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고프다가도, 부질없게 느껴지다가도, 문득 이미 사랑으로 가득 찬 삶을 깨달은 새로운 내가 있다.
친구들과 만나면 가장 많이 나오는 화두 '사랑' 나이, 성별 불문 사랑은 언제 들어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어느 날인가는 사랑, 우정, 돈, 명예, 건강 그러한 것들 사이에서 뭐가 더 중요한지 저울질하기도 했다. 나에게 사랑은 흥미롭지만,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것들 사이에서는 한없이 나약했고, 우선순위로 자리잡기에는 형체 없는 선택 사항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뻔한 대답들이 오가는 틈 사이에 한 친구가 사랑을 1순위로 얘기했을 때 모두가 의아하게 쳐다봤고 나 또한 그랬다. 사랑. 중요하다. 하지만 수많은 것들 중에 사랑이 내게 1순위 인 적은 없었기에.
그 친구가 말하길, 자신은 가족과의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 말 끝에 사랑을 남녀 간의 관계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자신을 발견했다. 평생 동안 사랑을 공평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공평하지 않은, 선택 사항이라 가볍게 생각했던 사랑은 가족, 친구, 연인 그 외의 관계들에 붙어 함께 살아가는 삶의 필수로 자리 잡고 있었다.
사랑을 잊은 순간 속, 사랑을 논하는 모순을 저지른 사람이 바로 나였다.
친구와의 우정은 사랑이 아닌가, 가족과의 애정은 사랑 없기 가능한가, 하다 못해 영상 속 강아지에게, 길 고양이에게 조차 사랑을 나눠주는 사랑 전도사가 바로 우리이다.
사랑 전도사가 사랑을 전도하고 있었다는 걸 모른다면 그거야말로 근무태만과 다를게 뭐가 있냔 말이다. 똑같은 일을 오래 하면 무엇 때문에 달려왔는지 그 본질을 잊듯, 사랑 또한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에 익숙해진 나머지 멋대로 사랑을 정의 내린 채, 진정성을 잃어버린 빈껍데기가 되어 가고 있던 듯하다.
사랑은 결코 가볍지 않은 한없이 무거운 평생의 동반자였다. 적어도 나는 사랑으로 시작해 사랑으로 이어지고 사랑으로 끝마치며 삶에 미련이 아닌 사랑을 남겨두고 흩어져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