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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설자 Nov 23. 2018

부모의 마음 3

취준생 아들

     

졸업을 앞둔 아들이 취업을 위해 매주 면접이니 시험을 보러 다니고 있네요. 예민해진 녀석에게 말 걸기도 주저할 때가 있어요. 엄마로서 할 수 있는 말이 별로 없습니다.      

    

“걱정하지 마라. 어디든 네 자리가 없겠니.”      

    

 아들이 고3일 때, 시험 보고 오면 아들의 얼굴부터 살피곤 했었지요. 어두운 얼굴로 들어오면 가슴이 무너지고, 조금 밝은 얼굴로 들어오면 저도 마음이 가벼워지곤 했어요. 지나고 나니, 그때는 ‘지상의 과제’였던 대학 보내기는 취업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네요. 바늘구멍 같은 취업 전선. 고달픈 청년 실업의 현실을 아들에게서 봅니다. 부모가 대학교 총장도 아니고, 공사 사장도 아니기에 우리 아들은 맨땅에 헤딩하기로 열심히 입사지원서를 내고 면접을 다니고 있습니다.      


 아이 아빠는 새벽부터 아들의 양복을 다려주고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대봅니다. 빨강으로 했다가, 체크무늬 파랑으로 했다가, 차분한 보라로 했다가. 다시 진취적인 느낌이 나는 파랑으로 골라 반듯하게 걸어놓습니다. 먼지를 떼어내고 옷매무새를 정리하고는 찬찬히 바라봅니다. 그 옛날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는 걸까요.


 나는 나대로 무언가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서성거립니다. 예상 질문에는 이렇게 대답해라 하고 ‘족보’를 줄 노하우도 없고. 그런 깜량도 되지 못하고. 이렇게 간절한 마음일 때는 어딘가 기댈 곳을 찾게 되잖아요. 절에 가서 ‘취업성취’ 발원을 쓰고 콩 백설기를 올렸어요. 그렇게라도 해야 할 것 같았어요. 음식을 대중에게 공양하면 좋은 공덕이 된다는군요. 여러 사람이 따뜻한 시루떡 한 조각을 맛있게 먹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밥 잘 사는 사람이 잘 되더라.’라는 말이 그래서 생겼을까요.


 양복을 입고 거울을 보는 아들을 가만히 봅니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쁘듯이 아들이 참 멋져 보이네요. 산뜻하게 자른 머리에 검은 모직 양복과 흰 와이셔츠와 파랑 넥타이가 잘 어울립니다. 방안 가득 빛이 납니다. 언제 저렇게 커버렸을까. 놀이터에서 놀다가 무릎이 까져 흙먼지 눈물범벅으로 얼룩진 아이를 보며 마음 쓰리던 그때가 어제인 듯한데.



  

 아들이 돌아왔습니다. 우리 부부는 동시에 얼굴부터 살핍니다. 아들은 나를 보자마자 배가 고프다고 합니다. 엄마 얼굴은 밥이거든요. 어릴 때나 커서나 엄마 얼굴을 보면 배가 고파지나 봅니다. ‘엄마’와 ‘맘마’는 같은 어원일 거라는 어느 시인의 말이 떠오릅니다. 밥을 달라는 말이 오히려 안심이 되어 얼른 식사를 준비합니다. 저녁으로 소고기 몇 점을 구워 주었더니 남편이 왜 자기는 안 주고 아들만 주냐고 합니다.


 모든 부모가 그렇겠지만 자식이 ‘좋은 일’을 하며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랍니다. 좋은 일이란 힘들지 않으면서 그에 대한 보상도 많고 만족감이 높은 일이겠지요. 아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식들이 잘 되면 부모는 젤롱 기쁜 거여”


아버지가 늘 하시는 말씀입니다. 우리도 이제 진짜 부모가 되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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