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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설자 Feb 21. 2022

좋은 운을 부르려면

올해는 이렇게

           

새해가 된 지 한 달이 넘었다. 올해는 좀 더 단순해지기로 했다. 여전히 글을 쓰고, 산책하고, 책을 읽는 생활은 이어질 것이다.




어렸을 때, 엄마가 나를 목욕시킬 때, 가슴에 점이 있는 것을 보고 관운이 있어 녹을 먹게 될 것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목욕할 때마다 점을 만지며 엄마 말씀처럼 ‘훌륭한’ 사람으로 자랄 거라고 생각하곤 했다.


아버지는 동짓날마다 토정비결로 가족들의 새해 운을 보셨다. 자, 축, 인, 묘... 하면서 손가락 마디를 짚으며 운세를 보셨는데 나는 일찍 결혼을 하면 두 번 할 팔자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의아했다. 아무런 저항 없이 하는 말이 나의 장래를 결정하는 말처럼 들렸기에 그랬다. 좋게 풀어 말했더라면 어땠을까. 가령 너는 할 일이 많으니 결혼을 늦게 하는 것이 좋겠다, 정도로. 아이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어른들은 진짜 고민해야 한다. 어쨌든 그때는 늦은 나이인 스물아홉에 결혼하여 어찌어찌 한번 결혼으로 살고 있다.


교사로 어느 학교에 근무할 때 나이가 드신 선생님이 계셨다. 교사이면서도 풍기는 인상은 보살 같은 분이셨다. 작달막한 키에 자주색 재킷을 입었는데 그 옷이 참 오래되어 보였다. 그분은 사주팔자나 관상을 공부하신 분이라고 했다. 내 손금을 오래 들여다보더니 한 말씀하셨다.

“역마살이 있어. 남편이 늙어 당신 덕에 살겠네.”

4 혹은 5년마다 학교를 옮겨 다니며 일을 일을 그만두고도 돌아다니며 여행했으니 역마살이 맞다. 지금도 나는 어디로 떠나고 싶어 엉덩이가 들썩인다. 짝도  내가   밥을 먹고 있으니  덕에 사는  틀리지 않다.


문우 중에 타로점을 공부한 이가 있었다. 어느 , 강의가 끝나고 차를 마시면서 타로점을 보겠노라 했다. 그때 나는 퇴직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는  좋은 것이 보여도 말을 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나는 말년이  나쁘지 않다고 했다. 제일 반가운 말은 문운이 있다고 했다. 나를 응원하는 말이었을 것이다. 하여간  말이 좋았다.


어쨋든 봄은  온다


인생이 정해진 것은 아니라고 여긴다. 스스로 어떻게 해쳐나가느냐에 달린 것이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내가 생각하기 나름으로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다. 좋은 쪽으로 생각하면 좋은 일이 생기고 좋은 기운이 오고, 걱정하고 조바심을 내면 또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다.   


새해가 되면 한 해 동안 좋은 일이 생기길 원한다. 새해가 뚝 끊어서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련만  새해라는 기운에 뭔가 좋은 일이 생기리라 생각한다. 원영스님의 <좋은 운을 부르려면>이라는 신문 칼럼을 읽다 보니 좋은 운을 부르는 일은 의외로 간단하다.


청소하기다.


주위를 정돈하면 좋은 운이 깃든다.

박완서 님은 새로운 작품을 쓰기 전에 작품 구상을 하면서 집안 정리를 했다는 걸 읽은 적이 있다. 서랍을 정리하고 옷을 정리하고 낡은 살림살이를 정리하면서 작품의 얼개를 짰다는 것이다.

얼마 전 아들이 방을 비웠다. 이사 가면서 내 방이 하나 또 생겼다. 다른 방도 있지만 잡동사니가 많아 아들이 쓰던 방을 완전한 내 서재로 만들기로 했다. 방에 것을 모두 치우고 물건을 정리했더니 마음까지 개운했다. 그 방 정리를 하느라 다른 방도 정리를 했다. 여전히 버릴 것은 많지만 특히 책은 버리지 못하겠다. 자꾸만 깨끗해진 방으로 들어가 정리된 책들을 지그시 보곤 한다. 그 방에 좋은 기운이 이미 서려 있는 것만 같다.


마음 비우기다.


세상사에 얽혀 이해득실을 따지면서 마음을 어지럽히면 좋은 일이 들어올  없다고 한다.

청소하기야 몸으로 약간의 수고로움을 더하면 되지만 마음 비우기, 이건 쉽지 않은 일이다. 욕심을 붙들고 놓지 못하기에 그렇다. 놓아야  것이 보이지도 않고 언제나 붙들고 있기에 그렇다. 다른   돌리지 말고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가  일이다. 4월에 나올 책에  힘을 다하자. 그렇게 마음을 내려놓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감사하기다.


모자란 듯 덤덤하게 만족하면서 살라고 한다.

날마다 다이어리에 그날의 할 일을 쓰면서 감사한 일 세 가지를 쓴다. 사돈댁에서 택배가 오거나 아이들의 급여가 오르는 큰일도 있지만, 꽃망울을 보게 되어 마음이 살랑인다든지 하루를 무사히 보낸 것에 대한 감사를 쓴다.

하필이면 외출하는  아침, 아끼는 접시를 깨서 찜찜했다. 그런데 정말 큰일이 생길 것을 접시  일로 대신하나 보다,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그러니 그게  감사했다.

 그런 마음을 가지려 노력하다 보니 날마다 일어나는 자잘한 일들이 감사할 거리가 된다. 매일 아침 금강경을 읽으며 모두가 평안하길 비는 마음이 되는데  금강경 덕인 같다. 감사하면 감사할 을 불러온다. 그러니  감사할 일이다. 영리하고 날카롭게 잇속을 챙기기보다 무던하게 삶에 감사하며 사는 것이 행복을 부르는 비결이라는 것이다.


결국 운을 부르는 것도  마음먹기라고 하신다.

깃발이 흔들리는구먼!

바람이 흔들리는 것일세!

육조 혜능 스님이 이르신다.

“깃발이 흔들리는 것도, 바람이 흔들리는 것도 아닐세. 그대들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일세.”

모든 것은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라고 하신다.


이렇게 다정하고 새로운 기운으로


원영 스님의 글을 읽고

올해 수첩 앞에는 이런 말을 써 놓았다.

“모든 좋은 기운이 나에게 오고 있다.”


 마음에 생기는 모든 어지러움은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다. 청소도 했고, 마음 비우기는 제대로 했는지 모르지만 노력하고 있고, 감사하는 일에 매일 조금씩 애쓰고 있으니 나에게 이제 좋은 운이 오기만 남았다. 이미 오고 있다. 아니 좋은 운은 이미  있다. 이렇게 아침에 일어나 편안하게 앉아 글을 쓰는 것이 좋은 운이 아니고 무엇인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하루를 걱정 없이 살고 있으니 이미 나는 좋은 운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내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면 될 일이다.


청소하고, 마음 비우고, 감사하고!


올해 이것을 마음에 두고 살아가려 한다.


서귀포시 예례해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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