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언론사 시절, 자본시장 관련한 플랫폼을 하나 만들라는 회장님 지시가 있어서 급하게 신생팀 하나가 신설이 됐다. 부장급 팀장님 한분과 10여명이 각 부서에서 차출이 됐는데, 당시 우리 부장께서도 나를 추천하는 바람에 원치 않게 그 부서에 파견을 가게 됐었다.
그렇게 차곡차곡 힘을 모아 출범 준비를 해갔고, 수개월 간의 준비 끝에 정식 출범 날짜가 잡혔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의견 수렴이 안되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타이틀, 그러니까 이 플랫폼을 명명 할 이름을 결정 못했던 것이다. 수많은 후보군이 있었는데, 모두의 공감을 자아낼 결정적 한방이 없었다.
그래서 브랜딩 전문가를 찾아가기로 했다. 소주 브랜드와 커피 브랜드 등을 브랜딩 한 분이셨다. 전직 국회의원까지 역임하신 분이라 이름을 밝히려니 실례가 될거 같아 이 정도로 소개가 되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어렵사리 약속 시간을 잡고 서울의 한 모처에서 만나뵀다. 처음 뵙고 인사를 드린 뒤, 우리 컨텐츠의 취지를 말씀 드렸더니 여러 스토리텔링이 단번에 쏟아졌다.
그리고 우리 회사 이름 이니셜을 따 'M'이 들어갔으면 좋겠다라고 조언을 주셨다. 우리는 이어서 계속되는 이야기를 청취했다. 그 'M'을 수식해 주는 무언가가 있으면 더 좋겠다라고 덧붙히셨다. 그래서 브랜드 하나가 탄생을 했다. 그 자리에서 뚝딱 하고 말이다.
나는 그 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 충격은 지금도 뇌리를 스친다. 내가 그나마 흉내내 듯 부릴 수 있는 잔재주가 있다면 글쓰기라고 믿고 있었는데, 요즘들어 시대에 완전 역행하는 재주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왜냐하면 요즘 사람들은 긴 글을 읽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간결하고 한달음에 의미 전달이 되는 글이 대세인 시대가 됐다. 그 글이 영상이나 이미지가 함의 된 '카드뉴스'나 '짤' 같은 걸로 대체되는 과도기이도 하다.
요즘 누가 단테나 헤르만헤세가 쓴 두꺼운 고전을 읽는단 말인가. 죽고 싶지만 떡볶이가 먹고 싶고, 작은 별이지만 빛나고 있다면 베스트셀러가 되는 시대인데.
작가들의 기량을 두고 폄훼 할 의도는 없다. 그렇게 해서도 안되고. 저마다의 개성이 있고, 그 판단은 오롯이 독자분들의 영역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데 요즘 에세이 작가분들이나 출판사들을 보면 시대를 잘 간파한다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다. 그 완결은 제목에서 귀결이 된다. 책 제목 공모전 대회가 열린 듯 화려하고 가슴을 어루만지는 제목들이 즐비하다. 내용은 크게 아랑곳 하지 않는다. 제목으로 경쟁을 이루는 장이 된 것만 같다. 책에 있어서도 내용은 둘째손 치더라도 브랜딩이 이렇게나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사람을 명명하는 이름에도 예외가 없다. 가끔 애완동물 카페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신기한 광경을 목도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아이와 애완견이 같이 왔는데, 이름을 부를 때 이게 사람 이름인지,, 애완견 이름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요즘은 젊은 부모님들이 아이들 이름을 얼마나 예쁘게 짓는지, 나 같은 고인물은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나중에 나도 내 아이가 생기면 이름을 '쵸코'로 지어야 될지도 모르겠다. "임쵸코?" 우리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귀빵맹이가 불이나게 맞았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