 잠을 못 자 누워서 쉬는 아이를 교사가 신경 쓰는 듯한 모습이 찍히지 않았다며 이 상황이 방임처럼 보인다는 지적을 받았을 땐 정말이지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을 느꼈었다.



더 서글픈 사실은 어린이집 내에만 CCTV가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바깥놀이를 나가면 사방이 CCTV였다. 아이들과 손을 잡고 길을 걷거나 횡단보도를 건널 때 걸음이 느린 아이를 잡아끌기라도 하면 그 장면을 차량 블랙박스로 촬영한 누군가가 어린이집 선생이 아동학대를 하는 것 같다며 맘 카페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어린이집들 사이에서 이러한 사례들이 공공연하게 퍼지자 보육교사들은 밖에서조차 감시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만 3세 기준으로 교사 한 명당 열다섯 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보다 보면 모든 아이를 동시에 신경 쓰는 게 불가능한 일인데 우리 사회는 보육교사가 놓친 찰나의 순간도 용납하지 않고 아동학대라며 손가락질했다. 요즘은 아이의 몸에 상처가 나면 담임선생님부터 의심하는 부모들이 워낙 많은 데다가 교사의 사소한 행동, 표정, 손짓하나 하나를 아동학대처럼 보이게 만들어버리는 CCTV 때문에 유진은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었다.



[아동학대 가해자 10명 중 9명은 친부모]



유진은 최근에 올라온 인터넷 기사를 찾아 혜영에게 링크를 보냈다. 기사 내용에는 한 시에서 올해에 신고 접수된 아동학대 가해자 중 친부모가 162명이고 보육교사는 2명이라고 나와있었다. 학대 발생 장소도 가정이 177건, 어린이집은 단 2건이었다. 다른 지역이라고 해서 상황이 다른 것도 아니었다. 이렇게 통계가 증명해주는데도 사회는 어린이집 선생님들을 잠재적 아동학대 가해자로 취급하며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보내준 기사를 읽어봤다는 혜영은 진지하게 이 일을 그만둬야겠다며 푸념 섞인 답장을 보내왔다. 아이들을 위해 손목이며 허리며 온몸이 망가지도록 헌신하는 보육교사들은 이제 마음마저 병들고 있었다.



[근데 그 애들 상태는 어때? 요즘도 편의점 맨날 와?]



혜영이 묻는 아이들은 윤호와 윤우 형제였다. 그렇지 않아도 유진은 매일 편의점에 오던 형제가 요새는 하루나 이틀 오지 않은 날이 잦아져 신경 쓰였다. 저번에 아이들의 이름과 나이를 알게 되었으니 조금만 더 친해지면 형제가 집에서 어떤 일을 겪는지 들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날 이후 대화를 시도해봐도 가까워지기는 커녕 아이들은 유진과의 대화를 꺼려하는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아이들의 표정은 날이 갈수록 더욱 어두워졌고 동생 윤우뿐만 아니라 형 윤호의 몸에도 멍이 생기기 시작했다. 전날엔 편의점에 왜 오지 않았냐고 물어도 윤호는 대답을 피하기만 했다.



매일 오던 아이들이 하루 이틀씩 보이지 않자 유진은 형제를 걱정하는 마음이 점점 커졌다. 그러다 형제가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오면 가슴을 쓸어내렸다가도, 아이들의 몸에 난 멍을 보면 밤새 마음이 불편했다. 윤호에게 방학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멍이 생길만한 장소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가정뿐이었다. 어쩌면 아이들은 정말 큰 위험에 처해있을지도 몰랐다.



"언제 오려나..."



유진은 어제도 그제도 편의점에 오지 않은 아이들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핸드폰을 쥔 손가락은 112를 눌렀다 지웠다만 초조하게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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