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하지 않는 삶
다섯살 큰 아이와 산책을 나왔습니다. 아이가 "씩씩 하니깐 괜찮아요~ 난, 난, 난, 나는 괜찮아요~" 라는 노래를 부릅니다. 아마 어린이집에서 배운듯 합니다. 저는 이 노래의 가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요. 힘들면 멈추고, 쉬고, 내려놓아야 하는데, 씩씩하니깐 괜찮다니요. 매우 흥겨운 가락으로 많은 아이들에게 힘들어도 버텨 나아가야 한다고 주입 시키는 노래 가사 같거든요. 그래서 노래를 마친 아이에게 제가 말했습니다. "씩씩하지 않아도 괜찮은 거야. 힘들어도 괜찮은거고, 힘들다고 말해도 괜찮은거야. 알겠지?" 아이가 알겠다고 대답합니다.
제가 보낸 학창 시절은 최선을 다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사회였습니다. 여러 학급에서 급훈으로 "최선을 다하자" 를 정했고, 영어시간에는 "Do One's Best" 라는 관용어구에 밑줄을 그으며 외우던 시절이었습니다. 결과가 좋지 않아도 최선을 다했으니 괜찮다라는 말이 용납되는 사회였던 것 같아요. 사실,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쉬운일이 아닙니다. 전력을 다해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말이잖아요. 한두번 정도야 그럴순 있겠는데, 인생은 길고, 수많은 이벤트의 연속 입니다. 매일 최선을 다해 살다가는 지쳐 쓰러지기 쉽습니다. 그러다 결국 몸과 맘에 (특히 마음에) 병이 찾아 오는 것 같아요. 그나마 확고한 목표가 정해져 있을때는 좀 낫습니다. 예를 들어,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라는 목표를 세우면 최선을 다해 공부해서 좋은 수능 점수를 받으면 됩니다. 사회에 나와보니, 그렇게 명확한 목표를 세울수 있는 것 보다는 정답도 없고 정도도 없는 것들이 더 많다고 느껴집니다. 정도가 없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더욱 힘든일 같아요.
저는 제 아이가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최선을 다하면 힘만 들뿐, 성과를 이루지 못했을 때의 상처를 비롯해, 남들의 눈치만 더 보게 되는것 같아요. 내가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인정 받고 싶은 마음 때문 이겠죠. 힘들면 내려 놓을 줄도 알고, 쉬엄쉬엄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내에서만 사부작 거리며 움직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살아도 우리 인생 괜찮은것 같아요. 최선을 다해 아등바등 움직이면, 사회의 늪에 더 빠져들어 헤어나올 수 없는 것 같거든요. 오히려 힘빼고 사뿐 사뿐 별거 아닌듯이 걸어가야 늪 위를 지나갈 수 있듯이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