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에 관하여

by 임기헌

오늘 아침 가게용 인스타그램 계정에 다소 과격한 리뷰를 단 고객에 관한 글을 하나 올렸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어느덧 해가 저물었고, 영상도 아닌 그 게시물에 관한 조회수가 30만회를 훌쩍 넘어갔다. 100만 유튜버도 하루이틀 상간에 해내기 힘든 조회수를 기록했으니 이야기 거리가 될만도 하다.


기사를 쓸 때나 책을 냈을 때도 이만한 관심이나 조회수는 기록해본 적이 없었을 듯싶다. 조회수에 따른 마땅한 수순일까. 한식경이 지난 지금까지도 댓글과 DM이 쏟아진다. 옹호와 비난의 비율을 따지면 반반정도 되는 것 같다. ’제육 양이 적으면 나같아도 빡쳤을거 같은데?‘ ’사장이 리뷰에 긁혔는 듯ㅋㅋㅋ‘ ’되도않는 사장이 무슨 벼슬이라고 장사 때려치던지ㅋㅋㅋ‘ 이런 내용의 댓글도 쏟아졌다. DM으로는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을 내뱉기도 한다. 어떤 분은 나의 개인계정까지 파고들어 책에 관해서도 욕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계정은 대부분 부계정이거나 아무런 정보가 없는 계정이었다.


처음에는 답글을 달아드리기도 했다. ’제 뜻은 그런 의미가 아니고요. 자영업자들의 애환도 조금은 생각을...‘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랬더니 글을 참 세련되게 잘 쓰시는데 장사 때려치우시고 글쓰기 강의를 하라며 또 비아냥 거린다. 반대로 응원의 메세지도 많았다. 본인들의 마음을 대변해 줘서 속이 시원하다는 식의 메세지였다.


그런데 댓글이 어느덧 50개를 넘어 100개가 훌쩍 넘어가니 손을 댈 수가 없게 됐다. 작은 웅덩이에 먹물이 섞이듯,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고 있었다. 이 후 댓글은 막았다. DM도 함께 수신차단을 했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을 해봤다. ’이런거구나 집단의 힘, 손 쓸 틈도 없이 나락을 보내겠구나‘라는 생각.


그들은 옳고 그름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누군가의 나락가는 모습을 보고싶을 뿐이다. 나락이 감지되면 그 과정에도 함께하며 손을 거들기도 한다.


언론사에서, 그리고 출간을 하며 나도 사람들에게 욕을 참 많이 먹었더랬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경우의 수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부를 해도 욕하고, 올림픽에서 1등을 하고 국위선양을 해도 욕을 하며, 인간의 편의를 극대화 해줄 첨단기술을 개발해도 욕을 한다. 이뿐일까, 반복되는 배려와 양보에도 욕은 계속 지속이 된다. 욕을 안먹는 유일한 방법 하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유명한 광고 카피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무척이나 생경한 경험이다.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집단공격에 어질어질 하기까지 하다. 언론사 근무시절에는 그래도 매체의 신뢰도나 동료들이 있었지만, 광야에 혼자 외로이 서있는 듯한 오늘은 씁쓸함이 밀려오는 듯한 기분이 든다. 공허하고 처량한, 뭐 그런 기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모든 것이 노무현 탓이라고 조롱했던 그 시절의 댓글부터 수많은 유명 연예인들을 연이어 죽인 댓글을 경험하고도 우리 사회는 반성은커녕 절제하는 모습도 보이질 않는 것 같아 참 안타깝다.


익명의 힘으로 음지에 숨어있는 그들을 양지로 끌어낼 방법은 정녕 없는걸까. 나는 토론도 좋고, 학창시절부터 격투기를 즐겨해서 그런지 언어로는 분이 안풀리는 악플러가 계시다면 체육관을 하나 빌려 스파링을 하는 것도 환영인데 말이다. 금융실명제처럼 댓글실명제는 어떨까. 댓글을 달 때 필명은 ’임기헌(경북 안동시)‘ 이런 식으로 모든 플랫폼에 실명제를 도입하는거다. 그러면 나아질까.


아무렴, ”병X, X까는 소리하고 앉았네ㅋㅋㅋ“라는 외마디 댓글의 비명이 메아리처럼 들릴뿐이다.


가끔은 나도 여름 햇살 같은 마음이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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