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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기헌 May 24. 2023

할머니의 마지막 출근길

수년전부터 아침 출근길에 혼자가던 옆집 할머니네 국숫집이 오늘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고 하신다. 이유를 여쭈니 연로하신 탓에 다리가 너무 아파서 거동이 불편해 더이상 유지가 힘드시다고.


칼국수에, 막걸리 잔술 한잔에, 5가지 반찬에, 6,000원이다. 더불어 종일 대화 상대 한명 없는 나의 일상에 유일한 말벗이 되어준 할머니까지. 마치 한 시대가 지나가는 것처럼 나는 또 자연스레 이 모든 피아체를 뒤안길로 보낸다.


너무나 자연스럽다. 늙은 사람은 죽어나가고, 젊은이들은 그 젊음이 지속될 것 처럼 유유히 지내는 이 시대의 광경들이.


늙은 사람에게 밤은 너무나도 길고 어두울 것만 같다. 나도 금명간 늙고 병들 날이 올 무렵, 동시대의 늙은 사람들을 대변 하리라 희구해본다.


물을 보면 물이 되고,

꽃을 보면 꽃과 하나 되어,

물 따라 흐르는 꽃을 본다.


서웅 스님의 도드라진 시가 이 봄날 바람을 타고 근 5년간 나의 아침을 즐겁게 해준 국숫집 할머니께 전해지길 소망도 해본다.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를 메단 듯한 요즘 젊은이들의 명품백 보다, 아침마다 한가득 채워진 할머니의 장바구니가 저에겐 시나브로 아름드리 그 무언가였답니다. 언제나 건강하세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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