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론적 사랑

미지의 그대에게 사랑을 보내며

인간은 오로지 자신만을 바라본다.
사랑은 상대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열망하는 자신을 바라보는 것.

비로소 거울을 보고
새삼스럽게 인간 하나 발견하는 것
어쩌면 새로 태어나는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나르키소스도
호수 안의 저에게 빠져들었다.

서로를 의지하거나 탐닉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자신과 대화하는 것.
사랑은 자신 구원하는 것이다.

제가 어디에 서 있는지
벼랑 끝에 매달려 있는 것은 아닌지
때로 확인하는 것

세상에서 떠밀리지 않으려고
벼랑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아슬아슬 버텨보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서로를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것.
가난한 몸뚱이끼리 서로 보듬는 것.
인간은 아무리 돈이 많아도 가난하다.

그것은 소리 없는 몸부림
눈물 나는 존재증명이다.
떳떳하게 생의 한가운데 서기까지
사랑은 온갖 지옥 맛보게 한다.

조금쯤 떨어져 자신을 보면
가련한 인간 하나 보인다.
숭고한 존재 하나 만나게 된다.
저와 똑같은 불쌍한 인간 하나 저기 있다.

때로 마음의 문 꼭꼭 닫아놓고
저 혼자 잘났다고 발광하는
태양 하나 보게 된다.
우리는 저마다 태양이다.
그 주위 도는 행성조차 다시 태양이다.

우주의 무수한 별들처럼
우리는 위태롭게 반짝이다
가뭇없이 사라지는
가끔은 폭발하는 천체다.

그 중력 보인다면 생각해 주길!
우리는 각자 자신의 무게 감당하는
시시포스다.
아틀라스다.
독수리에게 간이 쪼이는 프로메테우스다.

신을 도발하고
신과 대화하고
신과 같은 무게 감당하는
한 세계 창조하는 선지자다.

떨어져야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한 걸음 물러서서
조금 먼 곳에 서 있어야
아스라한 나를 볼 수 있다.
반짝이는 너를 볼 수 있다.

만약 반짝이지 않는다면
비 온 날의 하늘처럼
별과 은하가 없는 우주처럼
너도 그저 암흑이 될 것.
나도 빛을 잃고 스러질 것.

운명이라면 만나지는 게 아니라
반짝인다면 멀리서도 볼 수 있다.
그것이 진짜배기 만남이다.
맹세는 필요 없다.
다만 펄떡이는 네 심장이 필요할 뿐

피가 끓고 있는지
뼈가 다 녹고 있는지
네 심장을 갈라서 보여다오.
네 가는 길 보여다오.
엔트로피 달려가는 그 길
그 길 위의 너를 보여다오.

오로지 자신 위해 그 길 걸어다오.
그럼으로써 우주의 기둥 되어다오.
그것이 서로 친구 되는 길.
비로소 사랑이다.

타성에 빠지지도 말고
삶과 이별하지도 말고
닿을 듯 닿지 않는 가냘픈 선 하나 지키는 것.

그 경계 위에
너도 서고 나도 서는 것
그것이 나의 소망이자
우주의 바람이다.

부디 굴복하지 말고
굴복시키지도 말고
뚜벅뚜벅 너의 길을 가라!
나도 내 심장 갈기갈기 찢으며 걸어가겠다.

설사 네가 믿지 않더라도
미지는 현재를 일으켜 세운다.
나는 미지의 그대에게 빚지고 있다.
후대에게 이 빚 갚고자
웅장한 걸음으로 성큼 태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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