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흘러가는 투본강 위에서,

두 개의 물결 속에서

by 글방지기 감호

호이안에서의 하루는 유난히 아름다웠다.

작년에는 아이들이 아파서 열나고 토해서

숙소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쿠킹클래스도 하고, 바구니배를 타고,

논길과 강을 천천히 지나며

호이안을 제대로 누리고 있었다.


특별한 자극도, 과한 연출도 없이

그들의 일상에 잠시 발을 얹은 느낌이 좋았다.

그래서 더더욱 마음이 열려 있었던 것 같다.


투본강에서 소원배를 탔을 때도 그랬다.

분홍과 파랑이 섞인 노을이

강 위로 천천히 내려앉고,

그 주변에 아름다운 등불들이 화답하는 풍경에

너무 아름다워서

풍경 자체만으로 감동이고 힐링이었다.


남편과 오늘 여행이야기를 나눴다.

아까 배 타고 오면서

노를 젓던 분이 남편에게

3번 정도 팁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나는 풍경에 감동하고 있었는데,
남편은 당황하고 있었던 거다.

그때 깨달았다.
이 여행에는 같은 시간 위에
서로 다른 이유로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바구니배를 타는 중간중간
한국 노래를 틀고, 배를 돌리고, 춤을 추며
팁을 유도하는 장면들에서

나도 같은 감정을 느꼈다.
전통적인 방식 그대로여도 충분히 아름다운데,
관광객을 위해 조금씩 더 과해진 모습들이
왠지 모르게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물론 그걸 비난할 수는 없다.
관광이 그들의 삶이 되었고,
그 방식이 지금의 최선일테니.
그래도 동시에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너무 좋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의 호이안은
너무 좋았고,
그래서 더 안타까웠다.

아마 이 도시는
너무 사랑받아서 닳아버린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 사이사이에 남아 있는
노을, 바람, 조용한 시간,

흘러가는 물결만은 여전히 진짜였다.



오늘 내가 오래 기억하게 될 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흐르던 노을과 강물일 것이다.


나 역시

우리가 지켜야 할 것과

나누고 싶은 것을

묵묵히 잘 흘려보내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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