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만한 여정의 끝에서

나는 순간을 모으는 사람

by 글방지기 감호

짧고도 길었던 7박 8일의 겨울휴가가 끝났습니다.

돌아가는 비행기 안,

창밖으로 어둠이 천천히 번지고 있습니다.

집이 제일 좋다고,

얼른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는데

막상 일상이 기다리는 그 집을 떠올리니

마음 한켠이 조용히 저려옵니다.

여행은 끝났고,

다시 나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 때문이겠지요.


이번 여행에서는 문득,

나를 조금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낯선 도시의 공기 속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무엇에 마음이 움직이는 사람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다낭은 눈과 손이 바빠지는 도시입니다.

한국보다 저렴한 물가 덕분에

사람들은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다녔습니다.

우리 가족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시장과 쇼핑몰을 지날 때마다

아이들은 반짝이는 눈으로

“우와, 갖고 싶다”를 외쳤고,

나는 못 이기는 척 하나씩 사주었습니다.

여행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조금은 관대해지니까요. (매일 저녁마다 슬며시 후회가 따라오지만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저는 사는 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누군가는 꼭 산다는 가방도,

전통 의상도, 모자도...


저는 가져온 옷을 돌려 입으며 지냈고,

선물할 것만 적어둔 목록대로

필요한 만큼만 담았습니다.

남편이 “조금 더 사자”고 말할 때마다

저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충분하다고, 이미 많다고.


물건은 잠시 반짝이지만

금세 기억 속에서 흐려진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일까요. 집 어딘가에 쌓여 있다가

언젠가는 잊히고 말 것이라는 것도요.


이번 여행이 제게 남긴 것은

좀 다른 장면들이었습니다.

싱싱한 야채와 향신료가 가득한 부엌에서

온 가족이 베트남요리를 배우던 시간,

호이안의 밤하늘 아래에서

강물 위로 흘러가던 등불들,

바나힐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보며

내려오던 알파인 코스터의 짧고도 선명한 질주.


그 순간들 속에서 나는 웃고 있었고,

두 손은 비어 있었으며,

마음은 행복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남편과 나란히 누워

그날의 일을 조용히 나누던 밤.

그 시간이, 그 작은 대화가, 어쩌면 여행에서

가장 값비싼 선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창밖은 이제 완전히 어두워졌습니다.

옆자리에서 둘째가 베트남 전통 의상을

입은 고양이를 그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물건보다 더 많은 것을 담아 돌아갑니다.

함께 웃었던 순간들,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던 시간들,

조용히 건넨 인사와 미소.

수화물은 몇 개 되지 않지만

마음만은 충만합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오늘도,

사랑하는 이들과 나누는 순간들로 가득하기를.



Chúc mừng năm mới.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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