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에게 은행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은행이다.
인생에 커다란 이벤트가 자주 있다면
그 순간을 뚝 떼서 예금 들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별 볼 일 없는 노년에도
예금 찾아 호사 누릴 수 있겠지만
생은 작고도 절묘한 사건의 연속
재벌이나 왕이 아닌 우리는
오늘 또 찾아온 새 하루가 기회일 뿐이다.
그러나 인생의 빅 이벤트가
부자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왕에게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진짜 이벤트는 함께 꾸는 꿈
각성된 개인이 어깨동무 연대하여
‘도약’이라는 적금 드는 것
천년을 사는 소나무 되어
백년지대계 세운다면
꿈은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아도 좋다.
우리 적금은 해약할 일이 없다.
산이 좋아 산에 오르다 산이 된 사람처럼
별이 좋아 별 보다가 어린왕자 된 아이처럼
꿈꾸는 그 순간
꿈과 하나 되는 기적 이루는 것
매 순간 만기적금 타는 것
그것은 전율!
단 한순간의 그것이 온 생 다 합친 영광보다
무거울 수 있다.
빛날 수 있다.
사랑이 끝나면 한 생이 끝나고
설렘이 끝나면 젊음이 끝나고
만남 끝나면 우주 모조리 사라질 수 있지만
인류 단위 꿈은 끝이 없다.
이를테면 달의 뒷면에 깃발 꽂는 일
제2의 보이저호 발사하는 일
핵융합 발전으로 태양 하나 만드는 일
바람 잘 날 없는 이 행성,
우리 지구 지키는 일
민주제는 이념이 아니라
국민이 시민으로 성장하는 것,
매 순간 그 깨달음에 풍덩 빠지는 일
어제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일
오늘 또 하루 살아내는 일
그 안에서 만나면 우리
죽어도 죽지 않는다.
결과에 상관없이
날마다 소실점 보며 나아가는 일은
늙지 않고 죽지 않는 길
가다가 내가 죽어도
네가 이어서 계속 갈 수 있다.
뜻이 같은 동지로서 만나면 꿈 안에,
서로의 가슴에 영원히 살 수 있다.
우리 그저 한 걸음 내딛기만 하면 된다.
활활 타오르기만 하면 된다.
뜨겁게 불타는 유황지옥이지만
정작 밖에서 보기엔 유난히 빛나는 저 금성처럼.
오늘도 오늘이라는 적금 추천한다.
‘매 순간 설렘’이라는 이자 입금될 것이다.
‘날마다 축제’라는 연금 타게 될 것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은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