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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교리장 Dec 20. 2022

왜 태어 났니?

삶의 목표와 MZ세대

왜 태어 났니, 왜 태어 났니? 얼굴도 못생긴게, 왜 태어 났니!

생일 케이크라고 하기도 민망한 빵 뭉치에 엉성한 초를 꽂아두고 놀려대듯 축하하던 우리 시절의 노래이다. 요즘에도 이 노래를 부를 지는 모르겠다. 어처구니 없게도, 이 노래는 심오한 '삶의 의미'를 묻고 있다!


니체의 수많은 어록 중 가장 잘 알려진 '신은 죽었다'는, 그 문장 자체가 주는 느낌처럼 반기독교 적이고 불경한 내용이라기보다는, 갑작스레 상실한 삶의 방향에 대한 당황성을 나타낸다. 그는 근대 이전의 사회를 기독교 정신에 의해 통제되어, 삶의 목표와 과정이 모두 규정지어진 사회로 보았다. 그러나 근대를 지나며 과학의 발전과 물질의 풍요에 힘입어 실용주의가 대두되고 종교주의는 약화되었다.


집약되고 통일된 기독교 교리를 중심에 둔 근대 이전 철학과 달리, 근대 이후의 철학들은 행복하고 효율적으로 살아가는 방법들을 연구하였지만 통일되고 궁극적인 삶의 지향점을 찾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수 많은 철학의 분파가 갈라진 것도 이 때문이다.


근대를 한참 넘어 포스트모던이라고 불리우는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이러한 물질 및 실용주의는 너무나도 익숙하다. 그렇기 때문에 '신은 죽었다' 라는 문장의 의미가 잘 와닿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이미 너무 당연한 것이니까.




'삶의 목표'를 논의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권태나 허무를 경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농업, 공업 기술이 충분히 발달하기 전에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이러한 논의가 의미가 없었다. 이들에게 삶의 목표는 생존 그 자체였으며, 살아남기 위해 일하고 투쟁하지 않으면 삶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으므로 삶의 목표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했다.


삶의 목표나 허무주의에 관해 가장 먼저 사회적 관심을 가진 나라는 2차대전 이후의 미국이었다. 대공황,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압도적인 국방 및 경제력을 갖춘 미국은 20세기 후반 지속적인 호황을 누리며 최강대국으로 발돋움한다.


대외적 안전성과 물질의 풍요 속에 태어나 자란 젊은 세대들은 더 이상 생존에 위협을 느끼지 않았다. 70년대 미국 대학생들의 약 3분의 2는 삶의 목적을 찾지 못해 혼란스럽다고 하였다. '니힐리즘'과 '히피주의'로 대표되는 이 시대 청년들의 혼란은 더 이상 생존의 유지만으로 답할 수 없는 삶의 목표를 찾지 못해서 일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로 돌아와 보자. 우리나라의 상황은 보다 급박하였다. 우리나라는 70년 이전까지 북한보다 경제가 어려웠다. 당연하지만 이 시대에 태어났거나 당시를 청장년으로 살아온 세대들에게 삶의 목표는 생존 그 자체였다.


이후 우리나라는 세계에 유래가 드문 빠른 경제 성장을 경험한다. 70년대-80년대에 태어난, 소위 X세대라고 불리는 이들은 생존이 목표인 세대의 부모 밑에 태어났지만 생존이 위협받는 빈곤이 크게 감소한 세대를 살았다.

한편 이들이 경험한 세대는 한국의 최고 호황 시대이다. 많은 이들이 자주성가하고 노력하여 큰 성취를 이루거나 부자가 되었다.


'하면 된다' 가 여러 식당과 관공서에 단골 문패로 걸려 있던 시기였다. 이 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삶의 목표는 '성공'이다.
X세대에게 성실, 효율, 노력은 가장 중요한 키워드이며 이들에게 '성실하지 못하다, 효율적이지 않다, 노력하지 않는다' 는 가장 큰 모욕이다.


X세대와 그 이전 세대의 삶의 목표는 겹치는 부분이 많다. 성공지향적인 세대에게 중요한 가치인 성실, 효율, 노력은 생존을 확고히 하는데에도 유효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들은 지난 50년간, 필사적인 선배 세대와 성실한 후배 세대로써 동아시아적 조직체계와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부장님의 모험담을 들으며 진심으로 감동하는 후배들의 모습!)




한국은 90년대 말 이후 선진국에 가까운 수준의 사회, 경제적 성취를 획득하였다. 9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들은 소위 MZ세대라고 불리며 사회적 토론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이들은 물질적인 풍요와 사회적 안정을 유년기부터 누린 세대이다. 또한 이 시대에는 한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의 경제 성장이 둔화되기 시작한 시기로, 사회 구성 변화가 이전만큼 활발하지 않았다. 기업들은 이전만큼 새로운 직원을 필요로 하지 않고, 사회적 계층 이동은 크게 감소했다.


그러므로 이들 세대에게 성공이나 생존은 생소한 가치이다. 이들 세대에서는 공통적인 삶의 목표가 명확치 않고, 개인화되거나 사라졌다. 한국형 니힐리즘이라고 볼 수 있는 이 시기에서는, '자유'와 '재미'가 중요한 가치가 된다. 가치관이 너무 다른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을 나타내는 키워드인 '공정' 또한 자주 언급된다. 성실, 효율, 노력을 중시하는 가치관은 이들에게 피로감을 느끼게 하며 니힐리즘을 해소하지 못한다. 



("사실 우리는 모두 MZ세대"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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