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마음 읽기

여자 옷 같아요

by 오설자

몇 년 전 1학년을 가르칠 때 일입니다.



창우가 학교에 왔습니다. 들어오면서 “선생니~ 임~~” 하고 달려와 인사해야 할 창우가 웬일인지 오늘은 시무룩합니다. 자리로 가더니 책가방을 풀썩 내려놓습니다. 아침 독서할 준비도 하지 않고 책상 위에 엎드립니다.


창우는 책을 많이 읽고 아는 것도 많습니다. 특히 동물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어 친구들이 동물박사라고 합니다. 굉장히 호기심도 많고 엉뚱하고 창의력이 있어 공부시간에는 멋진 발표도 많이 합니다. 그러나 엄마의 빈자리가 구멍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정리를 잘 못한다거나 집중력이 흐려지거나 아무 때나 소리를 지르거나.


아이에게 들은 바로는 엄마가 지방에 있다가 주말에만 온다고 합니다. 한창 엄마 품에서 어리광을 부려할 나이인데 떨어져 사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아빠는 늦게 오고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주로 아이를 돌봅니다. 부모들의 사정을 알 수는 없지만 아이에게는 크나큰 아픔입니다.


기운이 없어 보이는 것이 분명 무슨 일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창우를 부릅니다.

“창우야, 아침 안 먹었니?”

“먹었어요.”

시무룩한 얼굴로 기어들면서 대답합니다.

“그런데 기분이 안 좋아 보이네?”

“…이 바지 입기 싫은데….”


아이는 바지에 붙은 인형이 도드라진 패치를 손톱으로 뜯으며 말합니다. 옅은 갈색 바지에는 노란 하마 그림이 붙어 있었습니다. 여자 아이 옷이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아들이 어렸을 때, 할머니가 누나 옷을 입히고 유치원에 보냈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노란 티셔츠인데 가슴에 커다란 해바라기가 그려진 옷이었습니다. 거기에다 빨간 양말을 신고 있었던 아들이 떠올랐습니다. 사태를 알아차린 선생님은 얼른 정색을 하고 말합니다.

“이 바지가 싫은데 할머니가 입으라고 해서 속상했구나?”

“할머니가 자꾸 입으라고 해요.”

아이는 울 것 같습니다.

“멋진데? 하마가 완전 귀엽다. 자, 하나는 멋진 바지를 입어서, 하나는 할머니 말씀을 잘 들어서 주는 거야.”


칭찬 스티커를 두 개나 줬습니다. 그제야 아이는 얼른 자리로 들어가 책을 꺼내어 읽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큰 소리로 친구들과 말하고 교실은 시끌벅적할 텐데 오늘 아침은 고요합니다.



아이들이 마음이 어떤지 기분을 살펴주어야 합니다. 그게 어른이 할 일입니다.


오늘 같은 상황에서

“그 옷이 어때서 그러니? 좋은데. 하긴 여자 옷 같긴 하네.”

이렇게 말한다면 아이의 기분은 어떻게 될까요?

그렇게 말할 선생님도 안 계시겠지만요.


작가의 이전글아이들의 책 읽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