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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설자 Nov 22. 2018

부모의 마음 2

청양고추

 김장철이네요.

절임배추는 이미 주문했고, 마늘은 시어머니께서 찧어 냉동해 비행기로 공수해 주셨습니다. 몸도 불편한데 새끼 마늘까지 까서 손으로 찧어 젓갈액을 조금 섞어 비닐팩에 담아 납작하게 냉동을 하셨어요. 그렇게 하면 살짝만 얼어서 깍두기처럼 썰었다가 음식 할 때 쓰기가 좋습니다. 떡시루처럼 켜켜이 냉동한 것을 녹여 먹을 때마다 쪼그려 앉아 아린 마늘을 까는 어머니 손길이 느껴집니다.


고춧가루는 사야 합니다. 해마다 고춧가루를 보내주는 문우 어머니가 계십니다. 올해도 김장고추를 부탁했더니 잘 포장해서 보내주셨네요. 얼마 전부터 다리가 불편해졌다는데 캐리어를 끌고 마을회관에 가서 택배로 부치셨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했어요.

잘 포장된 비닐을  풀고 보니 고추가루와 따로  청양고추가루를 넣어 주셨네요. ‘척약’이라고 단아하게 눌러쓴 글씨를 보는 순간 마음이 짠해집니다. 이 분 작년에 남편분을 하늘로 보내고 첫 제사에 떡을 해서 온 동네 돌리신 분입니다. 딸 아는 사람이라꼬 근대도 넉넉히 넣었다네요, 하는 문우의 말을 들으니 부모의 마음은 모두 다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곱게 간 고춧가루를 보니 엄마가 보내주시던 고춧가루가 떠오르네요. 건강하실 때는 최고로 좋은 고추만 따서 볕 좋은 날 마당에 말리고 흰 수건으로 일일이 닦고, 꼭지를 따서 갈아 보내주셨어요. 매운 것을 싫어하는 자식이 행여 곤욕을 치를까 늘 순한 맛을 보내주셨지요. 그것으로 김장을 담그면 오대산 단풍처럼 유난히 김치 색깔이 고왔었는데.....


냉동고에는 엄마가 보내 준 고춧가루 봉지와 무말랭이가 아직도 먹지 않고 곱게 싸져 있습니다. 엄마가 편찮은 후부터 엄마 손길이 닿은 음식이 어디에도 없는 지금 , 그것만이라도 오래 아껴두고 싶어서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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