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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기헌 Jul 10. 2023

세월호 공화국

실은 작년 말 즈음부터 에세이 외에 소설을 틈틈히 쓰고 있었더랬다. '세월호'에 관한. 어느덧 1/3즈음 써내려갔고, 이즈음에서 의문이 들었다. 세상에 나올 수나 있을지. 계획은 둘중 하나였다. 내 뜻대로 되긴 힘들겠지만 가급적이면 영화 극본 혹은 소설 출간 중 하나였음 하는.


그래서 어느 정도 쓰고난 원고를 들고 여기저기 자문을 구했다. 글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2000년대 들어 최대 민감한 사건인 세월호를 희극화 하는게 맞는지.


내가 쓰는 글이 소설이라 하지만, 그 뼈대는 세월호 사건에 기인한다. 한 학생의 가정과, 세월호 선장을 보좌하는 조타수의 눈으로 본 그날의 광경을 그려낸 것이다. 사실과 허구, 그리고 내가 이끌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슬픔을 수면위로 드러내 스토리의 완성도를 높이고 싶었다.


내 머릿속엔 이미 결론이 나와있었고, 그 과정들을 굴비를 엮듯 차곡히 쌓아가고 있는데,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여전히 계속 들었다. 해서 가족, 교수님, 친구, 선후배한테까지 다양하게 자문을 구했다. 헌데 박수치며 환영한다는 반응은 없었다. 구태여 설명을 보태지 않더라도, 모두가 그랬다. 10년이란 세월이 지났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세월호 공화국'에 갇혀 있었다.


내가 자본의 노예가 된걸까. 그저 돈이나 벌려고 이 주제를 택했다고 보는걸까. 나는 그게 아닌데, 정말 아닌데 말이다. 그 무언가의 말이 더 필요할까. 이 순간부터 내가 내뱉는 모든 말은 핑계가 될텐데.


뭐하나 쉬이 할 수가 없다. 우리가 따라 잡을 수 없도록 시대가 지나치게 진일보 해서, 여론몰이를 통해 사람 하나 생매장 시키는건 일도 아니게 됐다.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운좋게 스타가 되는 경우도 일도 아니게 됐지만.


1900년도 초에 침몰한 타이타닉이 100년이 지난 후에 영화로 재탄생 했다. 그리고 공전의 히트를 쳤다. 그런 시간의 논리를 빌려 2100년도 즈음에 세월호를 희극화 한다면, 그땐 사람들이 환호해 줄까. 모르겠다. 나도 그때는 백골이 사해져 있겠지. 논쟁 따위도 필요없는, 이름 모를 세상을 떠돌며.


절반 조차도 쓰지못한 140페이지 가량의 원고를 쓰레기통에 처넣는다. 대한민국에서 100년 안에 '세월호'라는 금기영역을 건드릴 수 있는 그 누군가가 등장하길 간절히 소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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