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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기헌 Nov 18. 2023

어느 장례식장을 다녀오며

고향 선배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해서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장례식장은 꽤나 한산했고, 상주인 선배는 지인들과 둘러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선배의 얼굴에서 슬픔은 찾아볼 수 없었고, 웃고 떠드는 모습이 꽤나 정겹게 보였다. 나도 우리 아버지 장례식 때 그랬으니까, 그렇게 웃고 떠들며 3일장을 지새우면 되는거다.


돌아오는 길엔 같이 간 친구랑 카페에 들렸다. 웬걸, 술만 찾던 내가 따뜻한 커피가 한잔 먹고 싶었나보다. 우리는 연이어 죽음에 대해 얘기했고, 건강을 소환했다. 내가 오롯이 상주가 되어 장례를 치뤄야 될 할머니, 그리고 우리 엄마와는 어떻게 마지막을 맞이해야 할 것이며, 당신들이 없는 이후의 삶은 또 어떻게 버텨낼지에 관해 얘기하며 한숨을 연거푸 내쉬었다.


결혼을 해서 아이가 둘 있는 친구의 삶과 돌싱으로 전락해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허우적대고 있는 나의 삶은 그 결이 사뭇 달랐다. 친구는 그런다. 어느날 밤중에 나한테 전화를 해서 세번 연속 안받으면 우리 집에 찾아오겠단다. 고독사 만큼은 하지 않도록 한번씩 들여봐 주겠다는 것이다.


고마운 일이다. 이제 완전히 혼자 남은 세상을 생각해야 된다는게 그리 달갑지는 않다. 지금이야 다소 젊은 혈기에 혼삶을 버텨낸다지만, 5~60대가 되서도 혼자 살고 있을 생각을 하면 비참하기도 하고, 부끄러움에 지금보다 더 단절된 삶을 살아갈 것만 같다.


그즈음이면 친구네들은 자식들이 장성해서 농익은 사랑의 참맛을 느낄 수도 있을것이며, 손자를 보는 기쁨도 덤으로 누리고 있을 것이다. 그때 나는 얼마나 더 위축되어 있을까.


큰 병이 찾아와서 혼자 투병 같은 걸 하고있는 모습이 내 마지막은 아니였으면 좋겠다. 존재의 내음도 풍기지 않은채 조용히 살다가 뙤악볕에서 졸도를 하던지, 근사한 영화를 한편 보다가 숨이 멎는 마지막이면 차라리 낫겠다.


사진 한장, 쓴 책, 혹은 원고 한장 남겨두지 않는거다. 통장 잔고는 0원으로 수렴되어 최후의 날엔 이 지구별에 아무 흔적도 남아있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잠들며 마지막 꿈을 꿀수 있다면, 국민학교 1학년 때 처음 반장이 됐을 때, 그 날 그 눈물 없던 때를 찾아가는거다. 그리고 반 아이들 대표로 “차렷, 선생님께 인사!”하며 외친 뒤 교실 뒤에서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엄마 품에 안기는거다. 그거면 된거다.


밤늦게 돌아온 집이 오늘도 여느때 처럼 휑하다. 방바닥은 얼음장 처럼 차다. 그만 자야겠다. 눈 뜬 내일 아침은 창밖에 흰 눈이 소복히 쌓여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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