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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기헌 Aug 19. 2022

미쳐서 살았고 제정신으로 죽었다

나는 언제부턴가 인기가 참 없다. 과거엔 여자친구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았고, 친구들은 늘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는데, 모든 건 불혹이 되며 뒤안길로 사라져버렸다. 쉽게 말해 지금은 기억속에만 모든 영광이 존재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내 삶에 이혼이라니. 감히 상상치도 못했다. 사회에서 합의한대로 공부하며 대학을 가고 취업을 했다. 결국 영어가 필요하다길래 밤낮으로 팝송과 미국 드라마를 보며 수련을 했다. 쉽지만은 않았다. 겸손을 잠시 차지한다손 친다면, 남들 놀때 늘 그렇게 목표가 성취 될 때까지 꾸준히 노력해 우리나라 엘리트 집단에 끼도록 유난을 떨었더랬다.


그리고 사회에서 원하는 결과를 대강이나마 이룩했고, 적당한 나이(?)인 36살에 꽤나 근사한 친구를 만나 결혼을 했다. 그렇게 아이를 빨리 낳아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양가 어르신들을 모시며 보통의 여느 사람들처럼 살아갈거라 생각을 했다.


그런데 1년만에 그 꿈은 우스러지고, 사회에서 손가락질 받는 '이혼남'이 되어 생각치도 못한 삶을 지금도 살아내고 있다.


속된 말로 '개드립' 날리는 것도 좋아하고, 농담 따먹기를 좋아하던 터라 젊은 시절엔 늘 주위에 친구들이 들끓었다. 모임도 많았고, 소개팅은 하루가 멀다하고 즐기다시피(?) 한 적도 있었던 것 같다.


외롭지 않았다. 그래서 평생을 외로움이 무언지도 모르고 살았더랬다. 32살에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36살에 이혼을 맛보기 전까지는.


생각해 본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나 빼고 내 주위의 모든 이가 순항을 하고 있는데, 나는 왜 침몰한건지에 대해.


"기헌이 넌 뭘해도 잘할거야", “혼자 사는게 얼마나 좋은데!"하는 이런 위로 따위는 그만해줬으면 싶다. 앵무새 처럼 똑같이 들려오는 위로에 어느새 지쳐버린 것만 같다.


요즘 어느 매거진에 편향 된 글을 썼더니 욕설을 꽤나 많이 듣는다. 진보와 보수 문제, 혹은 남성과 여성의 문제 같은 예전부터 대립되어 온 첨예한 이슈 같은 것들이다.


특히나 내가 남성이다 보니 여성의 그릇된 인식에 관한 이야기를 할때면 어찌나 욕을 먹는지 모르겠다. 결혼 할 때에 왜 남성이 집 한채에 최소 5억을 호가하는 값을 다 물어야 되는지, 왜 데이트 비용을 모조리 남성이 지불해야 하는지, 왜 본인은 연봉이 3천도 안되면서 남자 연봉은 1억이 넘어야 대우를 받는지, 이런 것들이다.


이 외에 덧붙힌다면, 왜 요즘의 여성들은 알게 모르게 벗는데 혈안이 되어있는지. 해변가나 클럽, 혹은 남성과의 잠자리에서 섹스를 위해 벗는다면 그 누구도 뭐라하지 않는데 말이다.


헌데 지금 세상은 벗는게 돈이 되니 그 짓을 여느때고 행하는 것만 같다. 손에 물이라도 한 방울 묻힐까 걱정하는 부모가 평생을 바쳐 애지중지 키워놓은 몸과 그간의 세월에 대한 정성을 별풍선에 미쳐 벗고 앉아 있다는 말이다.


안타깝다. 하루가 멀다하고 인스타를 비롯한 여러 플랫폼을 통해 벗는 여성들이 뉴스를 도배하며 이슈를 만들어 관심을 구걸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면, 내가 미친건지, 저들이 미친건지 이해가 안될때가 많다.


나는 남성들 욕도 참 많이 한다. 나부터 반성을 하면서 말이다. 한번은 후배가 제수씨랑 이혼을 하느니 마느니 하며 고민이 너무 깊어 술김에 토로를 한적이 있다. 그런데 내가 봤을 땐 후배 문제가 더 커보였다. 그래서 이야기 했다. "니가 문제네, 이 새끼야. 그냥 집에 들어가서 잘못했다고 빌어라"고 얘기를 해줬다.


모르겠다. 우리들 삶은 이토록 첨예한 대립각을 그린다. 나는 결국 찬란할 뻔도 한 삶의 순간들을 인내하지 못했고, 아쉬웠던 경험들을 토대로 사람들이 미쳐 생각치 못한 이면과, 쓸모를 다한 것에 대해 글을 쓰다보니 늘 욕을 먹는건지도 모르겠다. 욕을 먹으니 작가로써 인기가 없는것도 당연지사가 아닌가 싶다. 있던 친구들도 떠나는 판이니, 이제는 내가 생각하는 무언가들이 되려 쓸모를 다해가는게 아닌가도 싶어진다.


사람들은 풍차와 맞서싸운 돈키호테를 늘 미친 사람으로 취급했다. 당시 그 누구도 그의 말을 들으려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 뒤 돈키호테는 허망하게 죽음을 맞이했고 이런 유언을 남겼다. "미쳐서 살았고, 제정신으로 죽었다"라고. 결국 그의 말이 맞았다. 예나 지금이나 제 정신으로는 살 수 없는 세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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