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시작하는 두 번째 20대: 8화

아프니까 청춘이다!

by irudat


지하철을 나와 학교까지 가는 길

20대 초반의 상큼이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모를 거다. 지금이 얼마나 좋을 때인지..."


​알 리가 없다. 나도 그때는 몰랐으니 말이다.

그때는 빨리 나이가 먹고 싶었다.

20대 중반이면 멋진 커리어 우먼이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친구들과 점심엔 뭐 먹을지를 고민했고

미팅과 소개팅, 유행을 따라 마냥 즐거웠다.


그런 생각을 하며 강의실에 들어온다.

발표와 PPT

대학원 생활은 PPT 만들기와 발표의 연속이었다.

논문도 계속 읽어야 했다.


공부하러 왔으니 당연한 것인데

능수능란한 20대 친구들 속에서

어리바리하게 1학기를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이른 아침

KTX에서 한강을 건너면서부터

20대 상큼이들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었다면 믿으려나


대학원을 가는 날이 되면

나는 다시 20대로 돌아간 것 같아

대학교 입구에서 한참씩 설렘을 간직하며

서 있었더랬다.

그리고 어린 친구들을 보며

부럽고, 또 예쁘다 생각하며,

가슴이 말랑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혹자는 명작이라 칭하고 또 혹자는 망작이라고 칭하는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생각난다.

나도 16년쯤 전 사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시작하는 모든 존재는 늘 아프고 불안하다.
하지만 기억하라.
그대는 눈부시게 아름답다.

근데 이 말을 그냥 나에게 하고 싶었다.

새로운 시작이 불안하고 좀 불편하지만

"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20대..........

아름다웠지만, 불안했던 그때

나의 20대를 다 바친 '첫사랑'

- 탄생석 반지를 내밀던 그의 고백

그리고 썸의 시작, 나의 20살.



노래 가사에 내 마음을 가득 담아

애즈원 <Day by day>를 불러준 기억이 난다.


매일 조금씩 보여줄게
내일 조금 더 친해질 거야
지금의 모습 이대로는 너를 사랑하긴 모자라
나의 마음 모두 너에게
내어 줄 수 있도록
준비하는 날 기다려 주겠니


나는 그때 당장은 좋아하지 않는다는

대답 대신 그 노래를 불렀더랬다.



까르르 웃으며 나를 스쳐 지나가는

20대 초반의 이쁜이들을 보며

미숙했지만 아름다웠던 나의 20대를

다시금 느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그래서 아픔보다 좋았던 것들을

꺼낼 수 있게 해 준 것에 더더욱

감사한다.




사족 :


진솔할 수 있다는 것,

순수하게 마음을 표현한다는 것이

돌아보니 20대의 가장 큰 아름다움이었네요.

이제는 마음을 숨기는 것에 익숙한

40대가 되어버려

그 순수함이 그리워

20대를 친구들을 보며

마냥 설레었나 봅니다.


그대가 지금 아프다면 그건 어쩌면,

그대가 여전히 20대처럼 순수하고

진실되어서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저는 다시 아프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때만 가능한 아픔도

이제는 다시 그리워지네요


이상 이루다T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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