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설자 May 04. 2024

저녁



누군가의 저녁은 구두소리가 들어 있다

장바구니 가득 파 감자 고등어 담고

또각이는 구두소리 다가오고 멀어진다

오피스룩 핸드백 멘 어깨 바닥까지 흘러내리고

출렁이는 머리가 숨 가쁜 바람자락 데리고 간다

한때 나의 야윈 저녁도 그러하였다

아이들 책가방 학원가방 장바구니 검은 비닐봉지

하루 종일 교실 속 아수라장까지

주렁주렁 사슬 매달고 돌아가던

절여진 저녁이

저 앞에 걸어간다

달려가 가만히 안아주고 싶은  

또각이는 저녁이 멀어졌다 다가온다

숟가락 가득 보글거리는 내음 목에 감고

아이들 웃음으로 헹구어낸

따스한 저녁눈빛 피어나도 좋으리



브라가의 노을


매거진의 이전글 돌아가는 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