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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고절필 Jul 14. 2019

영화 속 색의 의미(2): 빨간색 - Tootsie 편

영웅 혹은 투쟁의 상징

남녀로 나뉘는 클리셰적인 빨간색

영화 속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쉽게 쓰이는 대표적 색깔 중에 하나가 빨간색이다.

빨간색은 긍정적인 의미로는 사랑과 강인함, 힘, 영웅과 정렬, 그리고 권력을 상징한다. 반면에 부정적인 의미로는 욕망과 분노, 충동, 위험과 투쟁을 나타낸다.

흔히 할리우드에서 남자 히어로에게 주는 색은 빨간색인데, 단어 '빨간색'과 '히어로'를 생각하면 우리는 자연스레 다양한 히어로들을 머릿속에 떠올릴 것이다.

슈퍼맨의 '빨간' 망토와 하의.

아이언맨의 '빨간' 슈트.

그리고 스파이더 맨의 '빨간' 마스크가 달린 복장이 대표적인 예시로 있다.

그 외에도 빨간색 하면 떠오르는 히어로들 하면 토르, 앤트맨, 데드풀, 등이 있는데 우리는 할리우드가 해석하는 남자의 '빨간색'은 '강인함', '힘', '권력', '영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예외는 늘 존재하며 어떤 영화에서 어떤 톤 앤 매너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등장인물에게 쓰이는 '빨간색'은 천차만별로 나뉜다.

영화 <헝거게임> 포스터

반면 여자에게 쓰이는 클리셰적인 빨간색은 대체로 강한 여성의 모습을 담고 있다.

위의 사진을 보면 영화 <헝거게임> 1편부터 4편까지 포스터를 나열해놨는데, 배틀 로열 속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해서 투쟁을 하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이다.

왼쪽에서부터)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 <캐롤>, <오션스8> 포스터

주로 전형적인 '악녀'의 이미지를 그릴 때나 '투쟁'을 하거나 '매니시한 감성'을 띄우는 여성을 표현할 때 자주 쓰이는 색이 바로 빨간색이다. 그래서 강인한 여성이 주를 이루는 영화들을 보면 빨간색이 자주 쓰이는 것을 볼 수 있다.


<투씨>로 알아보는 강인한 여성

영화 <투씨> 포스터

내용 스포 주의 결말 다 나옴

<투씨>는 1982년도에 개봉된 로맨스 코미디 영화로 개봉했을 때 당시 수많은 상을 수상한 영화다.

간략하게 줄거리를 설명하자면 무명 배우 마이클 도어시가 여장을 하고 드라마 오디션을 보았더니 덜컥 합격을 하고 그 이후 드라마에 출연을 하면서 유명해지는, 어떻게 보면 비현실적이지만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무명 배우 마이클 도어시가 있다. 기본이 탄탄한 훌륭한 연기 실력에 연기에 누구보다 연기에 대해 진지한 마음 가짐을 가지고 있지만 그는 늘 이렇다 할 배역을 따내지 못하고 오디션을 보러 다닌다.

배우로서는 수입이 전혀 없으니 그는 학생들의 연기 지도 선생님으로 일하기도 하고

그것도 모자라 부업으로 식당에서 웨이터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한다.

오디션의 기회가 있으면 항상 빠지지 않고 참여하지만 사람들은 그가 배역을 맡기에는 수려한 외모가 아니라든가 사람들에게 덜 알려져 있다는 이유로 떨어트리고,더럽고 치사한 세상 급기야 마이클을 쓸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모욕감을 준 캐스팅 매니저의 말에 도어시는 외모, 나이, 성별, 인지도를 떠나 오로지 연기로만 승부를 봐서 배우로서 인정을 받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그 방법은 다름 아닌 여장을 하고 드라마 오디션을 보는 것. 딱 처음에 봤을 때 여자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비주얼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성인 ‘도어시’를 따서 사람들에게 자신을 ‘도로시’라고 소개를 한다.

자신의 마음이 가는 대로 대사를 바꿔서 연기를 해봐도 된다는 캐스팅 담당자들의 말에 도로시는 평소 자신의 강한 성격을 살려서 할 말을 똑 부러지게 하는 강한 여성의 캐릭터로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당시 미국에서 생각하는 이상적인 여성상은 잘 웃고 약간의 백치미를 가진 여성이었는데 전혀 본 적 없는 캐릭터 해석에 피디는 그녀를 마음에 들어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그녀를 캐스팅(!) 하게 된다.

그렇게 배우 생활을 하게 된 마이클, 아니 도로시는 그토록 열망하던 연기 생활을 하게 된다.

여기서 퀴즈.

