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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기헌 Feb 13. 2023

다시만난 LP플레이어

얼마전 장만한 LP플레이어. 나는 가전 조차도 과거로 자꾸 회귀하는 모양이다. 그래도 어쩌나, 좋은 걸. 숲속에서 수행하는 승려들의 호젓한 삶을 상상하며 70년대 비틀즈 음악을 ‘찌직’거리는 LP만의 묘한 매력 속에 감상한다.


대략 15분이면 한 판의 곡이 끝이난다. 그 찰나의 순간에 오늘 하루를 복기하고, 읽다만 책을 집어든다. 그리고 어울리지 않게 와인 한잔을 마시고, 노트북 앞으로 다가가 마감이 얼마남지 않은 원고를 써내려간다.


아이디어가 번뜩 떠오르지 않을 땐 요란스럽게 짜내지 않고, 5분도 채 되지않아 넷플릭스를 켜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게 영화 한편을 보고 출출하면 라면을 끓여먹기도 한다. 밤중에 라면은 엄마가 한아름 가져다놓은 파김치와 겉절이를 먹기 위함으로 해두는게 낫겠다.


42살, 아니지?! 올해부터 만 나이로 바뀌게 됐으니 40살이 되겠다. 12월31일 막날에 태어난게 이런식으로 이득을 다 보게된다. 음,, 40살의 돌싱, 혹은 독거노총각의 하루는 이토록 시시하게 흘러간다. ‘가정법 If’를 들먹여 ‘만약’ 나도 지금 옆동네 친구들처럼 토끼같은 아이들과 여우같은 마누라가 함께 있었다면 더 행복 했을까?


글쎄다. 우리 사는 삶에 ‘만약’은 없다라지만 ‘상상’은 해볼 수 있겠다. LP판의 호흡에 발맞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니 꽤나 흐뭇한 미소가 그려지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뭐 그렇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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