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희 <한계령을 위한 연가>
안녕하세요?
20년간 사람과 삶을 공부하며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소설가 이루다 T입니다 :)
오늘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문정희 시인의 시를 소개하려고 해요.
90년대 문정희 시인의 시집을 읽고
어쩜 이런 표현들을 이렇게
당차고 멋지게 쓸 수 있는지
매료되었던 기억이 나요.
그 뒤로 문정희 시인의 책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서 읽었는데
매번 카리스마 있는 시인의 시에
반하게 됩니다.
한계령을 위한 연가
- 문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 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처음 짧은 축복에 몸둘 바를 모르리.
사랑에 대한 반성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이처럼 솔직했던 적이 있었던가,
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왜 나는 이처럼 당당하게 사랑을 표현하지 못했던건지.
자존심이었을까요? 아니면
드러내고 나면 변할 상대방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었을까요?
사랑이라는 욕망 앞에서
생존까지도 버릴 만큼
사랑을 축복이라 생각하는 모습에
반성하게 됩니다.
나는 사랑 앞에 너무 콧대를 세우고,
너무 재고 따진 것은 아니었던가 하고요.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을
눈부신 고립이라 여기며
운명이 묶이길 빌고 싶어 집니다.
헤어지고 나서야 혼자만의
동화 나라에 빠져 이렇듯 글을 쓰며
그때를 그리워하는 뒤늦은 후회를 할 것이 아니라요.
사족
살면서 한 번은
미친 듯이 나를 던지는
그런 사랑 한 번쯤은
꼭 해 보시길요.
그리고 그 순간에
그냥 느끼는 그대로
그 감정에 충실하시길요.
후회와 미련에 아프기보다
충분히 사랑했음에 후련하도록요.
이상 이루다 T였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