'도어시'를 상징하는 색은 무엇일까?

정답은 파란색이다. 지금까지 나열된 사진들을 유심히 보았다면 그가 남성의 모습일 때는

오디션을 볼 때도,

식당에서 알바를 할 때도,

연기 수업을 지도할 때도,

모두 파란색 계열의 옷을 입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가 있다.

심지어 그는 오디션을 보러 갈 때도 파란색 계열의 원피스를 입고 가서 대본 리딩을 한다.

그리고 캐스팅이 되자마자 옷을 대량 구매하는데 눈썰미가 좋은 사람들이라면 마이클이 도로시가 되었을 때 그녀를 상징하는 색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도로시'를 상징하는 색은 무엇일까?

그렇다, 빨간색이다.

이 영화 속에서 '도로시'의 빨간색은 투쟁을 의미한다. 단순히 여성으로서 투쟁을 한다는 것보다는 무명 배우로서의 투쟁이 더 가깝다고 볼 수 있겠다.

도로시의 상징 색을 빨간색을 부여함으로써, 나이, 외모, 성별과 인지도를 떠나서 연기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실력만 있다면 그 누구든지 유명한 배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도로시의 투쟁을 담고 있다.

또 이렇게 마이클 도어시의 모습일 때는 다시 파란색의 옷을 입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가 마이클일 때와 도로시일 때와의 입고 있는 옷 색상이 다르다는 것을 번갈아 보여주며 각각의 고정된 상징 색이 있다는 것을 이 영화에서 강력하게 밝혀준다.

그리고 도로시가 연기를 하는 드라마가 여러 곳에서 전파가 되고 도로시는 단숨에 큰 유명세를 얻게 된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당시의 일반적인 여성상과는 다른 도로시의 모습에 도로시는 넘쳐나는 여성 팬들을 거느리게 되는 모습이 보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톱스타 반열에 오르게 된 도로시는 당시 유명한 아티스트인 앤디 워홀과 함께 잡지 촬영을 하여 잡지 표지로 나오고 코스모폴리탄과 우먼스 데이, 뉴욕 등 유명한 잡지 표지를 꿰차면서 승승장구한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좋아하는 여성에게는 동성애자로 오해를 받고 또 도로시를 진심으로 사모하는 남자로부터 프러포즈까지 받게 마이클은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자신의 연기를 인정받았다는 것에 대한 기쁨도 있었지만 이 거짓말이 언제까지 영원할 수 없으며 자신을 도로시라고 믿고 대해주는 사람들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도 당연지사.

그러던 어느 날 도로시는 자신을 상징하는 빨간색이 아닌 보라색 옷차림으로 촬영장에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그녀가 연기할 세트장 벽과 문부터 시작해서 옷과 클러치까지 모두 보라색.

여기서 보라색을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영화 속에서 쓰이는 보라색은 '죽음'을 의미하는데 이건 비단 영화계에서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라 색채심리학에서도 보라색은 '질병과 죽음'을 상징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갑자기 도로시가 죽게 된다는 말일까?

<투씨>에서 해석한 ‘죽음’은 도어시가 도로시라는 허구의 인물을 죽임으로써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다.

뿐만 아니라 도어시의 파란색과 도로시의 빨간색이 합쳐져서 나오는 색이 보라색이기도 한데, 즉 ‘역할의 경계가 허물어진 상태’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셈이다.

그렇게 다시 남자로 돌아온 마이클 도어시. 다시 남자일 때 상징하는 색인 푸른 계열의 옷을 입고 다닌다. 더 이상 빨간 계열의 옷을 입지 않음으로써 그는 무명 배우로서의 투쟁이 끝났음을 알려준다. 왜냐, 정체를 드러낸 이후로 더 유명해졌거든 (비현실적이지만 이것이 바로 영화의 묘미지)

그리고 모든 로맨스 코미디 영화가 그러듯이, 끝무렵에 남자 주인공이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 주인공을 찾아가서 오해를 풀고 사실 내가 사랑하는 건 너야 서로의 마음을 확인함으로써 이야기는 막이 내린다.


<투씨>로 알아본 영화 색상 쓰임 방법. 씬 바이 씬으로 색깔을 해석해본 결과, 영화 연출 속에서 색깔을 얼마나 중요시 여기고 있는지 확인해볼 수 있었다.

우리가 영화를 보며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심리들은 단지 감각적으로 알아내는 것이 아닌, 우리가 어쩌면 모르고 지나쳤던 수많은 장치들이 있었기에 단 2시간으로 모든 인물들의 성격과 관계, 그리고 이야기 구성 흐름을 파악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사진 출처: 구글, 유튜브에서 구매한 영화(투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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