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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교리장 Dec 18. 2022

퇴사기 말고 버티사기

샤이한 동생들을 위한 샤이한 형의 조언

왠 퇴사기가 이렇게 많을까..


브런치에 새 글이나 끄적거려 볼까 하고 들어올 때마다 느낀다.

참 많은 사람들의 퇴사기가 늘 검색 우선순위에 들어있는 것을 보고.


가슴이 먹먹해진다.

퇴사라는 중대하고 슬픈 결정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이 그들의 가슴을 훑어갔을까.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고통을 끌어안고

나는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며

한 해 한 해 나이들어가고 있을텐데.

그들을 위해 위로나 도움이 될만한 '버티사기' 는 없을까?



1. 자기소개

필자는 40대중반, 직장 경력은 이제 16년차.

직업에 의사라고 되어있지만 평생 종합병원이나 보건소를 벗어난 적이 없음.

의사라서 조직의 쓴 맛을 덜 봤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 직장 첫 임무는 선배들 점심시키기와 치우기였음.

나의 MBTI는 INTJ

샤이하고 사람들과 잘 못어울리는 성격의 대표형.

샤이한 형이 샤이한 동생들에게 조언하고 싶어서 이 글 씀.


2. 이 글의 대상 독자

20대후반-30대 중반의 직장인.

본인보다 나이가 많은 선배 형님, 누님들은 더욱 혜안이 있을 것이므로 추천하지 않음. 


3. 퇴사를 하고 싶었던 적이 있는가?

억울하거나 좌절했던 적은 많음.

퇴사는 좀 다른 문제라고 생각했음.

퇴사 하고 나서의 옵션이 버티사 보다 나아야 된다고 생각했음.

그러나 대부분 퇴사 후의 옵션은 창업이었는데

불특정 다수의 애정을 얻어 재화를 벌어들이는 것은 성격상 더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음.

그래서 혼란스러워하다보면 늘 다른 문제가 생겨서 이전의 문제는 잘 기억이 안남.


4. 퇴사를 할 계획이 있는가?

없음.

어떻게 하면 더 좋은'버티사'를 할 지에 대한 계획만 있음.


5. 좋은 '버티사' 가 무엇인가?

직장은 원래 스트레스가 없을 수 없음.

그러나 원래 인간끼리 얽혀 살면 스트레스가 발생함.

스트레스를 최소화 하면서 내 삶의 목표 (+/- 행복)을 직장의 업무와 최대한 근접시키는 것임.


6. 애사심을 가지라는 말인가?

'애사심'이라는 단어는 전체주의적 성향을 갖고 통제에 잘 따르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임. 그게 아니라, '자기애'를 갖되 자기애가 직장생활로 더욱 상승되게 하라는 것임.


7. '자기애'를 어떻게 갖는가?

'당신은 자신을 사랑하십니까?' 라는 질문은 사실 '당신은 행복하십니까?'와 같은 질문임.

회사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보기 좋은 경력을 레쥬메에 쓰는 것이 행복이 될 수 없음.

이것은 성취감으로, 효력이 짧은 도파민을 분비시키고 금새 새로운 욕망을 유발시킴.

연락이 한동안 뜸했던 직장 동기에게 커피나 차를 사들고 가서 넋놓고 수다를 떨어보고,

퇴근길에 한 정거장 먼저 내려 소싯적 좋아했던 음악을 크게 들으며 산책을 해보고,

그런 것들이 진솔한 행복, 자기애를 갖게 함. (세로토닉 해피니스).

필자의 글 중 '당신은 언제 가장 행복하셨나요?' '합격의 기쁨보다 소확행' 참조.


8. 직장생활로 행복하란 말인가?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가능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음.

그러나 확실한 것은, 단기간에는 불가능함.

첫 번째로, 자신이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를 깨닫는데도 성찰의 시간이 제법 필요함.

두 번째로, 직장에서 자신에게 맞는 업무를 파악할 때까지도 시간이 제법 필요함.

- 자기가 효율적으로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함. 창의력? 정밀성? 속도? 친화력?

 그것과 관련된 업무를 자신에게 배치하고 그 외의 업무를 배제해야 함.

세 번째로, 짬이 차서 전문성이 확보되어야 시간과 자원을 자신에게 맞게 쓸 수 있음.

1,2,3 이 모두 되려면 최소 10년은 필요하다고 생각함.


9. 당연한 얘기 아닌가? 좀 더 그럴듯한 조언은 없는가?

샤이한 사람들에게는 무조건적인 성실보다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을 권하고 싶음.

일찍 도착하고, 할 업무를 미리 파악해서 수행하고, 퇴근은 업무가 끝나면 함. 그리고,


여러 업무가 겹쳤을 때는, 쉬운 것부터 빠르게 처리하고 남은 업무를 바라보면 그 업무들을 어떻게 수행해야 할 지 청사진이 떠오름. 

그 청사진에 맞춰 업무를 수행할 것.

그리고,


샤이한 동생분들,

윗사람들과 밥 먹는것은 일종의 투자임.

기업 경영자나 인사전문가들이 하나같이 말하기를,

조직에서 인간은 지적 능력과 인사적 능력 두 가지를 갖게된다 함.

인사적 능력은 쉽게 말하면 밥 같이 먹는 것 인데,

지적 능력만 믿고 이걸 안하는 샤이한 동생들이 많음.

밥 먹고 사람 사귀는 것이 기질적으로 불편한 사람들이 있음.

그러므로 이들은 이것을 투자의 개념에서 진행해야 함.

의외로 머리 써서 실적 하나 더 올리는 것보다 훨씬 쉽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임.


그리고 은근 본인의 인격이 성장하는 재미가 있음.


10. 회사 생활에서 큰 상처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티사를 해야 하나?

상황에 따라 답은 다를 것임. 그만두는게 정답일 수도 있음.

다만, 중한 질환 (암)을 다루는 사람 입장에서 감히 조언하자면, 인간의 삶은 짧음.

임종을 앞둔 어르신들께서 아쉬워하는 첫 번째는, 주변 사람을 용서하지 못한 것임. 


용서는 타인의 행위를 정당화 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은 그의 삶을 살도록 두고, 나는 그에 대한 나의 상처를 소독하는 것임. 
누가 나를 찌른 상처를 소독하고, 꿰매고, 항생제를 먹는 것임. 그 사람이 칼을 놓고 사죄를 하든 검찰에 가든 그것은 그의 삶임.

이게 공감이 갈 만한 상황이면 버티사를 추천함.


11.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전적으로 나의 의견임. 매우 외람된 의견임에도 읽어주셔서 감사함.

사랑하는 동생들이 가슴에 많은 상처를 안고 있더라도 이겨내고 다시 열정을 찾을 수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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