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찾지 않는 한적한 숲에 와서 명절을 갈무리 하게 됐다. 웃고 떠들다가도, 진지함에 눈물 짓기도 한다.
엄마, 누나, 예쁜 내 조카들이 없었다면 나는 내 편 하나없이 겹겹히 쌓인 고된 하루들을 어떻게 살아냈을까 싶다.
눈 뜨며 마주하는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아군보다 적군이 많아졌고, 유불리를 따지며 관계를 형성하곤 한다.
올 추석에도 멀리서 고향을 찾은 친구들과 선후배들의 전화를 알고도 한통도 받지 않았다. 이쯤되면 내 의지라고 생각해 주면 좋겠다. 아무도 만나기 싫은거다. 앞으로도 쭉.
그저 지금 옆에 있는 한둘의 관계에 더 깊은 의미를 생각케 되고, 과거보단 미래의 새로운 만남을 차라리 기대하게 된다. 내 사는 꼴이 그러하니 잘 헤아려주길 바란다.
우리 엄마 돌아가시면? 누군가들처럼 북적거리는 장례식장과 수천만원의 부조금을 상상하며 관계를 유지하는 이들도 있던데, 나는 단 한명도 연락할 생각이 없다. 그러니 각자도생 하며 부디 그런 목적으로 관계를 유지할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41살을 살아내며, 41개의 명절을 지내보니, 대강은 알것 같다. 지금도 캠핑장 옆 풀밭서 뛰어노는 메뚜기가 차리리 나에게는 더 달갑게 느껴진다.
더불어 이 좋은 명절날, 내가 이혼한 건 내 책에도 써놓을만큼 부끄럽지 않은 일이였으니, 그대들끼리 모여 술안주거리로 내 전처까지 싸잡아서 입방아에 올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지나간건 그렇다손 치더라도, 다음 명절부터는 부디 그래줬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