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유하 <나의 사랑은 나비처럼 가벼웠다>

by irudat



안녕하세요?

20년간 사람과 삶을 공부하며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소설가 이루다 T입니다 :)​


​글을 쓰다 보니 오늘이

마침 화이트데이네요.

그러고 보니 오늘 소개할 시

<나의 사랑은 나비처럼 가벼웠다>와도

관련이 되는 것도 같아서

겸사겸사 함께 이야기

해 보아야겠어요 :)


그럼 유하 감독이자 시인의

사랑이 왜 나비처럼

가벼웠는지 함께 찾아보아요!




나의 사랑은 나비처럼 가벼웠다


유하


1


한 미남 청년을 짝사랑하다

바다에 몸을 던진 옛 그리스의 시인 사포

애기세줄나비,

학명은 Neptis sappho Pallas

불빛 속으로 날아드는 그 나비의 모습이

그녀를 연상시켰던 걸까


나비처럼 가벼운 영혼만이

열정 속으로 투신할 수 있다고, 노래하진 않겠다

나비는 불꽃이 자기를 태울 거라

생각진 않았으리라

혹, 불빛은 애기세줄나비에게

환한 거울 같은 건 아니었을까



2


조롱 속의 째 잃은 문조,

그 안에 작은 거울을 넣어주었더니

거울에 비친 자기를 제 짝인 양

생이 다하도록 행복해했다는 이야기



3


죽음을 걸었던, 너를 향한 내 구애의 말들

덧없음이여, 나는 나 이외에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내가 날아들었던 당신이라는 불꽃

오랫동안 나는 알지 못했다, 실은 그 눈부신 불꽃이

나를 비추는 거울이었음을


나의 사랑은 나비처럼 가벼웠다




어쩌면 사랑은, '착각'인지도 모르겠어요.

그 착각 속에서 삶을 던지고는

그래서 그 착각에서 벗어났을 때

사랑이 아니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도요.


1.

그리스의 시인 사포(Sappho)는

사랑에 자신의 목숨을 던집니다.

그리고 또 다른 Sappho인 나비는

불꽃이 자신이 태울 거라는 알지 못한 채

불꽃에 자신을 던집니다.


2.

짝을 잃은 문조는

거울을 통해 비친 자신을

짝으로 착각해 행복해했다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3.

죽을 만큼 힘들었던

자신의 사랑 앞에서 시인은 말합니다.

어쩌면 내가 사랑했던 것은

자기 자신 뿐이었다고요.

당신이라는 불꽃은

실은 나를 대신하는 거울 속

나였다고요.




시 자체만 놓고 본다면

이렇게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해석하고 싶었어요.


불꽃같은 사랑에 빠져

자신을 던질 때는 보이지 않던 자신이

사랑이 식고 나자 보이기 시작했고

그래서 그런 자신을 통해

자신의 사랑이 나비처럼 가벼웠다고

반어적으로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요.


돌아보니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죽을 만큼 아팠지만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여기저기 사랑을 이야기했어요.

아주 가볍고 아무렇지 않은 것으로요.


하지만 자신만은 알고 있죠.

불꽃에 자신을 던질 때

그것이 자신을 밝혀 줄

거울 같은 것으로 보였다는 것을요.

그래서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그렇게 자신을 던질 것이라는 것도요.


​아니 어쩌면 '사랑'은

쉽게 술안주가 될 만큼

실제 가벼운 것이기도 하죠.

가볍게 시작되고

쉽고 흔하게 털어내는 주제이니까요.


그렇지만 자신의 이야기가 되고 보면

그것이 과연 가벼운 것이었을까요?

마음을 온전히 내어 주는 것,

풍덩하고 상대에게 나를 던지는 것,

죽을 만큼 아파 몇 날 며칠을

아니 어쩌면 수개월, 수년을

헤매는 것이 진정 가벼울 수 있을까요?


저 역시 남에게는, 글에서는

담담하게 가벼웠던 듯 언급하지만

'사랑', 결코 가볍지 않다!

그게 제 결론입니다. ​


20대 첫사랑과 보낸 화이트데이가

문뜩 기억나네요.

그때의 저야말로 불나방 사포였네요.

그렇지만 후회하지는 않아요.

결코 가볍지 않았기에

삶과 사랑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





사족:


절절한 이별 노래 가사에

가슴이 아려오고,

이별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고,

아픈 사랑에 때로 잠이 오지 않고,

이런 걸 본다면

때로는 사랑이 나비처럼

가벼웠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사랑의 무게로 힘들어하는

분이 계시다면

그렇지만 이 또한 지나간다고,

삶의 한 점이 된다고,

위로가 될지 모를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


제목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는

기형도 시인의 <빈집>에서 인용했음을

밝힙니다! 이 시 역시 좋아요.

다음에 기회를 봐서 글을 써 봐야겠네요 :)


이상 이루다 T였어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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