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by 임기헌

그토록 바라마지 않던 10월의 어느 멋진 날의 아침이 밝았다. 새 지저귀는 소리와 아침 햇살, 그리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첼로의 선율이 그 어느 때보다 반갑다.


밤새 사라지지 못하고 쓸쓸히 남겨진 별 하나는 아침의 태양 옆에서 차분히 잠든 모습이다.


그야말로 긴 연휴다. 역설적이게도 썩 좋지는 않다. 차분히 쌓아왔던 매일의 질서가 흐트러졌고, 사람들 저마다는 이럴때다 싶어 더욱더 과시욕으로 들떠있는 것만 같다. 호화스럽고, 맛깔나고, 고급스러울수록 자본 계급의 최정점에 있는 마냥 사진과 영상들이 폭주를 한다. 미국 대학생을 차용한 필터의 어플 사진은 연휴내내 사람들을 홀렸다.


내내 피로하다. 특별한 날이면 더욱 그러한 기분이 든다. 창밖에 앉은 바람 한점에도 사랑은 가득한 걸, 밤새 갈길을 잃은 별처럼 나 혼자만 괜한 기시감이 드는 모양이다. 내 마음을 누르는 일은 그래서인지 언제나 버겁다.


함민복 시인은 ‘봄꽃’이란 시에서 ‘꽃에게로 다가가면/ 부드러움에 찔려/ 삐거나 부은 마음/ 금세/ 환해지고 선해지니/ 봄엔 아무 꽃침이라도/ 맞고 볼 일’이라고 노래했다.

이제 4월, 눈덮인 겨울을 이겨내고 오늘처럼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올 봄의 어느 멋진 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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