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제1 독자는 나다.
너에게 가기 전 내가 먼저 꼭지를 딴다.
잘 익은 과일 같은 문장에선
그때쯤 대폭발이 일어난다.
우주를 꼭꼭 접어
한 점에 구겨 넣고
터질 듯 터지지 않는
그 탄력 넘치는 것이
마침내 꽝 폭발하기 전
한 줄이 완성된다.
단 한 줄에 우주의 씨줄과 날줄 조직된다.
한 단락에 오늘의 우주 멸망하고
마침내 찍은 마침표에
다음 우주 태어난다.
나의 한 줄은 피 묻은 깃발
적진 헤집고 힘차게 울리는 승전보
수없이 나를 살해한 흔적이며
신 앞에 홀로 선 단독자로서의 증명이다.
빅뱅 예고하는
우주 시작 이전 특이점이다.
그다음 우주 언제 터질지 모른다.
다만 너의 뉴런에서 지금
꿈틀꿈틀
세계가 일어나는 것 보고 있다.
일체가 요동하는 것 직관하고 있다.
나 지금 여기
미지에 서 있으므로.
너의 지금과 나의 미지
대차게 만났으므로.
이 행성 떠날 때는 필히
'지금 이 순간'에서 도약할 것이므로.
그것은 우주로의 발사
고향으로의 회귀
가자, 가자,
지구에서 조금만 노닐다 가자.
자뻑 쏘리!