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부터 날씨가 우중충 해서 그런지 장사가 영 안된다. 배달손님 조차도 평소보다 뜸하다. 이런 날은 코로나 이후로 한 번도 없었는데, 연중 내내 매일같이 매진이 되고 만석이라며 SNS에 과시를 하는 사장님들께 비법을 여쭤볼 일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5일장이 서는 날이라 요깃거리를 구하러 장을 나가봤다. 곧 장대비가 쏟아질 듯한 흐린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어르신들은 새벽같이 나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듯 보였다.
조기 10마리를 만원에 구입하고, 새벽에 갓 구운 빵도 6개 떨이로 5천원에 구입을 했다. 참외도 10개를 만원에 주신다길래 살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혼자 먹기엔 양이 많아 그냥 두었다.
비는 기어코 쏟아진다. 혼자 마시게 막걸리를 한통 사갈까. 아니다. 오늘은 책에 푹 파묻히고 싶다. 요몇일 지나치게 게으른 생활에 대한 반성이다. 브레이크 타임이 되어 가게 문을 꼭 걸어잠그고 조명을 끈 뒤 작은 스탠드를 켠다. 준비는 다 됐다. 고요한 침묵 속에서 활자와 친구가 되는 시간이다. 빛이 되어 우주를 걷고, 먼지가 되어 역사 속을 기행한다. 모두 책 속에서만 발현할 수 있는 것들이다.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하늘에서 떨어진 별인 줄 알았어요/ 소원을 들어주는 작은 별/ 몰랐어요 난 내가 개똥벌레라는 것을…'
근래에 유행하고 있는 노랫말이다. 구슬프다. 빛나는 존재인 줄 알았더니 벌레라니. 그것도 개똥벌레라니. 괜찮을까.
노래가 되어 거룩함과 속됨을 생각한다.
여름의 백일동안 붉은 꽃을 피운다는 백일홍나무. 순우리말로는 배롱나무. 여름은 그래서 배롱나무의 계절로 불리운다. 노래가 되어도 손색이 없을만큼 이름이 살갑다.
내 편은 '연쇄살인마'라도 괜찮다는 논리를 앞세워 둘로 나뉘어 하염없이 싸우는 정치판, 오직 제 아이만을 위해 교단의 선생님들을 쥐잡듯 잡는 맘충, 한 끼의 맛있는 식사보다는 '리뷰'라는 칼자루를 쥐고 '슈퍼갑'이 되어 자영업자들 위에 군림하려는 고객들을 뒤로 하고 우리 노래 하자.
내가 '개똥벌레'라는 사실도 잊을만큼, 목청껏 노래를 부르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