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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기헌 Feb 06. 2024

절망에 공감하는 밤

오늘 서울에서 친하게 지내던 후배의 남편상 부고를 전해들었다. 가게 문을 하루 닫은 나는 부랴부랴 먼지가 쌓인 정장과 넥타이를 동여메고 서울로 길을 나섰다.


이유도 알지 못했다. 문자를 받고 잠깐 통화를 했지만, 흐느끼는 목소리만 들었을 뿐이다. ‘나 지금 바로 갈게’ 하는 그 흔한 말 한마디에 마음이 전해졌길 바랄 뿐이였다.


이 친구는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그리고 내가 결혼을 했을 때도 그 멀리서 한달음에 찾아주었다. 부조도 얼마나 큰 금액을 했는지, 기억이 살며시 떠올랐다. 이혼을 하고 혼자 저 멀리 떠나있을 때에도 이따금씩 전화를 해 ‘오빠 새장가는 내가 보내줄게!’하며 아무렇지 않게 위로가 되어주곤 했었다.


장례식장에 도착을 해 인사를 건네고 우리는 테이블에 마주앉아 잠깐 얘기를 나눴다. 심장마비 같은 급사라고 했다. 황당하다며, 뭐 이런 일이 다있냐며 후배는 눈시울을 붉혔다.


조문객들이 계속 빗발치는 바람에 오래 앉아있지도 못하고 나는 인사를 한 뒤 금세 발길을 돌렸다.


“연락할게. 마무리 잘하고,, 힘내”

“고마워 오빠, 조심히 내려가. 전화할게”

그토록 밝던 후배의 뒷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잘 알 수 있다. 슬픔은 슬퍼해본 사람만이 가장 잘 알수 있기 때문이다.


범람하는 슬픔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이 너무 보고 싶은데, 영영 볼수 없는 그 깊은 슬픔은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북망산천의 수많은 묫자리가 우리 영혼의 안식처가 될 수 있을까. 돌아오는 차 안에서 생각했더랬다.


가끔은 절망에 공감하는 밤이 될 수 있길, 그래야겠다. ‘착한 내 후배 윤아야, 그럼에도 살아가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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