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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기헌 Feb 14. 2024

이제는 손흥민을 놓아줄 때

’더 선(The Sun)‘은 영국의 유명한 황색 언론으로 잘 알려져 있다. 즉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선정적이고 비도덕적인 기사들을 과도하게 취재해 보도하는데에 중점을 두는 매체라는 뜻이다. 오늘 이 매체에서는 대한민국 축구협회 관계자의 말을 빌려 손흥민과 이강인 사이에 다툼이 있었다고 보도를 했다.


’더 선‘의 기사를 오후 늦게 인용해 보도하기 시작한 대한민국의 언론은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황색 언론‘이니까 ’찌라시‘ 정도로 취급을 했지 싶다. 그 사이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기다렸다는 듯, 두 선수 사이의 다툼을 사실이라며 인정해버렸다.


언론들이 바빠졌다. 찌라시가 사실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것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스타 플레이어 사이에 일어난 주먹 다툼이라니. 한 술 더떠 나이가 10살 차이가 나는 선후배 사이에 멱살을 잡고 주먹질을 했다니. 솔깃해졌다. 황색 언론의 태생적 한계를 메이저 언론의 신뢰가 계상해 주는 꼴이 되버렸다.


이번 사건을 시계열 순으로 풀어보면 심플하다. 한 두명 특출난 선수의 기량과 운빨로 일주일전 막을 내린 아시안컵 대회 4강까지 올라갔지만, 4강에서 상대적 약체인 요르단에 유효슈팅을 한 차례도 때리지 못한 채 완패했다. 패배도 문제지만 경기력과 대회가 끝난 후 클린스만 감독의 태도로 국민들은 분노와 공분을 자아내기 시작했다. 이 후 시작된 경질론.


홍준표와 권성동 등 거물 정치인들까지 나서서 경질을 촉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작 키를 쥐고 있는 협회의 수장 정몽규 회장은 뒷짐을 지고 꿈쩍을 하지 않는다. 그 사이 클린스만 감독은 귀국 이틀만에 자택이 있는 미국으로 ’먹튀‘를 한 상태이고, 이틀 만에 협회 관계자의 입에서 손흥민과 이강인의 다툼이 발설됐다.


결과적으로 협회의 전술은 기민하고 영리했다. 운동장에서는 보여주지 못한 전술을 언론을 통해 보여주게 된 셈이다. 오늘 보도 이 후 모든 화살은 클린스만에서 이강인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대한민국 정서상 ’하극상‘은 그 어떠한 경우에도 용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몽규 회장은 쏙 들어가버렸다.


이강인도 여론이 심상치 않자 바로 인정을 하고 사과를 했다. 사과의 온도는 잘 모르겠다. 워낙 어린 나이에 슈퍼스타가 되다보니 팬심을 등에 업은 교만함이 있을 법도 해보인다. 프리미어 리그 득점왕이며 대한민국 대표팀 주장에게 주먹질을 할 정도면, 국내 K리그에서 뛰고 있는 김태환이나 김진수, 조현우 같은 선배는 평소에 어떻게 대했을까 싶다. 불 보듯 뻔해 보인다.


손흥민은 우리나라 대표팀이 성과를 냈을 때나, 혹은 실패를 했을때나 항상 국민과 함께 울고 웃었다. 이번 아시안컵 대회를 마치며 처음으로 국가대표팀을 계속해야될지 고민이 된다는 그의 말을 이제서야 곱씹어 보게 된다. 이제 손흥민을 국가대표팀에서 놓아줄 때가 아닌가 싶다. 이 정도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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