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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기헌 Aug 13. 2022

내 아이 이름은 임쵸코

예전 언론사 시절, 자본시장 관련한 플랫폼을 하나 만들라는 회장님 지시가 있어서 급하게 신생팀 하나가 신설이 됐다. 부장급 팀장님 한분과 10여명이  부서에서 차출이 됐는데, 당시 우리 부장께서도 나를 추천하는 바람에 원치 않게  부서에 파견을 가게 됐었다.


그렇게 차곡차곡 힘을 모아 출범 준비를 해갔고, 수개월 간의 준비 끝에 정식 출범 날짜가 잡혔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의견 수렴이 안되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타이틀, 그러니까 이 플랫폼을 명명 할 이름을 결정 못했던 것이다. 수많은 후보군이 있었는데, 모두의 공감을 자아낼 결정적 한방이 없었다.


그래서 브랜딩 전문가를 찾아가기로 했다. 소주 브랜드와 커피 브랜드 등을 브랜딩 한 분이셨다. 전직 국회의원까지 역임하신 분이라 이름을 밝히려니 실례가 될거 같아 이 정도로 소개가 되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어렵사리 약속 시간을 잡고 서울의 한 모처에서 만나뵀다. 처음 뵙고 인사를 드린 뒤, 우리 컨텐츠의 취지를 말씀 드렸더니 여러 스토리텔링이 단번에 쏟아졌다.


그리고 우리 회사 이름 이니셜을 따 'M'이 들어갔으면 좋겠다라고 조언을 주셨다. 우리는 이어서 계속되는 이야기를 청취했다. 그 'M'을 수식해 주는 무언가가 있으면 더 좋겠다라고 덧붙히셨다. 그래서 브랜드 하나가 탄생을 했다. 그 자리에서 뚝딱 하고 말이다.


나는 그 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 충격은 지금도 뇌리를 스친다. 내가 그나마 흉내내 듯 부릴 수 있는 잔재주가 있다면 글쓰기라고 믿고 있었는데, 요즘들어 시대에 완전 역행하는 재주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왜냐하면 요즘 사람들은 긴 글을 읽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간결하고 한달음에 의미 전달이 되는 글이 대세인 시대가 됐다. 그 글이 영상이나 이미지가 함의 된 '카드뉴스'나 '짤' 같은 걸로 대체되는 과도기이도 하다.


요즘 누가 단테나 헤르만헤세가 쓴 두꺼운 고전을 읽는단 말인가. 죽고 싶지만 떡볶이가 먹고 싶고, 작은 별이지만 빛나고 있다면 베스트셀러가 되는 시대인데.


작가들의 기량을 두고 폄훼 할 의도는 없다. 그렇게 해서도 안되고. 저마다의 개성이 있고, 그 판단은 오롯이 독자분들의 영역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데 요즘 에세이 작가분들이나 출판사들을 보면 시대를 잘 간파한다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다. 그 완결은 제목에서 귀결이 된다. 책 제목 공모전 대회가 열린 듯 화려하고 가슴을 어루만지는 제목들이 즐비하다. 내용은 크게 아랑곳 하지 않는다. 제목으로 경쟁을 이루는 장이 된 것만 같다. 책에 있어서도 내용은 둘째손 치더라도 브랜딩이 이렇게나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사람을 명명하는 이름에도 예외가 없다. 가끔 애완동물 카페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신기한 광경을 목도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아이와 애완견이 같이 왔는데, 이름을 부를 때 이게 사람 이름인지,, 애완견 이름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요즘은 젊은 부모님들이 아이들 이름을 얼마나 예쁘게 짓는지,  같은 고인물은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나중에 나도  아이가 생기면 이름을 '쵸코' 지어야 될지도 모르겠다. "임쵸코?" 우리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귀빵맹이가 불이나게 맞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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