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by 임기헌

최고의 책 제목을 하나 꼽으라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고 나는 강연에서나 지인들 사이에서 주저없이 얘기하곤 했었다. 어떻게 저런 제목을 창의해 낼 수 있었을까.


책을 처음 접한 건 5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개월째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다가 나는 결국 정신의학과를 찾았고, 약을 처방받은 뒤 제주도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책도 몇권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에 들린 어느 서점. 그곳에서 나는 백세희 작가를 처음 마주했고, 그녀의 대표작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집어 들었다.


책은 극심한 우울증을 앓는 작가 본인의 자서전과 같은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제일 좋아하는 음식인 떡볶이는 생각이 난다며. 극단적 선택과 속앓이를 반복하는 작가의 솔직함이 녹진하게 묻어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제주도에 머물고 있던 나는 어느 날엔가 애월 앞바다에서 생각했다. 백세희 작가를 수소문해서 메일을 한번 보내봐야겠다고. 당신도 여전히 나처럼 아픈지, 그게 궁금했다. 당시 그 책이 대박이 나는 바람에 그녀는 이미 유명인사가 된 터였다. 어쩔쏘냐. 나는 긴 메일을 보냈고, 그녀에게 답장이 왔다. 같이 힘내자는 내용을 그녀의 언어로 치환한 메세지였다. 그런데 뭐랄까, 슬픔이 보였다. 활자 사이사이에 그녀의 아픈 눈물이 차마 마르지도 않은 채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이 후로 메세지를 주고받은 적은 없었다. 간간히 그녀의 책소식을 언론을 통해 접했을 뿐. 내 책이 출간 됐을 때 그녀에게 한 권 보내주고 싶은 생각도 들었으나 이미 유명해진 사람에게 불편과 사치처럼 간주될까 싶어 그만뒀다.


그리고 오늘, 그녀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5명에게 새생명을 나누고 떠났다고 하니 이미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두 권의 책을 출간한 뒤 메일이나 인스타DM, 페북메세지 등을 무척이나 많이 받았다. 단 한 분의 예외없이 답장도 해드렸고, 직접 뵌 분들도 꽤나 많았다. 저 멀리서 찾아주신 분들도 계셨고, 가까운 지역에서 만난 분들과는 형동생이 되기도 하며, 사랑을 나누고 연인이 되기도 했다. 결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출간 이 후 나는 그렇게 사람들 속으로 다시 스며들었다.


어제저녁까지 서로를 모르던 두 사람이 오늘 아침에는 연인이 되어있고, 그 사이의 시간, 사람들이 닿을 수 없는 그 지점에서 이야기는 언제나 시작이 되는 셈이다.


백세희 작가도 그랬으면 어땠을까 싶다. 다시, 당신이 쓴 소설 '마음은 여름 햇살처럼' 이야기를 시작하는거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를 먹고 싶었던 지난 날은 모두 뒤로 하고 말이다. 사람들은 타인의 슬픔에서 위안을 얻고 굴욕은 즐기곤 한다는데, 그래서 그녀의 죽음이 별안간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것만 같다.


"백세희 작가님, 당신이 말하고자 했던 슬픈 언어를 오랫동안 기억할게요. 짧은 삶속에서 통한의 시간을 견뎌내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살며 앓았던 모든 마음 지상에 내려놓으시고, 이제는 평온하시길 바라."

keyword
작가의 이전글“너무하다 너,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